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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아시아 최장 하동 짚와이어…패러글라이딩+청룡열차 같아

중앙일보

입력

경남 하동군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해상 국립공원 모습. 위성욱 기자

경남 하동군 금오산 정상에서 바라본 한려해상 국립공원 모습. 위성욱 기자

“악~”. 26일 오전 경남 하동군 금오산(849m) 정상에 올라서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곳은 지난 14일 하동군이 아시아에서 가장 긴 짚 와이어(3.18㎞)를 설치한 곳이다. 짚 와이어 출발대에 앉은 사람들은 하나같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무서워요”라거나 “흥분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출발하는 순간에는 하나같이 탄성을 내질렀다.

금오산에서 설치된 짚와이어 출발대에서 한 탑승객이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위성욱 기자

금오산에서 설치된 짚와이어 출발대에서 한 탑승객이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위성욱 기자

기자도 낙하산을 탈 때 입는 것과 비슷한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짚 와이어 출발대에 앉자 두려움이 엄습해왔다. 발아래로 급경사의 낭떠러지가 펼쳐져 있어서다. 멀리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풍광이 펼쳐져 있었지만, 그것을 쳐다볼 마음의 여유는 없었다. 매달린 줄은 안전한지, 얼마 정도의 속도로 튕겨 나갈지 가늠을 할 수 없어서다.

지난 14일 경남 하동군에 아시아에서 가장 긴 짚 와이어 설치 #패러글라이딩과 청룡열차를 합쳐놓은 것 같은 스릴 느낄 수 있어 #기상이 좋을 때만 하루 100명만 탈 수 있어 연일 만원 사례 #내년 연말 케이블카 완공되면 하동군 새로운 레포츠 메카로 떠오를 듯

잠시 뒤 옆에 선 안전요원의 카운트 다운이 끝나자 순간적으로 몸이 아래로 떨어지며 빠른 속도로 튕겨 나갔다. “와~”하는 탄성이 저절로 나왔다. 놀이공원의 청룡열차를 타고 오르막으로 올라갔다가 순간적으로 내려갈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그런 뒤 몇 초가 흐르자 안정감이 찾아왔다. 주변의 아름다운 풍광이 보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패러글라이딩을 타며 하늘을 나는 기분과 비슷할 것 같았다. 발아래로 까마득히 보이는 숲의 풍경을 보면서 내려가는데 중간쯤 지나자 속도가 서서히 줄어드는 느낌이 들었다. 걱정과 달리 도착 지점에 다 갔을 때는 속도가 거의 줄어 있어 충격은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급경사로 내려오던 와이어 줄이 중간 이후부터 완만해져서다.

짚 와이어를 타고 1구간을 막 출발한 한 탑승객 모습. 손을 놓고 누우면 속도가 더 빨라지고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위성욱 기자

짚 와이어를 타고 1구간을 막 출발한 한 탑승객 모습. 손을 놓고 누우면 속도가 더 빨라지고 하늘을 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위성욱 기자

이곳에 설치된 짚 와이어는 와이어에 매단 줄을 타고 무동력으로 활강하듯 내려가는 놀이시설이다. 국·도비·군비 33억원이 투입돼 2015년 6월 공사에 들어가 지난달 완공했다. 이후 시운전을 거쳐 지난 14일부터 일반인에게 개방했다. 하동군은 민간업체인 하동 알프스레포츠에 운영을 맡겼다. 짚 와이어는 산 정상에서 금남면 경충사 인근까지 2개 라인 3개 구간으로 나뉘어 있다.

1구간 732m, 2구간 1487m, 3구간 967m 길이다. 경사가 심한 곳은 최고 시속이 120㎞가 나온다는 것이 하동군 설명이다. 탑승객들은 금오산 아래에 있는 하동군청소년수련원 인근 매표소에서 표를 끊은 뒤 12인용 승합차를 타고 금오산 정상에 올라 짚 와이어를 탈 수 있다.

1구간을 타고 나면 두려움 보다는 기대감이 더 커진다. 실제 생각보다 무섭지 않고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어서다. 특히 2·3구간은 길이도 길고 경사도 완만해 처음 출발할 때는 1구간과 비슷하게 빠른 속도로 나가지만 중간 이후부터는 속도가 완만해져 금오산 주변의 아름다운 풍경을 즐기며 패러글라이딩을 타는 느낌이 든다. 중국에 살며 한국에 가족들과 휴가차 온 박광영(46)씨는 “패러글라이딩을 탈 때 하늘을 나는 기분과 롤러코스터 같은 빠른 속도를 함께 느낄 수 있어 넘 좋았다”며 “하동에 아시아에서 가장 긴 짚 와이어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왔는데 넘 만족했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짚 와이어 1구간을 출발해 도착지점으로 가고 있는 탑승객의 모습. 위성욱 기자

짚 와이어 1구간을 출발해 도착지점으로 가고 있는 탑승객의 모습. 위성욱 기자

짚와이어 3구간을 타고 내려오고 있는 탑승객들. 각 구간마다 중간쯤 오면 경사가 완만해서 자동으로 속도가 줄어든다. 위성욱 기자

짚와이어 3구간을 타고 내려오고 있는 탑승객들. 각 구간마다 중간쯤 오면 경사가 완만해서 자동으로 속도가 줄어든다. 위성욱 기자

개장한 지 2주일 정도가 지났지만 벌써부터 짚 와이어는 큰 인기다. 짚 와이어는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15분까지 하루 10회 총 100명만 탑승 할 수 있다. 비가 오거나 바람이 많이 불면 안전상의 이유로 운행이 중단 돼 체험 하기가 쉽지 않다. 예약은 되지 않고 현장에서 선착순으로 탈 수 있어 더 그렇다. 거제에서 온 송연희(52·여)씨는 “3차례나 짚와이어를 타기 위해 왔는데 마감이 끝났거나 기상이 좋지 않아 못 타다 오늘에야 겨우 타게 됐다”며 “기대가 커서 그런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짜릿했다”고 말했다.

 짚 와이어 탑승 시간은 5분 정도지만 보호장구를 착용한 뒤 안전교육을 받고 구간별로 이동하는 시간을 합치면 3개 구간을 다 도는데 30분 정도가 걸린다. 비용은 평일 기준 4만원(주말·휴일 4만5000원)이다. 하동군민과 장애인·국가유공자 등에게는 30% 할인해 준다.

전양수 하동군 문화관광실 관광개발담당이 금오산에 설치된 짚 와이어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전양수 하동군 문화관광실 관광개발담당이 금오산에 설치된 짚 와이어의 안전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한 탑승객이 3구간 도착 지점에 다다르자 미리 와 있던 가족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한 탑승객이 3구간 도착 지점에 다다르자 미리 와 있던 가족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현재는 도착지점에서 승합차로 탑승객들을 다시 매표소로 데려다 준다. 하지만 내년 말 금오산에 케이블카가 완공되면 승합차 대신 케이블카를 타고 정상으로 이동할 수 있다. 이 케이블카가 완공되면 하동군이 금오산 일대에 추진 중인 세계 최고 수준의 종합 어드벤처 레포츠 단지 조성이 사실상 마무리 된다. 하동군은 앞서 지난해 10월 금오산 일대에 레포츠 시설인 빅 스윙·파워 팬·퀵 점프 시설도 설치했다.

지난해 하동군 금오산 일대에 설치된 빅스윙 모습. [사진 하동군]

지난해 하동군 금오산 일대에 설치된 빅스윙 모습. [사진 하동군]

지난해 하동군 금오산에 설치된 퀵 점프 모습. [사진 하동군]

지난해 하동군 금오산에 설치된 퀵 점프 모습. [사진 하동군]

빅스윙은 바이킹과 비슷한 형태로 움직이는 놀이시설이다. 이용객이 높이 24m 줄에 매달려 올라간 뒤 출발장치를 누르면 길이 25m의 줄에 매달려 자유낙하한 뒤 반원을 그리며 앞 뒤로 오가는 스릴을 느낄 수 있다. 파워 팬과 퀵 점프는 번지점프와 비슷하다. 높이 12m 줄에 매달려 아래로 떨어지면서 스릴을 느낄 수 있다. 높이 9~10m까지는 아무런 제동장치가 가동되지 않은 채 자유낙하하다가 이후 자동으로 속도가 줄어들면서 지면에 닿는 놀이시설이다.

하동군 금오산에 설치된 어드벤처 레포츠시설 건물. 위성욱 기자

하동군 금오산에 설치된 어드벤처 레포츠시설 건물. 위성욱 기자

윤상기 하동군수는 “이번에 새로 설치된 짚와이어 등 이곳의 놀이시설은 남녀노소 누구나 안전하게 즐 길 수 있는 시설들이다”며 “내년 연말 금오산 케이블카까지 추가로 건설되면 하동군이 세계 최고 수준의 어드벤처 레포츠 메카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동=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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