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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저임금 280종류 … 지역·산업별 세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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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최저임금’이 세계 각국 정부의 화두로 떠올랐다. 국민 소득수준과 산업경쟁력에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정답이 정해진 것도 아니다. 국가마다 사정에 따라 최저임금 해법 찾기에 안간힘을 기울이고 있을 뿐이다. 다만 몇 가지 공통분모가 확인된다. 일률적으로 급격하게 최저임금을 올리기보다 경제 사정을 감안해 속도 조절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령별·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별화하는 곳도 많다. 대명제는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 킬러(killer)’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지역 경제규모·물가 등 따져 책정 #오키나와 임금, 도쿄의 77%에 불과 #고임금 지역에 인력 쏠림 부작용도

[그래픽=이정권 기자 gaag@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a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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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도쿄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A씨는 올 10월부터 시간당 26엔이 오른 최저 958엔(약 9700원)을 받게 된다. 반면 교토시의 편의점에서 일하는 B씨는 시간당 25엔이 오른 831엔을 적용받는다. 일본에선 같은 일을 해도 지역에 따라 적용받는 최저임금 기준이 다르다.

#2. 후쿠오카현의 최저임금은 시간당 765엔(약 7700원)이다. 하지만 전자부품 제조회사에 다니는 C씨는 시간당 903엔, 백화점에서 일하는 D씨는 시간당 870엔이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업종에 따라 다른 임금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근로자 임금 대비 최저임금 비율은 39.8%로 한국(48.4%)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52%)보다 낮다.

하지만 일본 최저임금제의 가장 큰 특징은 지역별·산업별로 최저임금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47개 도도부현(都道府縣)이 각각 다른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있고, 지역 내에서도 산업별로 최저임금을 별도 적용하고 있다. 2017년 현재 후생노동성 기준으로 233개의 산업별 최저임금을 포함해 모두 280개의 최저임금이 존재한다.

1959년 최저임금제도를 도입한 일본은 국내총생산(GDP), 지역별 소비자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국을 A·B·C·D로 나눴다. A지역에는 도쿄도(東京都)·오사카부(大阪府)·아이치현(愛知縣) 등 대도시 지역이 주로 포함돼 있고, D지역에는 경제 규모가 작은 후쿠시마현(福島縣)·오키나와현(沖繩縣) 등이 들어 있다. 2017년 기준 D지역인 오키나와의 임금수준은 A지역인 도쿄의 76.8%에 불과하다.

이 같은 맞춤형 최저임금제도에도 불만의 목소리는 있다. 이를테면 최저임금이 낮게 책정된 지역은 노동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대도시와 인접해 있는 지역의 경우 대도시로 인력을 빼앗기기 일쑤다. 오사카(883엔)와 가까운 나라현(奈良縣·762엔) 등에선 임금수준이 높은 오사카로 일손이 몰리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심의 과정에 직접적 관여는 하지 않는다. 위원회는 공익위원, 노동자 측, 사용자 측에서 각각 6명씩 총 18명으로 구성되며, 관련 부처인 후생노동성은 자료 지원 등 사무국 역할을 할 뿐이다. 우리나라 최저임금위원회에 고용노동부·산업통상자원부·기획재정부에서 각각 1명씩 특별위원으로 참석해 발언권을 갖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관계자는 “임금은 기본적으로 노사 교섭의 문제다. 정부가 심의 과정에 참여하게 되면 교섭의 의미가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최저임금이 정치권의 이슈가 되는 것을 철저히 배제하는 점도 일본의 특징이다. 노동계가 지지하는 민주당(현 민진당)이 집권했을 때 최저임금 인상률이 오히려 저조했던 것이 단적인 사례다. 일본 노동조합총연합회(連合·렌고)의 야스나가 다카오 부사무국장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급격한 임금 인상에는 반드시 부작용이 따르기 때문에 노사가 충분한 논의를 통해 답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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