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세를 보이는 듯하던 한국 경제에 이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소비와 투자가 감소세로 돌아선 데다 공사실적을 보여주는 건설기성도 줄었다. 세 지표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2016년 9월 이후 11개월 만이다. 산업 생산도 전달 수준에서 멈춰 섰다.
지난달 산업지표 일제히 내리막 #8·2 대책으로 건설 수주도 줄어 #정부선 “성장률 3% 문제없다” #전문가 “기업들 투자 심리 악화 #혁신 성장 같은 대책 내놓아야”
통계청이 29일 발표한 ‘8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매판매는 전월보다 1% 줄었다. 소매판매는 지난 6월(1.3%), 7월(0.1%) 2개월 연속 증가하다가 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설비투자도 한 달 전보다 0.3% 줄었다. 7월(-5.1%)에 이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설비투자가 2개월 연속 줄어든 건 지난해 10월 이후 처음이다.
건설 경기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달 건설기성은 전달보다 2% 감소했다. 7월에는 전달보다 3% 올랐는데 2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건설수주도 1년 전 같은 달보다 3.4% 감소했다.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이 향후 건설 경기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건설 경기를 보여주는 주요 지표가 모두 부진한 셈이다.
지난달 전체 산업생산의 전월 대비 증가율은 0%였다. 6월에 0% 증가율을 기록한 뒤, 7월 1% 늘었으나 다시 주춤거렸다. 지난달 광공업생산은 전달보다 0.4% 늘었다. 여전히 반도체 쏠림이 심했다. 반도체 생산은 전달보다 12.4% 늘었다.
하지만 기타 운송장비(-18.5%), 자동차(-4%) 등 주요 산업생산은 뒷걸음질쳤다. 서비스업 생산은 0.1% 늘었다. 도소매(-0.4%), 예술·스포츠·여가(-2.8%)에서 생산이 줄었고 보건·사회복지(1.1%), 전문·과학·기술(1.3%)은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인 관광객 감소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60억6000만 달러(약 6조9000억원)로 2013년 3월 이후 66개월 연속 흑자 다.
하지만 서비스수지 적자는 큰 폭으로 증가했다. 8월 서비스수지 적자는 23억3000만 달러(약 2조7000억원)로 지난해 8월(15억 달러)보다 급증했다. 여행수지가 나빠진 탓이다. 8월 여행수지는 14억1000만 달러 적자로 집계됐다.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7월(17억9000만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지난해 같은 달(12억8000만 달러)과 비교해도 10% 증가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갈등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 때문이다. 지난달 한국을 찾은 중국인 입국자(33만9000명)는 1년 전보다 61.2% 줄었다.
정부는 아직까지 3% 성장 달성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기재부는 이날 ‘8월 산업활동 동향 및 평가’ 자료를 통해 “8월 산업활동에서 소비는 조정을 받았으나, 세계 경제 개선에 따른 수출 호조 등에 힘입어 광공업·서비스업 생산은 회복 흐름을 지속했다”며 “북한 이슈, 통상 현안 등 대내외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애초 예상했던 3% 성장경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경기 흐름에 부정적인 요소가 더 많다고 진단한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주요 지표가 좋지 않은 가운데 반도체 착시 효과를 감안하면 대다수 업종이 부진을 겪고 있다고 봐야 한다”며 “반도체를 뺀 업종에서 투자 확산을 기대하기 어렵고 부동산 규제를 감안하면 향후 건설 경기는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배현기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 내수 회복세가 더딘 가운데 소득주도성장 방침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 등의 정책이 기업의 투자 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정부가 3% 성장률 자체에 연연하기보단 실효성 있는 혁신 성장 대책 마련과같이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를 바로잡는 데 중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