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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때려도 내가 때린다”는 중국…트럼프 對中 압박이 변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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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호 04면

외교안보 전문기자가 본 한반도 안보

중앙일보 외교안보 전문·선임기자들이 지난달 27일 본사 회의실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기와 한국·미국·중국의 대응 전략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김수정 외교안보선임기자,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김경빈 기자

중앙일보 외교안보 전문·선임기자들이 지난달 27일 본사 회의실에서 북한 핵·미사일 위기와 한국·미국·중국의 대응 전략 등을 주제로 대담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김수정 외교안보선임기자,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김경빈 기자

‘판’이 흔들리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막바지에 달하면서 동북아시아 안보 지형이 꿈틀대고 있다. 판이 흔들릴 때 불확실성은 커진다. 미국과 북한 간의 군사적 충돌 우려부터 G2(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힘겨루기까지 모든 것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중앙SUNDAY는 이 같은 한반도 정세를 보다 자세히 분석하고 전망하기 위해 25년 이상 현장을 누빈 중앙일보 외교안보 전문·선임기자 세 명의 대담 자리를 마련했다. 이름하여 ‘SUNDAY NSC’다. 대담에는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겸 군사안보연구소장, 김수정 외교안보선임기자,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겸 통일문화연구소장 등이 함께했다. 진행은 박신홍 중앙SUNDAY 정치팀장이 맡았다.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이영종 통일북한전문기자
한 번도 경험 못한 북핵 상황 맞아
시간은 오히려 김정은 편이 아냐
北도 수비 취약해 도발 쉽지 않아
핵무기 완성 후 대화 모색 나설 것

한반도 안보 상황이 위중하다.
김민석=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짜여진 동북아시아 안보 시스템이라는 판 자체를 바꾸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해법은 1차적으론 대화와 협상이지만 이런 노력이 실패하면 군사적 옵션을 쓸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불가피하지만 무력으로라도 강도의 칼을 뺏을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김수정=정전협정 체결 이후 최대 위기다. 남북한과 북·미 갈등에 미·중이 부딪치고, 여기에 국제사회의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관점에서 북한 문제가 최고 긴급 현안으로 부각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긴장이 커지고 있다. 이번 유엔총회에 참석한 외국 정상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빼놓지 않고 언급하는 주제도 북핵·미사일 위협이었다. 한반도 안보는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한 9월 3일 이전과 이후로 나눠지게 됐다.

이영종=북한은 핵·미사일 개발 완료 단계에서 그 힘을 한반도와 국제사회를 향해 투사하고 있다. 이는 북한도, 한국도, 미국도, 국제사회 모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초유의 상황이다. 매우 엄중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북한의 특성을 감안할 때 새로운 남북관계 구축을 위해 언젠가는 겪어야 할 여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김수정 외교안보선임기자

김수정 외교안보선임기자

김수정 외교안보선임기자
한반도, 정전협정 이후 최대 위기
美 정부, 시스템과 팀으로 움직여
군사 옵션보단 외교해법 모색할 듯
한·중 관계 거품 제거할 좋은 기회

북한의 다음 카드가 뭘까.
이영종=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2011년 12월 집권 이후 북한의 정상국가화를 추구했다. ‘국제사회의 탕아’ 또는 ‘호전적 집단’이라고 취급받는 대신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겠다는 욕구가 매우 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에 개인이 아닌 공식 국가 직함인 국무위원장이란 낯선 이름으로 맞대응한 것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다. 2012년 4월 김일성 100회 생일 때 김정은은 최초로 공개 연설을 하면서 “최후 승리를 향하여”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최후 승리는 국제사회로부터 정상국가로 인정받는 것이다.

김수정=같은 맥락에서 김정은이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이루지 못한 걸 나름 해내면서 인정 욕구를 일정 부분 충족했다고 본다. 그러면서 김정은 대 트럼프라는 일대일 대립 구도 구축에도 성공했다.

김민석=김정일은 핵무기를 실제 갖게 되면 강대국이 강제로 제거에 나설 거라는 걱정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핵 개발을 북한 내부를 결속하고, 한국의 경제 지원을 받아내며, 국제사회와의 협상을 위한 카드로만 썼다. 하지만 30대 초반의 김정은은 실제 핵무장으로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 더 나아가 협상력 강화를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핵탄두를 달려고 한다.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김민석 군사안보전문기자
우리가 북핵 운전대 잡아선 안 돼
北 핵무장 뒤엔 군사 옵션 불가능
전술핵·핵잠수함 여지 열어놓고
안보 상황도 가감 없이 공개해야  

미국은 어떤 식으로 대응할까. 군사적 옵션이 실행 가능하다고 보나.
김수정=존 매케인 미 상원 군사위원장이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 적격인가’라는 질문에 “나는 미국의 시스템과 팀을 믿는다. 그는 최강의 안보팀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포고 뉘앙스의 발언까지 했지만 미국의 시스템과 안보팀은 최악의 상황까지 가지 않고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우선 노력할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이 실제로 괌 포위 사격을 하거나 태평양에서 수소탄 실험을 한다면 미국도 군사적 응징을 해야 할지 말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김민석=북한 핵은 아마 연말께 완성될 것이다. 핵무장 이전엔 군사적 옵션을 쓸 수 있지만 이후엔 보복을 우려해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의 군사적 옵션도 시간적 제한이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北 NLL 무력화 차원 국지 도발 가능성

우발적 충돌에 대한 우려도 적잖다.
김민석=우발적으로 일어나는 전쟁은 없다. 모든 조건이 충족된 상황에서 기름에 불을 붙여야만 전쟁은 발발한다. 현재 한반도 상황은 6·25 당시와는 전혀 다르다. 러시아는 전쟁에 참여할 수 없고 중국은 잃을 게 너무 많다. 한국군은 재래식무기로는 북한군에 앞선다. 한·미 동맹도 견고하고 전쟁이 임박하면 미군이 한반도에 집중하게 돼 있다. 반면 북한은 고립무원 상태 아니냐.

김수정=북한 비핵화를 위해 전쟁도 감수할 수 있다는 결연한 의지는 물론 중요하지만 실제 그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게 일반 정서다. 북한이 미국과의 대립 와중에 남한을 향해 서해 북방한계선(NLL) 무력화 차원의 국지 도발을 할 가능성은 있다. 이런 게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이영종=일단 군 최고사령관인 김정은의 의지는 분명한 것 같다. 북한 정권 내에 김정은이 결심할 경우 말릴 인사도 더 이상 눈에 띄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은 핵·미사일을 사용할 제스처만 보여도 체제가 종말을 고할 수밖에 없다는 점 또한 잘 알고 있다. 현실적 제약도 적잖다. 한국엔 고위층 자제를 포함해 중국인 유학생 6만 명이 있고 미국인도 27만여 명이 살고 있다. 우리에게도 국내 반전 여론이나 인명 피해 우려 등 북한을 선제타격할 수 없는 한계가 있지만 북한도 핵 개발에 올인하느라 수비가 취약해진 상태다.

전격적으로 대화가 이뤄질 가능성은.
이영종=김정은의 시간표가 중요하다. 김정은은 지금 뭔가 매우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나는 시간이 김정은 편이라고 보지 않는다. 김정은은 올해 신년사에서 핵·미사일 마감 단계라고 했다. 최대한 이른 시일에 개발을 완성하겠다는 욕심이 있는 것 같다. 그러곤 완성 이후엔 대화를 모색할 것이다. 최근 러시아로 최선희 북미국장을 보낸 것도 물밑 대화를 모색하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관건은 김정은의 이런 시간표에 미국이 호응할 것이냐다.
정부의 대화 노력에 대한 견해는.
김수정=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에 있어 ‘운전석론’을 강조했는데 대명제는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 도발에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대응하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대화를 강조하거나 북한에 한국의 진정성을 알아 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계속하는 것은 전략적 실수라고 본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의도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 중국에도 한국을 그들 맘대로 움직일 수 있다는 환상을 심어줬다. “전쟁은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북한은 오히려 ‘격려’로 받아들일 수 있다.

김민석=한반도 문제의 운전대를 잡을 실질적인 능력은 미국에 있다. 우리가 잡으면 중국에 개입할 명분만 주게 된다. 우리는 보조석에 앉는 게 가장 좋다. 이러다 자칫 보조석에도 앉지 못할 수 있다.

이영종=김대중·노무현 정부 때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좋았던 기억은 잊고, 추억은 책갈피에 넣고 엄중한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 김정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제안한 드레스덴 선언도 거부했다. 한국의 경제 지원은 이제 필요 없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미·일 정상을 만나선 압박이 중요하다고 해놓고 뒤돌아서면 대화를 얘기하고 있다. 이러다간 조만간 ‘북핵 위기에 어떻게 맞설 것이냐’라는 근본적 질문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있다.

김수정=동감이다. 지금의 중국은 시진핑의 중국이고, 지금의 북한은 김정은의 북한이며, 지금의 미국은 트럼프의 미국임을 직시해야 한다. 낙관과 희망은 자제하고 냉정하고 차갑게 현실을 바라봐야 할 때다.

김민석=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논란을 봐도 일관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과거에 기분 나쁜 친구가 지나갔던 길이라고 무조건 그 길은 안 가겠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금은 어느 길이 차를 제일 빨리 몰 수 있는 길인지만 고민해야 할 때다.

미국이 세컨더리 대북제재에 착수했다.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것이란 분석인데 향후 미·중, 북·중 관계는 어떻게 될까.
김민석=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압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중국이 미국의 압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실제로 상당한 경제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는 당 대회 이후 지도력 강화를 꾀하는 시진핑 주석에게도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수정=큰 구도로 볼 때 미국과의 대립이 심화될수록 중국은 한층 더 북한을 전략적 부채가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다. 중국은 어떻게든 대화 국면을 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한반도는 물론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주한미군 철수나 지위 변경을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이 꿈꾸는 중국몽(夢)의 대전제는 아시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김민석=중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부분이다. 반면 미국은 북한 비핵화가 1차 목표고 그 다음으로 중국이 더 이상 강력해지는 걸 막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북핵 카드를 활용해 중국을 잡겠다는 것이다.

이영종=김정은 3대 세습 체제를 전폭적으로 지지한 중국이 최근 북한에 대해 느끼는 배신감은 말로 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은 “때려도 우리가 때린다”는 식으로 여전히 후견 국가로서의 지위를 유지하려 할 것이다. 또 미국 주도의 대북 압박에 밀리지 않기 위해 유엔 차원의 제재는 충실히 이행하면서도 미국의 독자 제재에는 반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수준까지 제재 카드를 휘두를지가 향후 미·중, 북·중 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드 갈등, 미·중 타협 불가피

사드 배치 후 한·중 관계에 대한 전망은.
김민석=중국은 지정학적으로 사드를 한·미·일이 중국을 압박하는 일종의 ‘쐐기’라고 인식하고 있다. 중국은 한·미 동맹과 미·일 동맹이 합쳐져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만들어지는 걸 가장 우려한다. 그 핵심에 사드가 있다고 보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이영종=사드와 관련한 문재인 정부의 대미 공조가 첫 스텝부터 꼬이긴 했지만 짧은 기간에 유연성을 발휘해 입장을 수정한 것은 그나마 평가할 만하다.

김수정=한·중 관계도 수교 25주년을 맞아 그동안의 거품을 제거할 좋은 기회라고 봐야 한다. 그동안 지나치게 경제 우선 논리로만 중국에 접근한 결과 외교안보 측면이 간과된 점을 자성해야 한다. 오히려 차분해진 현재 상황이 바람직한 한·중 관계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란 주장도 많다.

이영종=사드의 불가역적인 배치는 이미 이뤄진 만큼 중국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우리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봐야 한다. 중국의 비공식적인 한류·관광 제한 등이 지속될 경우 중국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커질 수도 있다.

김민석=이참에 중국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야 한다. 그동안 중국은 자기 입장에서 대체 가능한 분야만 한국을 제재했다. 그런 점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미중 간 타협을 통해 해결될 수밖에 없다.

전술핵 재배치나 핵추진 잠수함 개발, 미 전략자산 상시·순환 배치 등 확장 억제력 강화 방안에 대한 논란도 뜨겁다.
김민석=실현 여부를 떠나 모든 옵션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내년에 핵을 실전 배치할 경우 전술핵 재배치 여론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핵잠수함 개발도 최소 8년은 걸리는 만큼 일단 연구개발부터 착수해야 한다.

이영종=그럼에도 정부가 국민의 불안  심리에 편승해 효과가 의문시되는 대안을 추진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욕을 좀 먹더라도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한 정책을 추진하는 게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다.

김수정=모든 대안을 열어놓는 게 맞다고 본다. 최근 한 일본 주요 신문의 칼럼을 보니 한국 내 핵 보유 반대 여론이 여전히 37%나 된다며 놀라워하더라. 그 정도로 국제사회는 북한 핵 위협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김민석=정부는 국민에게 현재의 위기 상황을 가감 없이 공개해야 한다. 위협은 위협대로 정확하게 알려 국민이 심리적으로 충분히 인식하고 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게 중요하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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