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정의당 의원의 한반도 위기 해법
“한국을 위해 기도할게요.” 지난주 유럽 출장 때 자주 들은 말이다. 익숙해진 우리는 무덤덤할지 모르지만 밖에서는 안 그렇다. 한반도에 전쟁이 임박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많다. 현 상황에 대한 분석과 진단은 나올만큼 나왔다. 문제는 해법이다. 당장 전쟁의 참화를 막아야 하고, 근원적 해법도 찾아야 한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 군사안보통인 김종대(50) 정의당 국회의원에게 해법을 물었다. 인터뷰는 지난 2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6개월 내 제재ㆍ압박 효과 없으면 # 트럼프, 대북 군사 행동 강행할 것 # 내년 2~3월이 한반도 위기 분수령 # 중국 반대하면 미국도 북 공격 못해 # # 오락가락 정책 혼선으로 위기 심화 # 유용한 ‘쌍중단’ 카드 스스로 날려 # 문정인 특보, 대통령에 정치적 부담 # 서훈 국정원장이 안보 사령탑 적임
- 현재의 한반도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 우선 궁금하다. 전쟁 직전의 위기 상황인가. 아니면 아직은 파국을 피할 시간이 있다고 보나.
“군사적 충돌 상황으로 가고 있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달초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게 6개월 앞을 상정해 대북(對北) 군사 옵션을 만들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는 얘기를 최근 미국 지인한테서 전해 들었다. 외교ㆍ경제적으로 최대한 북한을 압박해 보되 그 때까지 효과가 없으면 군사적 행동을 강행한다는 것이다. 6개월 후인 내년 2~3월이 전쟁 여부를 판가름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 군사적 옵션을 준비한다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지 않은가.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는 수사적 표현이 시사하는 군사적 옵션과는 차원이 다르다. 무력 사용을 전제로 한 옵션을 의미한다. 최근 중국을 방문해 당ㆍ정(政)ㆍ군(軍)의 다양한 인사들과 만났는데 그들도 내년 2~3월이 고비라고 하더라. 지난달 중국을 갔던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이 11월 다시 방중한다는 소식이 심상치 않게 들린다. 군사적 옵션을 놓고 중국과 조율하는 게 주목적 아닐까 싶다.” =
- 핵무력 완성을 향해 마지막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김정은과 이를 막으려는 트럼프가 벌이는 치킨 게임에 한국이 끼어들 여지는 거의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기에는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나 절박하고 엄중하다. 김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나라면 우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나겠다. 북ㆍ미 사이에서 우리의 역할 공간을 찾으려면 중국이란 우회로를 이용하는 수밖에 없다. 중국이 반대하면 미국도 북한을 공격하기 어렵다. 지금은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는 일이 급선무다. ”
-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ㆍ사드) 체제 문제로 한ㆍ중 관계가 최악인데 그게 가능할까.
“문 대통령이 먼저 최대한의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 사드의 레이더가 중국을 탐지하지 않는다는 기술적 보장을 문 대통령이 직접 시 주석에게 할 필요가 있다. 내달로 예정된 19차 중국 공산당 대회가 끝나는 타이밍이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접촉해 관계 개선을 도모할 적기다.”
- 그동안 그런 설명을 하려 해도 중국이 아예 귀를 닫지 않았나.
“문 대통령이 직접 하는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 북한 핵ㆍ미사일 문제에 대해 문 대통령은 발상의 전환을 통한 창의적 해법을 외교안보팀에 주문했다. 하지만 현 정부는 이전 정부와 다를 것 없는 관성적 대응으로 일관하며 속수무책으로 상황에 끌려가고 있다. 야권을 중심으로 외교안보라인의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지금은 누가 맡아도 뾰족한 수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란 반론도 있다. 김 의원 생각은 어떤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사람이 바뀌면 정책도 달라질 수 있다. 처음부터 제대로 된 인사가 외교안보 사령탑을 맡아 일관된 방향으로 끌고 갔더라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악화되진 않았을 것이다. 처음에는 대화와 압박을 병행한다고 했다가 타당한 설명도 없이 어느 순간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라고 하고 있다.”
- 북한의 도발 강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기 때문 아닌가.
- “내 말은 정부의 정책이 오락가락 한다는 점이다. 지금은 대화할 상황이 아니라고 하더니 지난달 한ㆍ미 합동군사훈련 때는 슬그머니 참가 병력을 축소하고, 미국의 전략자산도 전개하지 않았다. 한국이 미국을 설득한 결과로 알고 있다. 그런 ‘성의’ 표시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보란듯이 일본 상공을 통과하는 두 차례의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6차 핵실험을 강행하는 등 더 큰 도발을 감행했다. 소득 없이 한ㆍ미 합동군사훈련 카드만 허비한 꼴이다.”=
-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 동결과 한ㆍ미 합동군사훈련의 축소 또는 중단을 교환하는 이른바 ‘쌍중단(雙中斷)’은 문 대통령 취임 초기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워싱턴 발언 파문으로 이미 효력을 잃은 카드 아닌가.
“쌍중단은 사실 북한이 먼저 내놓았고, 미 외교협회(CFR) 정책 보고서에도 들어가 있는 제안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지지하는 카드다. 그런 맥락에서 문 특보도 워싱턴에서 쌍중단을 언급했던 것이다. 그럼에도 청와대는 문 특보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긋고 경고 조치까지 내렸다. 유효하게 쓸 수 있는 카드를 정부 스스로 날렸다. 보수 매체들의 거센 비판에 화들짝 놀란 청와대 비서실이 서둘러 그렇게 입장을 정리했다고 들었다.”
- 참모들이 그런 권유를 해도 대통령 생각이 확고하다면 그냥 갈 수 있는 것 아닌가.
“그 점은 나도 미스테리라고 생각한다. 내가 전해 듣기로는 문 대통령도 사석에선 문 특보 발언이 뭐가 잘못됐느냐는 견해를 보였다고 한다. 그렇기에 더더욱 미스테리라는 것이다.”
- 그게 아니어도 쌍중단 카드는 이미 시효를 다한 것 아닌가. 몸값이 천정부지로 오른 북한이 받을 까닭이 없지 않나.
“그래서 더욱더 아쉽게 생각한다. 쌍중단 카드를 정부가 제대로 활용했다면 사태가 이 지경으로 악화되는 걸 막을 수도 있었지만 지금은 다 지나간 얘기가 돼 버렸다.”
- 김 의원이 보는 현 외교안보라인의 문제점은 무엇인가.
“정보 실패, 소신 부족, 시스템 부재가 겹쳐 있다. 북한의 행동을 예측하는 데 번번히 실패하고 있다. 외교부 출신 관료들은 ‘메이크업’의 귀재들이다. 소신을 갖고 큰 그림을 그리기보다 그때 그때 상황 관리에만 신경을 쓴다. 워싱턴에서 나오는 여러 정보들 가운데 부정적인 것들만 침소봉대(針小棒大)해 대통령을 오도(誤導)하기도 한다. 대통령의 자신감을 참모가 충전시키는 게 아니라 오히려 방전시키는 경우다. 외교안보 부처들에 축적된 역량과 지식을 최대한 활용하는 시스템도 제대로 작동이 안 되고 있다.”
- 만일 김 의원이 대통령이라면 외교안보 사령탑을 누구에게 맡기겠는가.
“처음부터 문 특보나 서훈 국정원장에게 맡겼다면 상당히 양상이 달랐을 것이다. 워싱턴 발언 파문으로 상처를 입은 문 특보는 잇딴 소신 발언으로 지금은 오히려 문 대통령에게 정치적 부담이 되고 있다. 이를 알기에 그도 특보직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걸로 알고 있다. 북한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경험, 외교안보에 대한 식견 등으로 보아 현재로선 서 원장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본다.”
- 미국이 어떤 제재와 압박을 해도 김정은은 핵무력 완성까지는 기어코 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 의원도 그렇게 보나.
“북한이 핵 개발에 나선 것은 ‘포위 심성(seized mentality)’ 에 주로 기인한다. 주변 강대국과 경제력 면에서 월등한 남한에 둘러싸여 있는 데다 중국이나 러시아와의 관계도 닫혀 있기 때문에 살아남으려면 핵무기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다. 주변 아랍국들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이 핵을 개발한 심리와 비슷하다. 이스라엘은 미국도 믿을 수 없다고 보고 핵 개발에 나섰다. 북한의 비핵화는 그들의 포위 심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의 문제이지 강경책이냐 온건책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 북한의 핵무장 완성을 전제로 해법을 모색할 때라는 견해도 많다.
“문 대통령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무기화가 ‘레드라인’이라고 했지만 나는 그 때가 오히려 ‘그린존(green zone)’이 시작되는 타이밍이라고 본다. 북한이 핵무장을 완성하는 순간 제재와 압박은 더이상 의미가 없어진다. 따라서 무력을 통한 북한 체제 붕괴냐 대타협이냐로 문제가 단순화된다. 북핵 문제의 실질적이고 근원적인 해법으로 가는 길은 그 때 비로소 열릴 수 있다고 본다.”
- 핵무장 완성 이후 북한의 협상력은 지금과는 차원이 달라질 것이다. 강력한 레버리지를 가진 유리한 입장에서 미국이나 한국과의 협상을 주도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 자체 핵무장으로 ‘공포의 균형’을 꾀하는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김 의원 생각은 어떤가.
“미국이 제공하는 핵우산 이상의 강력한 억지력은 없다는 게 나와 정의당의 일관된 입장이다.”
- 문제는 북한이 ICBM으로 미국을 위협할 경우에도 과연 미국이 로스엔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를 포기하고 핵우산으로 한국을 지켜줄 것이냐는 점이다.
“냉전 시절 프랑스의 샤를 드골 대통령이 독자적 핵무장에 나선 것은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었다. 미국의 상대가 소련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경우는 다르다. 북한이 무서워서 미국이 한국을 포기한다는 발상은 망상(妄想)이다. 한국의 핵무장은 남북 관계나 한반도 차원을 넘어서는 문제다. 우리가 견디기 힘든 정치ㆍ 경제적 압박과 제재가 쏟아질 게 불보듯 뻔하다. 그걸 감당할 능력과 자신만 있다면 나도 핵무장에 반대하지 않겠다.”
-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여야를 떠나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대처하는 게 맞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 국내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따라 사분오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누구 책임이라고 생각하나. 대통령의 리더십 탓인가.
“엊그제 문 대통령이 5당 대표를 초청한 만찬 모임에 불참한 당이 어느 당인가. 국가안보를 최우선 가치로 여긴다는 자유한국당 아닌가. 엄중한 안보 상황에 대한 논의를 해보자고 만든 자리다. 그렇다면 당연히 가서 할 말은 하고, 따질 건 따졌어야 한다. 이를 통해 조율된 한 목소리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모습을 보였어야 한다. 홍준표 대표의 책임이 크다.”
- 이 기회에 문 대통령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위기 관리 리더십을 강조하고 싶다. 더이상 우왕좌왕 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미국이나 중국에도 당당하게 할 말은 해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의 생사가 달린 문제인만큼 트럼프도, 시진핑도 우리의 의견을 무시하긴 어렵다. 한반도 문제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라는 주인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그래야 ‘코리아 패싱’이란 말도 안 나온다. 위기 관리에 실패한다면 문 대통령의 정치생명은 그걸로 끝이다. 국민의 안전을 배수진 삼아 사즉생의 각오로 임해야 한다.”
S 박스 진보진영 최고 군사 전문가 vs 진영논리 충실한 사이비 전문가
“파출소 피하니 경찰서가 나왔다.” 지난해 4ㆍ13 총선에서 김종대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자 국방부와 군(軍) 쪽에서 나왔다는 반응이다. 19대 국회에서 ‘군 저격수’로 활약했던 김광진 의원(더불어민주당)의 공천 탈락으로 한숨 돌렸던 군 관계자들이 20대 국회에 입성한 김 의원을 보고 다시 시름이 깊어졌다는 후문이다.
김 의원은 외교안보의 불모지나 다름 없는 진보 진영에서 드물게 군사안보 전문가로 통한다. 청와대 행정관과 국방장관 보좌관을 지내며 쌓은 실무 경험과 군사 전문잡지를 만들며 터득한 지식과 안목을 높이 산 정의당이 비례대표 후보로 영입했다. 방산 비리, 병영 내 부조리, 군 인권 문제 등이 그의 주 관심분야.
군 출신 전문가나 ‘밀덕(밀리터리 덕후)’들 사이에서는 그에 대한 비판론도 많다. 무기체계에 대한 전문 지식과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진영논리에 입각해 무책임한 주장을 펴고 있다는 것. 김 의원은 “군사와 국방은 내가 세상을 보는 창문일 뿐”이라며 자신의 주장에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을 ‘쿨’하게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