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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갈릴리로 성지순례? 곳곳이 레저 포인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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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갈릴리는 이스라엘 최대 호수 이름이다. 동시에 시리아·레바논·요르단과 국경을 맞댄 이스라엘 북부 지역을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예수가 성장하고 열두 제자와 함께 활동한 곳이어서 기독교인 사이에선 성지순례지로 유명하다. 그런데 사실 갈릴리는 꼭 기독교인이 아니어도 흥미로운 곳이다. 거대한 호수는 수상 레포츠를 즐기기 좋고, 비밀스러운 예술·미식 명소도 많다.

갈릴리 호수에서 노는 법

웬만한 관광지 뺨치는 반전 매력 #이스라엘 최대 호수 갈릴리에선 #매년 1.5㎞와 3.5㎞ 횡단 대회 #라오스 블루라군 같은 요단강 #돌산에 자리잡은 염소치즈 농장도

9월 16일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에서 수영대회 ‘갈릴리 크로싱’이 열렸다. 건장한 장년뿐 아니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1만여 명이 참가해 성서에 바다로 묘사된 드넓은 호수에서 수영을 즐겼다.

9월 16일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에서 수영대회 ‘갈릴리 크로싱’이 열렸다. 건장한 장년뿐 아니라 어린이부터 노인까지 1만여 명이 참가해 성서에 바다로 묘사된 드넓은 호수에서 수영을 즐겼다.

9월 16일 이른 아침부터 갈릴리 호수 남쪽 도시 키네렛의 교통이 꽉 막혔다. 올해 64회째를 맞은 수영대회 ‘갈릴리 크로싱’이 있어서였다. 코스는 1.5㎞와 3.5㎞ 단 두 개뿐. 그중 1.5㎞를 선택했다.

갈릴리 크로싱은 아마추어를 위한 행사다. 출발 신호도 따로 없이 오전 중 자유롭게 출발해 도착점에 닿기만 하면 된다. 출발지인 마아간 키부츠(유대인 집단농장으로 호텔·레저 시설을 운영하기도 한다)에

1만여 명이 모였다. 허리에 튜브를 두른 꼬마와 노인도 많았다.

인파를 따라 호수에 발을 담갔다. 100m를 걸으니 물이 목까지 차올랐다. 이제 시작이다. 다행히 200m마다 쉼터가 있었다. 수십 명이 대롱대롱 매달려 쉬고 있는 첫 번째 쉼터까지는 괜찮았다. 잠깐 숨을 고른 뒤 다시 팔을 저었다.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쉼터에 걸터앉아 5분을 쉬었다. 이렇게 계속 쉬면서라도 끝까지 가야 할까? 일단 다음 쉼터까지 더 가보기로 하고 물에 뛰어들었다. 50m 즈음 갔을 무렵 급격히 팔에 힘이 빠지기 시작했다. 구조보트가 다가왔다. “보트에 타겠나?” 손사래를 쳤지만 코스를 벗어나 옆으로 조용히 빠졌다. 아쉽지만 포기했다.

자원봉사자 차를 타고 도착 지점인 체마크 비치로 이동했다. 라이브 공연이 진행 중인 호숫가는 축제장을 방불케 했다. 다행히 중도 포기자에게도 간식과 메달은 줬다. 여러 사람에게 소감을 물었는데 예루살렘에서 온 팔레스타인인 루피의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수영강사인 그는 이번이 36번째 참가다. 세 딸, 제자 10명과 함께한 그는 “우리 팔레스타인인은 수영을 배울 기회가 많지 않은데 아이들과 제자들이 수영을 마음껏 즐기길 바라서 데리고 왔다”며 “수영은 행복 그 자체”라고 말했다.

동남아 온 듯한 요단강 휴양지

시리아 헤르몬산에서 발원해 갈릴리호를 거쳐 남쪽으로 흐르는 요단강은 카누를 즐기기 좋다. 옥빛 강물이 맑고 잔잔하다.

시리아 헤르몬산에서 발원해 갈릴리호를 거쳐 남쪽으로 흐르는 요단강은 카누를 즐기기 좋다. 옥빛 강물이 맑고 잔잔하다.

갈릴리 크로싱이 시작된 1954년 당시만 해도 갈릴리는 온전히 이스라엘 영토가 아니었다. 호수 북동부 골란고원은 시리아 땅이었는데, 67년 제3차 중동전쟁(6일전쟁)으로 이스라엘이 호수 주변 영토를 전부 점령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골란고원을 이스라엘 영토가 아닌 ‘강제점령지’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면적 166㎢, 수량 4조L에 달하는 거대 담수호를 활용해 농업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그뿐 아니라 관광용으로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호수에는 사철 요트를 즐기는 사람이 있고, 기독교 성지순례자를 태우는 목조선이 다닌다. 호숫가엔 이스라엘 국기가 나부낀다. ‘갈릴리는 이스라엘 것’이라는 메시지를 관광객과 국제사회에 넌지시 전하는 셈이다.

이스라엘은 어디를 가도 역사와 종교 이야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갈릴리 호수가 흘러드는 요단강 북쪽 나루에는 어지러운 세상사를 잊고 망중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인디언 카누를 탈 수 있는 롭 로이(Rob Roy)라는 관광지다. 여느 이스라엘 관광지와는 다른 분위기다. 배낭여행자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쉬고 있었고, 닭과 병아리가 뛰노는 모습이 영락없는 동남아시아 여느 관광지 같았다.

동행한 스페인 기자와 카누를 탔다. 폭 20m 정도인 요단강은 라오스 방비엥 블루라군처럼 에메랄드색으로 영롱했다. 강 양옆에는 유칼립투스 나무가 우거졌고, 그늘 덕분에 선선했다. 강변에는 텐트를 치고 캠핑을 즐기는 사람으로 가득했다. 타잔처럼 밧줄을 타고 강으로 뛰어드는 아이도 많았다. 카누를 마치고 주인장인 마얀에게 인디언 카누 이름의 유래를 들었다. “롭 로이는 1848년 시리아·팔레스타인·이집트 등을 여행한 탐험가 존 맥그리거의 보트 이름이죠.”

아랍과 유대가 공존하는 예술마을

갈릴리 북쪽 사페드는 1950년대부터 예술인 마을로 조성됐다.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공방이 많다.

갈릴리 북쪽 사페드는 1950년대부터 예술인 마을로 조성됐다. 아기자기한 갤러리와 공방이 많다.

갈릴리 호수에서 다양한 레저를 즐긴 다음 찾아간 곳은 사페드(Safed). 갈릴리 최대 도시 티베리아스에서 자동차를 타고 북쪽으로 한 시간 달려 도착한 사페드는 해발 900m 산자락에 들어앉은 도시다. 대홍수 뒤 노아의 후손이 터를 잡은 뒤 납달리족이 살던 땅이자 예수가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있는 동네는 숨길 수 없다”고 비유한 바로 그 고을이다.

사실 첫인상은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는데 구도심 골목으로 들어서니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석회석 건물을 파란색·보라색으로 장식한 아기자기한 갤러리가 몰려 있었다. 구도심은 아랍 구역과 유대인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기념품점과 식당으로 북적한 유대인 구역보다 아랍 구역이 훨씬 차분하고 매력적이었다. 튀니지나 모로코 같은 북아프리카 아랍 국가의 어느 골목에 들어온 기분이랄까. 현지 가이드인 오퍼 드로리는 “이스라엘 정부가 50~60년대 예술가들의 입주를 지원하면서 명성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염소 치즈 목장 ‘고트 위드 더 윈드’에서 맛본 리코타 치즈와 올리브.

염소 치즈 목장 ‘고트 위드 더 윈드’에서 맛본 리코타 치즈와 올리브.

사페드만큼 이스라엘에서 만난 의외의 공간이 또 있었다. 티베리아스에서 서쪽으로 향하면 나오는 목적지 요드팟(Yodfat)의 염소 치즈 농장 고트 위드 더 윈드(Goats with the wind). 대체 이런 돌산에서 어떻게 염소를 키우나 싶었는데 바위 틈에서 마른 풀을 뜯는 염소가 한두 마리 보였다.

농장 한쪽에 허름한 농가가 있었다. 농장주인 달리아가 반갑게 맞아줬다. 야외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는데 동양식으로 방석을 깔고 앉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이어 리코타·레바네 등 온갖 치즈가 나왔다. 치즈도 맛있었지만 통밀빵과 토마토·가지볶음, 샐러드 등은 레시피를 배워가고 싶을 정도로 놀라운 맛이었다. 하우스 와인과의 궁합도 훌륭했다. 달리아는 “단순한 삶을 모토로 자연주의 식단을 내세우고 있다”며 “많은 사람을 감당할 수 없어 이렇게 외딴 곳에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갈릴리

이스라엘 갈릴리

◆여행 정보

이스라엘은 외교부의 경보 2단계인 ‘여행 자제’ 국가다. 프랑스 파리, 터키 이스탄불 등도 여행 자제 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철수 권고’ 지역인 가자지구, ‘특별여행경보’ 지역인 서안(West bank) 방문은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한항공이 인천~텔아비브 직항편을 주 3회(화·목·토) 운항한다. 텔아비브에서 티베리아스까지는 147㎞, 자동차로 약 2시간 걸린다. 롭 로이 요단강 카누 1대 150세켈(약 4만8000원). 염소 치즈 농장 식사는 1인 90세켈로 예약해야만 갈 수 있다. 홈페이지(goatswiththewind.com) 참조.

갈릴리(이스라엘)=글·사진 최승표 기자 spcho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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