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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고전' 포스트 시즌, 그 치열했던 승부의 기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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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리즈 2연속 우승.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1995년 통합 우승 이후 21년 만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4차전 승리투수 유희관(가운데)이 아이언맨 복장을 갖춰입고 동료들과 함께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2연속 우승.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가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은 1995년 통합 우승 이후 21년 만에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4차전 승리투수 유희관(가운데)이 아이언맨 복장을 갖춰입고 동료들과 함께 우승을 자축하고 있다.

2017년 '가을야구'가 문을 열었다. 5일부터 NC 다이노스와 SK 와이번스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시작으로 한 달여간 축제가 진행된다. '가을야구'는 늘 뜨거웠다. 패배는 곧 탈락을 의미한다. 가진 역량을 총동원해 치열한 승부를 펼쳤다.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은 '가을의 고전(古典)'이라 불린다.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는 작품과도 같다는 뜻이다. 매년 '가을'에는 명승부가 펼쳤다. 올해도 아마 그럴 것이다. 지난해와는 달리 SK와 롯데가 합류했다. 야구 도시 부산과 광주에서도 '가을야구'를 볼 수 있게 됐다. 포스트 시즌에 오른 KIA·두산·롯데·NC·SK 5개 팀의 역대 최고의 가을의 '고전(古典)'를 꼽아봤다.

정리=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⑤ SK : 2007년 한국시리즈 4차전 (vs 두산)

10월 29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SK-두산 전. 5대2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sk 김성근 감독과 최태원 회장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10월 29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차전 SK-두산 전. 5대2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지은 sk 김성근 감독과 최태원 회장이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SK는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두산에 먼저 2연패를 당했다. 인천으로 돌아와 1승을 거둔 뒤 맞이한 4차전. SK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었다. 당시 김성근 감독은 두산 다니엘 리오스의 맞대결 상대로 신인 김광현을 내세웠다.

상상하기 힘든'파격'이었다. 2007년 김광현은 3승 7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하는데 그쳤고 두산전 성적(평균자책점 4.91)도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상과는 달리 김광현은 7과 3분의 1이닝 동안 1피안타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꽁꽁 묶었다. 5회까지는 노히트 노런이었다.

SK 조동화-김재현은 두산 에이스 리오스를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때렸다. 1차전에서 완봉승을 거둔 리오스는 5이닝 9피안타 3실점으로 무너졌다. SK는 4차전 승리 후 내리 2경기를 더 따내며 시리즈 전적 4승2패로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김성근 감독은 4차전에서 호투한 김광현을 두고 "대투수가 탄생했다"고 했고, 김광현은 이후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왼손 투수로 성장했다.

④ NC : 2016년 플레이오프 1차전 (vs LG)

2016년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의 주역 NC 용덕한 [일간스포츠]

2016년 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의 주역 NC 용덕한 [일간스포츠]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는 야구 격언이 딱 들어 맞았던 경기였다. 1군 진입 3년 만에 정규시즌 2위에 오르며 플레이오프에 직행한 NC, 그리고 상대는 LG였다. LG는 헨리 소사가, NC는 에릭 해커가 등판했다. 음주운전 징계를 받은 에릭 테임즈가 결장하면서 NC 타선의 무게감이 확 떨어졌다.

소사는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으로 NC 타자들을 제압했다. 9회 초까지 2-0, LG가 앞서고 있었다. LG는 9회 말 마무리 투수 임정우를 투입했다. 하지만 임정우는 박민우와 권희동의 연속 안타를 맞았다. 김지용이 조영훈을 삼진으로 잡았지만 이호준에게 동점타를 맞았다. 이어 손시헌을 고의사구로 거르고 1사 만루에서 용덕한을 상대했다.

용덕한은 동점을 만들기 위한 스퀴즈 번트를 댔지만 실패. 결국 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3루수 옆을 통과하는 2타점 끝내기 결승타를 때렸다. 용덕한이 프로 데뷔 13년 만에 친 첫 끝내기 안타였다. 마산구장은 용덕한을 연호하는 목소리로 가득찼다. NC는 3승1패로 플레이오프를 거쳐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③ 롯데 :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 (vs 삼성)

야구선수(롯데자이언츠)

야구선수(롯데자이언츠)

롯데와 삼성이 맞붙은 1984년 한국시리즈 7차전은 잊지 못하는, 잊을 수 없는 명승부다. 선발 투수는 3승씩을 기록한 롯데 최동원과 삼성 김일융.

'동원아, 우짜겠노. 예까지 왔는데…"라는 강병철 감독의 한 마디에, 최동원은 "마, 함 해보입시더"라며 마운드로 달려나간, 바로 그 경기다. 5경기째 등판한 최동원도 4경기째인 김일융도 정상은 아니었다. 3-2로 삼성이 리드한 8회 초. 프로야구 역사상 가장 짜릿한 홈런이 터졌다. 1사 1·3루에서 유두열이 타석에 등장했다. 유두열은 6차전까지 17타수 1안타에 그쳤다.

하지만 강병철 감독은 유두열을 믿었다. 3구째 지친 김일융의 공이 유두열의 몸쪽을 파고 들었다. '딱' 소리가 나는 순간 잠실구장은 함성으로 뒤덮였다. 3점 홈런. 84년 롯데의 창단 첫 우승을 이끈 유두열과 최동원은 떠났지만, 그들의 투혼은 프로야구 팬들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 있다.

② 두산 : 2001년 한국시리즈 6차전 (vs 삼성)

28일 두산의 우승으로 끝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차지한 우즈

28일 두산의 우승으로 끝난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MVP를 차지한 우즈

삼성은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1985년 통합 우승 제외) 꿈에 부풀어 있었다. 삼성 선발은 노장진, 두산은 박명환이었다. 초반 분위기는 삼성이 주도했다. 1회 초 2사 만루에서 박명환의 폭투로 선제점을 냈고, 김한수의 안타로 2-0을 만들었다.

두산은 3회 말 1사 1루에서 장원진의 안타 때 삼성 우익수 박한이의 실책을 틈타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5회 말 타이론 우즈의 역전 투런포로 3-2 역전에 성공했다. 순순히 물러날 삼성이 아니었다. 7회 초 1사 2·3루에서 김종훈과 이승엽의 적시타로 3점을 뽑으며 재역전에 성공했다. 3-5로 뒤진 두산은 7회 말 무사 2·3루 기회를 맞았다.

홍성흔의 내야 땅볼로 1점을 냈고, 이어 임창용의 폭투로 동점을 만들었다. 운명의 8회. 두산은 정수근과 장원진의 연속 안타로 1사 2·3루 찬스를 맞았다. 삼성 벤치는 김동주 대신 심재학을 선택했다. 짧은 좌익수 뜬공이 나왔다. 3루 주자 정수근이 태그업했고, 간발의 차이로 정수근의 손이 먼저 홈플레이트를 찍었다. 6-5. 역전과 재역전, 그리고 또 역전. 처절했던 두 팀의 승부는 그렇게 끝났다.

① KIA : 2009년 한국시리즈 7차전 (vs SK)

10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 ( KIA-SK ) 9회말 1사에서 KIA 나지완이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을 차지한 후 환호하고 있다.

10월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7차전 ( KIA-SK ) 9회말 1사에서 KIA 나지완이 극적인 끝내기 홈런으로 우승을 차지한 후 환호하고 있다.

역시 홈런 한 방으로 끝난 경기. KIA는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 SK는 3년 연속 우승에 도전한 한판 승부였다. KIA 릭 구톰슨, SK 게리 글로버 두 외국인 에이스가 선발로 나섰다.

3회까지는 팽팽한 투수전 양상으로 흘렀다. 4회 SK가 '가을 사나이' 박정권의 투런포로 앞서 나갔다. 5회에도 박정권이 타점을 올렸다. KIA는 5회 말 안치홍의 적시타로 1점을 냈다. 3-1로 앞선 6회 초 SK는 김강민의 희생플라이와 박재상의 적시타로 2점을 냈다. 승리의 여신은 SK를 향해 미소 짓는 듯 보였다. 하지만 KIA는 6회 말 나지완의 투런포로 추격을 시작했다.

7회 말 안치홍의 솔로 홈런에 이어 김원섭의 적시타로 기여이 5-5 동점을 만들었다. 운명의 9회 말.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나지완이 타석에 들어섰다. 상대는 9회 말 구원 등판한 채병용이었다. 2볼-2스트라이크, 6구째 몸쪽 높은 코스로 들어온 실투를 나지완이 놓치지 않았고, 좌측 담장을 넘는 끝내기 홈런이 됐다. 한국시리즈 우승이 끝내기포 한 방으로 끝난 순간. 관중석 KIA팬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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