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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조민호의 이렇게 살면 어때(24) “몸이 하늘이다. 공물 바치듯 먹어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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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뜻을 다 알 수 없듯 몸 속의 사정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사진 조민호]

하늘의 뜻을 다 알 수 없듯 몸 속의 사정도 우리는 알 수 없다. [사진 조민호]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몸이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아니면 내가 몸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

몸이 내 말을 듣는 게 아니라 #내가 몸의 말을 들어야 한다

밀양에 있는 선산으로 벌초를 다녀왔다. 손에 익지 않은 예초기를 반나절 동안 두 어깨에 메고 벌초를 하고 돌아온 다음 날 아침 온몸이 쑤시지 않은 곳이 없다. 미뤄둔 일을 하려고 일어나려 해도 일어날 수가 없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아무리 고삐를 당겨도 제자리에 서서 꿈쩍 않는 고집쟁이 소처럼 쇠고집을 부린다. 쉬고 싶다는 말이다. 쉬라는 얘기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주인은 내(뇌, 정신, 또는 생각을 일으키는 누군가)가 아니다. 몸이다. 통제할 수도 없고 오히려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몸이 주인이다. 네(뇌, 정신, 또는 생각을 일으키는 누군가)가 뭔 일이 있든 주인(몸)이 죽겠으니 움직이지 말고 쉬라는 거다.

주인님은 조금이라도 불편하면 헛기침하듯 경고를 보낸다. 아랫배로, 옆구리로, 가슴 깊숙이로. 경고를 가볍게 여기면 더 강하고 지속적인 통증을 보낸다. “오, 이것 봐라. 계속 술 마실 거지? 계속 담배 피울 거지? 계속 말 안 듣고 이상한 음식 입으로 구겨 넣는다 이거지? 맛 좀 봐라~” 하고 탈을 낸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병원으로 달려가 통증을 죽인다. 몸의 소리에 귀를 막아버리는 꼴이다.

추석이 코앞이라 추수가 코앞이다. 건강한 공물이 나 데려가쇼~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조민호]

추석이 코앞이라 추수가 코앞이다. 건강한 공물이 나 데려가쇼~ 하고 고개를 숙이고 있다. [사진 조민호]

몸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늘의 뜻을 짐작만 하듯 몸속의 사정에 우리는 까막눈이다. 하늘의 뜻에 따라 살면 축복을 받듯이 몸이 보내는 시그널에 충실히 귀 기울이면 건강하게 오래 산다. 그러니 몸이 주인이고 하늘이다.

몸은 우리를 버릴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몸을 버리고 살 수가 없다. 몸은 다시 흙으로 돌아가 다른 생명의 주인이 되어 떵떵 거리며 살 수 있지만 몸 없는 우리는 얻어먹을 데 없는 유기견 신세가 되고 만다.

그러니. 몸의 소리를 들어야 하고 몸이 하늘이니 마치 하늘에 공물을 바치듯 먹어야 한다. 오래된 음식은 먹지 말아야 하고,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보내면 더 먹지 말아야 하고, 입이 원하는 것을 먹기 전에 몸이 원하는 걸까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먹어 보고 주인님이 “에잇, 이거 아니다” 하고 뱃속에서 신호를 보내면 다음엔 먹지 말아야 한다. 공물이 시원찮으면 은총이 내려올 리가 없지 않나.

10분 전까지 땅에서 열심히 영양을 빨아 들이던 고추와 상추를 앞에 놓고, 몇 시간 전까지 소나무 밑에서 수줍게 손길을 기다리던 송이를 따다 구워 먹었다. 아침에 딴 사과를 깎아 디저트로 마무리~

주인님께서 한마디 해주신다. “잘 했다, 치타~”

조민호 포월침두 주인 minozo@naver.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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