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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강경복의 시시각각(1) '소리없는 시력 도둑' 녹내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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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 어디 하나 소중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눈에 대한 건강관리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하지만 현대인은 각종 안질환에 쉽게 걸릴 수 있는 환경 속에 살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녹내장, 황반변성, 당뇨망막변증과 망막색소상피변성(야맹증) 같은 난치성 질환도 우리의 눈 건강을 위협한다. 하지만 평소엔 모르고 지내다가 진행된 상태에서 병원에서 우연히 발견돼 실의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 안타깝다. 지금 당장은 시력에 문제가 없더라도 언제든 질환이 발병할 수 있음을 유념해 평소에 안질환의 유무를 체크하고 예방해야 할 것이다. 실명에 이를 수 있는 여러 안과 질환을 소개하면서 그 치료법을 알아본다. <편집자>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냥. [중앙포토]

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냥. [중앙포토]

녹내장(綠內障)은 ‘소리 없는 시력 도둑’으로 한 번 걸리면 정상 시력 회복이 어려운 무서운 질환이다. 녹내장이 있다고 해서 환자 눈이 초록색으로 보이는 것은 아니다. 녹내장은 영어 ‘glaucoma’를 번역한 말인데, 그 어원인 고대 그리스어 ‘glaukoma’에는 청색이나 녹색의 의미가 들어있다. 일부 급성 녹내장에서 동공이 약간 초록빛을 띨 수 있지만 뚜렷하지 않고 일반적이지도 않다.

녹내장, 높은 안압·혈류 장애 등 원인 #자각증세없어 진단시기 놓치기 쉬워 #40세이후엔 정기검진받고 안압 관리를 #

녹내장은 높은 안압이나 시신경 혈류 장애 등이 원인이 돼 신경이 손상되면서 시야가 점점 좁아지다가 실명에도 이를 수 있다.

정상 시신경과 녹내장이 진행된 시신경. [사진 강경복]

정상 시신경과 녹내장이 진행된 시신경. [사진 강경복]

녹내장이 까다로운 이유는 대부분 자각 증상이 없어 적절한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급성녹내장의 경우 심한 눈 통증, 두통, 충혈, 시력감소,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있다.

하지만 이를 제외한 대부분의 녹내장은 겉으로 보기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고 심해지기 전에는 자각증상도 거의 없으며, 증상이 나타나면 이미 녹내장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안압마저 정상인 정상 안압 녹내장이 전체 녹내장의 70% 이상을 차지해, 건강검진이나 안과 검사에서 안압이 정상이어도 마음을 놓아선 안 된다.

나빠진 시신경 회복 안 돼 

녹내장으로 이미 나빠진 시신경은 다시 이전으로 되돌릴 수 없으므로, 진행을 늦추는 치료 말고는 다른 방법이 없다. 따라서 조기에 발견해서 진행을 멈추게 하거나 적어도 늦출 수만 있다면 녹내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은 채 유지하며 살 수 있을 것이다.

녹내장이 많이 진행한 사람의 시야. [중앙포토]

녹내장이 많이 진행한 사람의 시야. [중앙포토]

이렇듯 녹내장은 조기발견이 중요하다. 1년에 한 번 안과 정기검진으로 안압측정과 안저촬영을 하면 충분하다. 검사 후 안압이 높거나 녹내장에 의한 시신경 손상이 있거나 의심이 되면 정밀시신경검사와 시야검사를 받으면 된다.

특히 40세 이후에는 녹내장에 걸릴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안과적 검진을 정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 지금까지 녹내장의 위험인자로 뚜렷하게 밝혀진 것은 녹내장 가족력과 근시인데, 여기에 속한 사람의 경우에는 20대부터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좋다.

동생이 녹내장에 걸려 가족력을 조사해 보니 형이 이미 녹내장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경우도 있고, 딸이 라섹 수술 전 검사에서 우연히 녹내장이 발견돼 가족을 검사한 결과 아버지가 녹내장이 많이 진행된 경우도 있다.

녹내장을 검사하는 모습. [중앙포토]

녹내장을 검사하는 모습. [중앙포토]

녹내장의 조기 발견 못지 않게 녹내장처럼 보이지만 녹내장이 아닌 질환을 감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녹내장 약은 평생을 써야 하므로 정확한 진단이 중요한 것이다.

녹내장 치료는 주로 안압을 낮추는 안약(안압하강제)을 쓰는 것이지만 레이저나 녹내장 수술을 하기도 한다. 안약만 넣으면 치료를 다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환자들이 많은데, 녹내장은 진행하는 질환이므로 정기적으로 안압측정, 시야검사, 시신경검사를 해야 한다.

이미 안압 약을 쓰고 있더라도 검사에서 병의 진행 소견이 보이면 안압 약을 바꾸거나 다른 약을 추가해서라도 안압을 더 낮추어 반드시 적정 안압을 유지해야 한다. 그래도 진행하면 레이저나 녹내장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녹내장 치료는 주로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쓴다. [중앙포토]

녹내장 치료는 주로 안압을 낮추는 안약을 쓴다. [중앙포토]

녹내장 안약은 평생을 넣어야 하므로 안약의 부작용을 알고 있는 것도 중요하다. 충혈이 심하거나 알러지가 생기거나 눈썹이나 눈꺼풀 주위 털이 길게 자라거나 눈 주위 피부가 눈에 띄게 검게 변한다면 안약을 바꿔야 한다. 특히 눈썹이 길게 자라거나 피부가 검어지는 증상은 서서히 진행하므로 환자도 모르고 의사도 놓치기 쉬워 주의가 필요하다.

혈액 순환 관련 질환 관리 잘해야 

녹내장은 특별한 예방 방법이 없다고는 하지만 흡연, 커피, 고혈압, 당뇨병, 심혈관 질환,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혈액 순환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을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혈압도 문제지만 저혈압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둘 다 눈으로 가는 혈류의 양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는 동안에 혈압이 떨어지는 야간 저혈압이 생기지 않도록 혈압 약을 복용할 때 내과의사와 의논해야 한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충분한 휴식은 전신 건강은 물론 녹내장에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근력을 키우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심하게 하거나 요가 자세 중 물구나무 자세를 오래하는 것들은 녹내장 환자에게 좋지 않다. 눈의 혈류 저항이 증가하거나 안압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 [중앙포토]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된다. [중앙포토]

어두운 곳에서 스마트폰을 많이 사용하는 것 역시 문제가 될 수 있다. 어두운 곳에서 오래 엎드려 있거나 고개를 숙이고 뭔가를 뚫어지게 보면 안압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이다.

녹내장에 도움이 되는 음식 성분으로는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 오메가 3, 은행잎추출물 (Ginkgo biloba) 등이 있는데 주로 항산화작용으로 효과를 낸다. 효과가 있을 정도의 양을 음식으로 섭취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농축액이나 약물 형태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요즘은 검사장비가 발달하여 안압측정과 안저촬영은 힘들지 않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는다. 이 두 가지 검사만 제 때 받아도 녹내장 뿐 아니라 당뇨망막병증, 연령관련황반변성 등 시력을 잃을 수 있는 여러 안과 질환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눈 속에 숨어있을 지도 모르는 ‘소리 없는 시력 도둑’을 찾아내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도 않으니 가까운 안과를 찾아 눈 건강 검진을 받아 보는 것이 좋겠다.

강경복 하나서울안과 원장 안과전문의 hanaeye@naver.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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