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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잠수함에 인류 절멸 무기…‘핵에는 핵’ 더 강력한 보복 압박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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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1호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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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한반도에 전개하는 전략자산

이르면 올 연말 한반도 주변에 순환배치를 시작한다는 미군 전략자산은 어떤 것이고 어떤 위력과 의미를 지녔을까. 지난달 25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 간 만찬 회동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연말부터 미군의 전략자산을 순환배치키로 했다”고 밝힘으로써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게다가 미국 상원은 핵무기를 장착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와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순항미사일을 실은 잠수함을 한반도 주변에 배치할 것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권고했다. 미 상원에서 지난달 18일 통과된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국방수권법안은 동맹국을 지키기 위해 미 본토와 같은 수준으로 적대국이 핵이나 재래식무기를 사용할 수 없게 막는 ‘확장 억제력’을 강화하도록 요구했다.

전략폭격기·전투기도 핵 장착 #공격용 잠수함엔 순항미사일 #핵전력이 다시 국제질서 좌우 #신냉전에 슬기롭게 대비해야

전략자산의 원래 의미는 적의 핵 도발에 대응하고 억제할 수 있는 핵 공격 능력이다. 적에게 강력한 보복 능력을 보여줘 핵 공격을 엄두도 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통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그리고 핵 폭격 능력을 갖춘 전략폭격기로 이뤄진다. 이러한 핵 능력 ‘삼지창’을 모두 갖춰야 비로소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다. ICBM은 통상 본국의 사일로에서 발사하므로 한반도 순환배치가 가능한 전략자산은 SLBM 또는 순항미사일 장착 잠수함과 항공전력이다. 항공전력을 싣고 다니는 항공모함도 당연히 포함된다.

미 항공전력은 그 자체로 핵 억제력

지난달 26일 미 공군의 장거리 폭격기 B-1B 랜서가 북한에서 멀지 않은 동해상 국제공역을 비행하며 무력시위를 벌였다. 사실 B-1B는 이미 1995년 핵무기 장착과 기폭용 하드웨어를 제거하고 더는 이를 싣지 않고 있다. 2010년 4월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러시아의 드미트리 메데베데프 대통령이 체코의 프라하에서 체결한 뉴스타트 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B-1B에 재래식무기만 싣기로 명시까지 했다. 다만 미 공군이 76대 운용하는 B-52 스트래토포트레스 폭격기, 21대 운용하는 스텔스 폭격기 B-2 스피릿에는 계속 핵무기를 탑재한다. 미국의 항공기용 핵폭탄으로는 3155발을 생산했던 B61과 650발을 제조했던 B83의 두 종류가 있다. 미군은 이를 전략폭격기는 물론 평소 전술항공기로서 미 해군이 항모에서 운용하는 F/A-18이나 공군이 가동하는 F-16이나 F-15 전투기에도 장착할 태세를 갖추고 있다. 핵으로 핵전쟁을 억제하는 미 항공전투력 자체가 핵 억제력인 셈이다.

‘수중의 비수’ 미사일 잠수함 전력

가장 은밀하고 강한 도발 억제력을 갖춘 전략자산은 수중전력, 즉 잠수함을 꼽을 수 있다. 항공기와 달리 발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실전배치된 미 해군의 모든 잠수함은 소형 원자로를 통해 추진력과 에너지를 얻는 핵추진 잠수함이다. 연료인 농축핵연료 재보급 없이 30년을 항해할 수 있으며 수중에서 산소와 물, 에너지를 무제한으로 얻는다. 승무원 정신건강과 식료품 보급이 제한점이지만 그래도 최장 6개월 연속 수중작전이 가능하다. 이에 따라 은밀하고도 강력한 억제력을 제공하는 전략무기 체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미국은 수중전력으로 1종류의 탄도유도탄잠수함(SSBN)과 3종류의 공격용잠수함(SSN)을 보유하고 있다. SSBN으로 오하이오급 18척을 운영하는데 이 중 4척은 순항미사일잠수함(SSGN)으로 개조했다. SSBN은 가공할 핵무기를 인류를 절멸시킬 수 있을 정도로 다량 싣고 다니는 전략잠수함이다. 함에 따라 각각 대형 핵탄두 8개를 장착한 트라이던트ⅠC4 SLBM(최대사거리 7400㎞) 24발이나, 각각 중형 핵탄두 12개를 장착한 트라이던트ⅡD5 SLBM(최대사거리 1만1000㎞) 24발씩 탑재할 수 있다. 그야말로 절대적인 보복 능력이다. 적이 선제적으로 핵 공격을 할 경우 수중에서 핵전력을 보존한 뒤 보복 공격을 가해 적을 절멸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누가 선제공격해도 결국 쌍방이 모두 파괴되므로 핵전쟁을 억제할 수 있다는 ‘상호확증파괴(MAD) 이론’을 뒷받침하는 SLBM 전력이다.

이론적으로 척당 192~288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지만 비용과 전략무기감축협정 등에 의해 적절하게 조절한다. 71년 제1차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Ⅰ)에 따라 미국은 ICBM 1000기와 SLBM 710기, 소련은 ICBM 1408기, SLBM 950기로 제한하기로 했다. 79년의 STARTⅡ에서 미국은 다탄두미사일 1200기, 전략폭격기와 미사일은 합쳐서 1320기로 제한하기로 했다.

잠수함에서 특수부대 출동도 가능

냉전 이후 오하이오급 중 4척은 순항미사일인 토마호크를 장착할 수 있는 SSGN으로 개조됐다. 척당 최대 154발의 토마호크를 실을 수 있다. 토마호크는 수직발사관과 어뢰발사관에서 모두 쏠 수 있으며 1250~2500㎞를 아음속으로 저공비행한다. 속도는 떨어지지만 저공비행 시 레이더 탐지가 어렵고 비행 중 방향을 조정할 수 있어 전술적 장점이 크다. 핵탄두도 달 수 있어 핵과 재래식 공격이 모두 가능하다.
오하이오급 잠수함은 대형 발사관을 통해 미사일은 물론 잠수정 등 은밀한 적진 침투작전을 수행하는 특수부대의 이동수단을 내보낼 수 있다. 다양한 작전 능력을 보유했으니만큼 적이 도발 엄두를 낼 수 없게 하는 억제력도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다. 그야말로 국제 정치의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전략무기인 셈이다.

미국의 최근 전쟁은 해군의 토마호크로 시작

핵무기를 장착하지 않는 공격용 잠수함으로는 1976년 첫 실전배치된 수중배수량 6927t의 로스앤젤레스급 36척, 97년 취역한 9138t의 시울프급 3척, 2004년부터 활동 중인 7800t의 버지니아급 13척이 있다. 각각 어뢰와 함께 수십 발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싣고 다녀 수중은 물론 대대적인 지상 공격도 가능하다. 걸프전과 이라크전 모두 미 해군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해 상대의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것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잠수함 전력은 적 영토에 가까운 물속 깊숙한 곳에서 최장 6개월 정도 대기하다 결정적 순간에 적의 수상 및 수중 전력을 제압하거나 지상 공격에 나설 수 있어 ‘수중의 비수’라 할 수 있다. 핵을 싣든, 싣지 않든 이러한 강력한 전력의 잠수함이 한반도 인근 해상에 있는 것만으로도 강력한 도발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적 영토에 가까운 수중에서 은밀히 대기하다 상대에게 대비할 틈을 주지 않고 수분 만에 지휘부나 미사일 발사대, 핵무기고를 강타할 수 있다.

전략자산 순환배치를 하게 되면 엄청난 핵무기를 운용할 수 있는 운반수단들이 한반도를 둘러싸는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된다. 핵전력이 다시금 국제질서를 좌우하는 엄중한 신냉전시대를 맞을 수밖에 없다. 동맹과 손발을 맞춰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세계사적 상황을 슬기롭게 풀어갈 실력이 절실하다.

채인택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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