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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만명 콘서트장 위로 총탄 빗발 … CNN “킬링필드로 변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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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야외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용의자는 경찰에 사살됐다. [라스베이거스 AFP=연합뉴스]

1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야외공연장에서 무차별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시민들이 대피하고 있다. 용의자는 경찰에 사살됐다. [라스베이거스 AFP=연합뉴스]

“드르륵… 드르륵… 기관총을 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총성이 멈추지 않았다. 우리는 뛰고 또 뛰었다.”

목격자가 전한 라스베이거스 참사 #“처음엔 화약·불꽃놀이로 착각 #뒤늦게 도망치다 픽픽 쓰러져” #총격범 여성 룸메이트 신병 확보 #경찰 “외로운 늑대 공격으로 본다” #불특정 다수 겨냥 테러 가능성 조사 #현재까지 한국인 피해자는 없어

CNN 등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 베이 호텔 카지노 인근 야외 공연장에서 열렸던 뮤직 페스티벌의 환호성은 순식간에 관람객들의 비명소리로 바뀌었다. 약 3만 명에 달하는 관객 앞에서 컨트리 가수인 제이슨 앨딘이 노래하던 중이었다. 앨딘은 총소리에 노래를 멈췄고, 관객들은 갑작스러운 공연 중단에 의아해했다. 그때까지도 사람들은 이번 사건이 무차별 총격이라는 것을 파악하지 못했다. 현장에 있던 이들은 처음엔 “화약놀이나 불꽃놀이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쓰러지고 인파가 긴급 대피를 시작하자 상황을 알아챘다고 한다.

이번 총격사건으로 2일 오후 10시(한국시간) 현재 최소 50명이 사망하고 200여 명이 부상당하는 참사가 발생했다고 AP통신 등은 긴급 타전했다.

CNN 등은 용의자가 만달레이 베이 호텔 32층에서 지상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퍼부었다며 “콘서트장이 킬링 필드(killing field)로 변했다”고 전했다. 현지 경찰 당국은 “네바다주 주민인 64세 백인 남성 용의자가 라스베이거스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의 룸메이트로 알려진 아시아계 여성 1명의 신병을 확보했으나, 그가 이번 사건과 연루됐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상태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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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건의 피해가 컸던 것은 현장에서 음악 콘서트인 ‘루트 91 하베스트 뮤직 페스티벌’이 열려 많은 사람이 좁은 공간에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사람들로 가득했던 현장에 난데없이 자동화기 총성이 잇따라 울렸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목격자들은 “기관총을 쏘는 소리가 들렸다”며 “사람들이 소리를 지르며 미친 듯이 도망가기 시작했다”고 흡사 전쟁터와도 같았던 당시 상황을 전했다. 목격자인 이베타 살다나는 현지 언론에 “콘서트가 공포영화로 변했다.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총을 맞고 픽픽 쓰러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CNN에 “호텔 카지노에 있었는데 사람들이 사방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면서 “인근 주유소에서 간호사가 얼굴과 가슴에 총상을 입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공연을 중단했던 가수 앨딘은 “오늘 사건은 끔찍하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라고 SNS를 통해 밝혔다.

전 연방수사국(FBI) 수사관이었던 한 인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총격이 한동안 지속됐다”며 “군대에서 사용하는 무기 같은 자동화기 소리였다. 이 같은 치명적 무기로 난사할 경우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범인이 지면보다 훨씬 높은 32층에서 총을 난사했기 때문에 총격 사건 초기에는 어디서 총을 쏘는지 알기 어려웠다. 비번이었던 사복 경찰들도 현장에 많이 있었지만 초기 대응이 어려웠던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1966년 텍사스대 총기난사 사건과 유사하다. 당시에도 범인은 시계탑 위에서 아래로 총기를 난사했다”고 말했다. 당국은 라스베이거스 스트립 지역과 15번 고속도로 일부를 폐쇄 조치했으며, 라스베이거스 매캐런 국제공항에 기착하는 항공편은 다른 공항으로 우회시켰다.

이 지역을 관할하는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까지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사관 관계자는 “외교부 본부와 현지 민박, 현지 민간 협력원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아직 한인 피해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범행 배후 자처 테러단체 아직 없어=현지에선 이번 사건이 자생적 테러리스트인 ‘외로운 늑대’에 의한 테러이거나 반사회적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CNN은 “콘서트에 참가한 무고한 대중, 즉 소프트타깃을 향해 총격을 가한 잔인한 범죄”라고 진단하고 “현재까지 정확한 범죄 동기가 조사되진 않았지만 테러가 아닐 경우 불특정 다수를 겨냥한 반사회적 범죄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라스베이거스 메트로폴리탄 경찰서의 조 롬바르도 서장은 “이번 범행을 ‘외로운 늑대’에 의한 공격으로 믿고 있다”고 밝혔다.

2일 아침까지 범행 배후를 자처하는 테러단체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는 그동안 테러단체들의 타깃으로 자주 거론돼 왔다. 지난 5월엔 테러단체 ISIS가 라스베이거스를 테러 목표로 설정한 비디오가 공개된 바 있다.

최근 미국과 유럽 각지에선 많은 시민이 모이는 콘서트를 겨냥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이번 참사 역시 유사 테러일 가능성을 높여 주는 대목이다. 지난 5월엔 영국 맨체스터에서 미국 가수 아리아나 그란데의 콘서트 도중 자살폭탄 테러가 발생해 공연을 관람 중이던 22명이 숨졌다. 2015년 11월엔 프랑스 파리에서 록밴드의 콘서트 도중 총기 난사로 130명이 숨지는 참사가 일어난 바 있다.

김상진·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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