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의 검찰’로 불리는 금융감독원이 실용금융정보 안내에 나선다? 그것도 ‘금융꿀팁’이라는 제목으로?
금감원, 실용금융정보 200선 안내 중 #조회 수 1위 '해외여행 시 금융꿀팁'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이 “공신력 있는 실용 금융정보 제공을 위해 ‘금융꿀팁 200선’을 차례로 발표한다”고 밝혔을 때만해도 반신반의했다. 과연 금감원이 나설만한 일이냐는 점부터 200개나 뽑아낼 게 있느냐는 의문까지, 회의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첫 번째 금융꿀팁이 나온 지 13개월이 지난 지금까지의 성적으로는 꽤 성공적이다. 금감원이 보도참고자료를 냈다 하면 주요 언론에 기사화될 뿐 아니라, 홈페이지에서도 클릭이 쏟아지는 인기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달 28일 68번째 금융꿀팁 자료가 나왔으니, 이제 3분의 1을 소화했다.
그래서 추석 명절 연휴를 맞이해 금융계의 ‘꿀 아이템’ 금융꿀팁을 다시 모아 살펴보기로 했다. 다만 68회는 너무 많아서 금감원에 요청해 조회 수(금감원 홈페이지와 ‘파인’ 조회 수 합산) 기준으로 ‘베스트 5’를 뽑아봤다.
1회 ‘현명한 신용관리 요령’부터 68회 ‘P2P 대출상품 투자 시 체크해야 할 포인트’까지, 총 68건 중 가장 많은 이들이 관심을 가진 5개의 금융꿀팁을 살펴보겠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1> 해외에서 신용카드 결제는 현지통화로
금융꿀팁 중 조회 수 1위는 ‘해외여행 시 챙겨야 할 금융꿀팁’이 차지했다. 금감원은 여행 성수기인 지난해 12월과 올 7월, 두 번에 걸쳐 해외여행 금융꿀팁을 안내했다. 긴 추석 명절 연휴에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들도 유용하게 활용할 만한 팁이다.
그중 핵심은 해외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는 현지통화로 결제하라는 점이다. 해외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현지통화가 아닌 원화로 물품대금을 결제(DCC, Dynamic Currency Conversion)하면 원화 결제수수료(약 3∼8%)가 물품 대금에 붙기 때문이다.
만약 결제 후 신용카드 영수증에 현지통화 금액 외에 원화(KRW) 금액이 표시되어 있다면, DCC가 적용됐다는 뜻이다. 이 경우 취소하고 현지 통화로 다시 결제해줄 것을 요청한다. 특히, 국내에서 해외 호텔 예약사이트 또는 항공사 홈페이지 등에 접속해 물품대금을 결제할 때 DCC가 자동으로 설정된 곳이 있다. 자동 설정여부 등을 확인하고 결제해야 나중에 추가 수수료 부담을 덜 수 있다.
환전에도 요령이 있다. 동남아시아 국가 등의 통화는 국내에서 현지통화로 바로 바꾸는 것보다 미국 달러화로 환전한 후 현지에 도착해 현지통화로 한 번 더 환전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미 달러화는 국내 공급량이 많아 환전수수료율이 2% 미만이지만, 동남아 국가 등의 통화는 유통물량이 적어 4~12%로 수수료율이 높기 때문이다. 국가별로 방글라데시는 4%, 태국ㆍ말레이시아 5%, 인도네시아 7%, 대만ㆍ필리핀 9%, 베트남 11.8%(지난달 말 KEB하나은행 ‘고객 매수 환전수수료율’ 기준) 등이다.
예를 들어 50만원을 베트남 돈(VND)으로 바꾼다고 하자(6월 말 기준 환율). 국내에서 바로 환전하면 약 888만VND로 바꿀 수 있다. 그런데 출국 전 원화를 달러로, 도착 후 달러를 VND로 이중환전하면 약 972만VND로 바꿀 수 있다. 환전우대율까지 감안하면 이중환전하는 게 훨씬 유리하다.
<2> 은행 우대혜택 100% 활용법
일명 ‘짠테크(짠돌이+재테크)’ 열풍이다. 소소하지만 모으면 큰 돈이 되는 금리·수수료 우대혜택 안내가 금융꿀팁 중 조회 수 2위에 올랐다.
직장인 A씨는 후배와 함께 해외출장을 가게 돼 인천공항에서 환전을 했다. 똑같은 금액을 환전했는데 후배는 환율우대를 받아 A씨보다 수수료를 적게 냈다. 이유를 알아보니 후배는 해당 은행의 주거래고객으로 등록돼 있어 할인 혜택을 받았다. 주거래고객 등록은 은행이 단골 고객에게 금리·수수료를 우대해주는 제도로, 월급통장·예금·대출과 신용카드 결제 등을 한 은행에 집중하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주거래고객 등록뿐만 아니라 가족실적 합산 요청을 해도 우대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족이 같은 은행을 이용할 경우 거래실적을 합산해 금리·수수료 우대 혜택을 주는 제도다. 가족 모두의 동의 하에 주민등록등본·가족관계증명서 같은 필요서류를 구비해 은행에 합산을 신청하면 된다.
직업·연령별 맞춤형 통장에 가입해도 우대혜택을 받는다. 직장인통장·실버통장·연금통장·청소년전용통장·가계부통장 등이 대표적이다. 청소년이 청소년통장을 만들면 이체수수료 면제, 환율우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연금수령자가 연금통장에 가입하면 금리우대와 창구수수료 면제 혜택이 주어진다.
예·적금 가입자라면 급전이 필요할 때 다른 대출보다 예·적금 담보대출을 쓰는 게 좋다. 예·적금 가입기간에 대출받을 수 있는 상품으로, 예·적금 금리에 연 1~1.5%포인트를 더 붙인다. 신용대출이나 카드 현금서비스보다 금리가 낮다.
<3>예적금 수익률 높이기 비법
은행권 짠테크 비법 2탄이다. 저금리 시대, 금리 0.1%포인트가 아쉽다보니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였다.
저금리라고 해도 다 같은 예ㆍ적금이 아니다. 발품을 팔아 특판 예금에 가입하거나 주거래 은행에서 추가 우대금리 혜택을 받으면 한 푼이라도 더 벌 수 있다.
일단, 발품보다 먼저 손품을 팔아야 한다. 은행에서 판매 중인 예·적금 상품은 1000여 개에 이른다. 이들 상품의 금리와 가입조건 등을 비교해 보는 것이 가장 먼저 할 일이다. 금융소비자정보 포털사이트 ‘파인(fine.fss.or.kr)’에 들어가 ‘금융상품 한눈에’ 코너를 클릭하면 현재 은행에서 판매중인 예·적금 상품을 금리가 높은 순서대로 찾아볼 수 있다. 파인을 통해 2~3개 상품을 선별한 뒤, 해당 은행 홈페이지나 점포를 방문해 구체적인 금리 조건 등을 확인한다.
은행들은 기본 예·적금 금리에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하는 특별판매(특판) 예·적금을 수시로 판매한다. 특판 예·적금은 기간을 정해놓고 파는 상품이라 파인에는 정보가 올라가지 않는다. 인터넷 검색 등을 통해 특판 여부를 확인한다.
은행들은 고객의 예금·외환·신용·체크카드·자동이체 등 거래실적에 따라 추가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따라서 금융거래를 여러 은행으로 분산하기보다 한 은행으로 집중할 경우 예·적금 가입시 더 많은 이자를 받을 수 있다. 자신의 주거래 은행에 추가 우대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는지를 문의한다.
만 63세 이상이라면 비과세 종합저축으로 예·적금을 가입한다. 최대 5000만원(원금 기준)까지 이자 수익에 대한 세금(15.4%)이 면제된다. 원래는 만 65세 이상이어야 비과세 종합저축에 가입할 수 있지만, 예외적으로 올해는 만 63세, 내년에는 만 64세 이상이면 가입 가능하다.
기간이 같다면 정기적금>자유적립식 적금>정기예금 순으로 금리가 높다. 자유적립식 적금은 돈 생기면 아무 때나 납입하면 되기 때문에 적금보다 부담이 덜하다. 월별 입금 가능 금액이 1000만 원 이하인 상품도 있다. 때문에 정기예금에 가입하려는 금액 중 일부를 자유적립식 적금에 분할하여 가입하면 조금이라도 이자를 더 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연 1.7% 짜리 정기예금과 연 1.9% 짜리 자유적립식 적금이 있다고 하자. 2000만 원 전체를 정기예금에 넣으면 34만 원의 이자가 나온다. 그러나 1500만 원을 정기예금에 넣고 500만 원을 자유적립식 적금에 넣으면 총 35만 원의 이자를 챙길 수 있다.
<4>보험은 보장성부터…사회초년생을 위한 금융꿀팁
아마도 젊은층에게 호응을 얻었을 것으로 보이는 ‘사회초년생을 위한 금융꿀팁’이 조회 수 4위를 기록했다.
사회초년생 김동수(30·가명)씨는 첫 월급날 종신보험과 변액보험에 가입했다. ‘요즘 이 정도는 필수’라는 보험설계사의 권유를 듣고서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한 달에 50만원이나 되는 보험료가 부담스러워졌다. 종신보험을 해지하려 전화를 건 김씨는 ‘지금 해지할 경우 해약환급금이 50%도 안 된다’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보험도 보험 나름이다. 가입할 때 꼼꼼히 따지지 않으면 후회할 일이 생긴다. 종신보험 등은 보험료에서 심사비, 보험모집인 수당 등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일정 기간이 지나야 원금을 보장받는다. 사회초년생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고 결혼·주택마련 등으로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적은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는 실손의료보험이나 상해보험 등 보장성 보험을 먼저 챙기고 고액의 종신보험이나 변액보험은 신중하게 가입해야 하는 것이 낫다.
취업을 했다면 주거래은행부터 정해야 한다. 시중은행은 거래 실적에 따라 우수 고객을 정하고, 금리 우대나 수수료 감면 혜택을 준다. 급여 자동이체·통신·카드 대금 결제·적금 가입 등 금융거래를 할 때 이곳저곳 다니기보단 주거래은행을 정해 집중적으로 거래하는 것이 유리하다.
카드는 신용카드보단 체크카드를 선택하는 게 낫다. 체크카드는 대출기능(현금서비스 등)이 없고 원칙적으로 예금 범위 내에서만 쓸 수 있다.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합리적인 소비를 강제하는 효과가 있다. 사용 실적에 따른 소득공제율(30%)도 신용카드의 두 배다.
신용등급에 관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 금융회사는 이 신용등급을 기초로 대출 가능 여부를 판단하고, 금리와 한도 등을 결정한다. 금융거래 실적이 많지 않은 사회초년생은 대부분 4~6등급에 속한다. 통신요금 성실납부 실적 등을 신용조회회사에 꾸준히 제출하면 가점을 받아 등급을 높일 수 있다.
<5>신용등급 무료로 조회하기
신용관리의 기본은 신용등급 확인이다. 그런데 ‘신용등급을 조회하기만 해도 등급이 하락한다’는 잘못된 정보 때문에 신용등급을 조회하기를 망설이는 사람들도 많다. 바로 이 부분을 명확히 알려주는 금융꿀팁이 베스트 5에 올랐다.
결론적으로 신용등급을 조회했다고 해서 등급이 하락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신용등급 조회 사실이 등급에 영향을 줬지만 2011년 10월부터 등급 조회 사실이 신용평가에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개선됐다. 개인 신용등급은 CB사인 나이스평가정보와 코리아크레딧뷰로가 금융거래실적 등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책정한다.
신용등급 조회 방법도 어렵지 않다. 두 CB사가 운영하는 나이스지키미(www.credit.co.kr), 올크레딧(www.allcredit.co.kr) 사이트에 접속하면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비용도 없다. 1인당 4개월에 한 번씩, 1년에 총 3회까지 무료 조회가 가능하다. CB사에 추가 비용을 내면 1년에 4회 이상 볼 수도 있다.
신용등급에 대한 이의 제기도 할 수 있다. 자신의 신용등급이 제대로 산정돼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면 각 CB사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설명을 요구할 수 있다. 고객센터 전화번호는 나이스평가정보가 1588-2486, 코리아크레딧뷰로가 02-708-1000이다.
각 CB사로부터 자신의 신용등급을 산정한 이유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에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금감원 민원센터(국번없이 1332)에 이의제기를 하면 된다. 금감원은 이의제기 내용이 타당한지 여부를 조사한 뒤 민원인에게 결과를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