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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가객’ 김광석이 남긴 유산...저작권의 세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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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이 남긴 유산

가수 김광석.

가수 김광석.

가수 김광석씨(1964~1996)와 딸 서연양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의 배경에는 상당한 규모의 저작권 수입이 있다. 김씨가 남긴 수많은 명곡의 저작권 수입은 부인 서해순(52)씨에게 돌아간다. 서씨는 딸 서연양이 사망한 2007년부터 김광석 음원의 ‘저작권료’와 ‘저작인접권료’를 모두 받고 있다.

가요에서 말하는 저작권은 창작자의 작사·작곡에 대한 권리를 의미한다. 김광석씨의 4개 정규앨범 39곡 가운데 김씨가 직접 작곡하거나 가사를 쓴 건 16곡이다. 1992년 발매한 대표적인 히트곡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대 웃음소리' 등이 포함된다. 이들 곡에 대해 김씨는 작곡가나 작사가로서의 저작권을 갖고 있다.

저작인접권은 가수·연주자·제작자가 앨범을 배포하거나 복제하는 등의 권리를 말한다. ‘사랑했지만’, '서른즈음에' 의 경우 작사·작곡자가 다른 사람이고 김씨는 노래만 불렀다. '이등병의 편지' 등은 원곡자가 따로 있는 리메이크곡이다. 이 경우 김씨는 노래를 부른 가수로서 ‘저작인접권'이 있다.

저작권 수입 얼마길래 

저작권 수익 규모는 정확히 알려져있지 않다. 저작권 소유자가 얼마의 수입을 거뒀는지는 개인정보라 따로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선 국정감사나 법정소송 등을 통해 공개된 자료를 기준으로 추측할 뿐이다.

저작권 수익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등 음악 권리자 단체의 사용료 징수 규정을 따른다. 이들은 방송, 음원사이트, 공연, 노래방 등에서 음악 사용 여부에 따라 저작권료를 거둬 해당 저작권자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노래방 기계에 신곡으로 등록되거나, 노래방에서 노래를 선택해 부를 때 저작권 수익이 발생한다.

지난해 기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분별 징수금액 [한국음악저작권협회]

지난해 기준 한국음악저작권협회 부분별 징수금액 [한국음악저작권협회]

과거에는 음반 판매나 방송 상영 정도였지만, 디지털 음원시대로 접어 들면서 스트리밍, 노래방 등 저작권 수익 플랫폼이 다양해졌다. 지난해 기준 한국음악저작권협회의 징수액 중에서 가장 큰 수입은 음원(전송·31%)에서 발생했다. 그 다음은 노래방 등 공연(29%), 방송 사용(19%) 순으로 집계됐다.

가수 나훈아.

가수 나훈아.

지난 2015년 ‘트로트 황제’ 나훈아씨의 저작권 수입이 공개된 적이 있다. 이혼 소송 과정에서 전처인 정모씨가 나훈아의 저작권료와 저작인접권료를 분할해달라고 요구하면서다.

당시 정씨는 나훈아씨의 음원 저작권 수입이 월평균 5000만원, 1년에 4억~5억원 정도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나훈아씨가 부른 곡이 3000여 곡에 이르고 직접 작사·작곡한 노래가 약 800곡이라는 점을 고려해 추산한 결과였다.

김광석씨는 한국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였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김광석은 생전에 직접 수많은 명곡을 작사·작곡 한데다 자신이 노래를 다 불렀다. 1년에 가장 많이 받는 작곡가의 저작권료가 14억원 정도인데 김광석은 모두 합해 연간 8억에서 10억원쯤은 될 것으로 짐작된다“고 말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음악 분야별 저작권료 수입 1위는 작곡가 김도훈씨, 작사가 강은경씨다.

히트곡 하나로 인생역전, '평생연금' 되기도

음악 저작권은 양도와 상속이 가능한 재산상의 권리다. 음악저작권과 저작인접권은 상속법에 따라 부인과 자녀 순으로 저작자의 사후 70년까지 인정된다. 음악계에는 "히트곡 하나는 '평생연금'이다"는 말이 있다.

매년 봄마다 음원차트에 오르는 '벚꽃엔딩'은 '벚꽃연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 팝 칼럼니스트 김태훈씨는 “매년 봄마다 음원차트에 오르는 벚꽃엔딩으로 가수 장범준씨가 2012년 이후 40억원대 저작권 수입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근 각종 음원차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좋니'를 부른 가수 윤종신씨도 마찬가지다. 윤씨는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좋니의 경우 음원과 뮤직비디오 등 제작비가 총 799만원 들었다. 저작권료로 15년 동안 아들을 키울 수 있을 정도다”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버스커버스커의 곡 '서울사람들'의 음원 저작권 경매 정보 [뮤지코인]

버스커버스커의 곡 '서울사람들'의 음원 저작권 경매 정보 [뮤지코인]

최근에는 음악저작권을 주식처럼 쪼개 파는 음악 저작권 거래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양도가 가능한 음악저작권을 창작자와 소비자가 공유해 수익을 나눠 갖는 방식이다. 음악저작권이 법적 분쟁 뿐 아니라 투자 대상으로까지 주목받는 셈이다.

"저작권 연금은 극소수의 얘기일 뿐"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음원 저작권 사용료 징수액은 1474억여원이다. 세계 1·2위인 미국이나 일본의 시장 규모에 비교하면 10분의 1수준 정도다. 지난해 일본의 음악저작권협회(JASRAC)는 저작권 사용료로 1118억 엔(약 1조1300억원)을 징수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음원가격이 다른 나라에 비해 낮다고 지적한다. 지난 2012년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한 곡을 다운로드 받는데 일본은 2237원, 미국은 791원이 든다. 한국 음원시장에서는 곡당 다운로드 최저가는 700원, 정액제 스트리밍은 회당 7원으로 음원가격을 규정하고 있다. 음원 사업자들이 월 1만-2만원 안팎의 정액 상품을 판매하면서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하기 때문이다.

음원 수익 분배가 공정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외국의 경우 제작사와 창작자 간의 수익 배분율이 법으로 정해져 있지않다. 우리는 다르다. 문화체육관광부 규정에 따르면 스트리밍 기준(1회 7원)으로 음원사용료의 40%를 서비스사업자가 가져가고, 나머지 60% 중에서 44%를 음반 제작사(3.08원)가 가져간다. 작사·작곡가는 저작권으로 음원 매출의 10%(0.7원)를, 가수나 연주자 등은 저작인접권으로 6%(0.42원)의 사용료만 받는다.

음악계에서는 창작자가 자신의 노래로 정당한 대가를 받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록그룹 시나위 멤버인 신대철씨가 설립한 바른음원협동조합은 “음악의 가치 회복을 위해 무자비한 할인율을 바로 잡고 유통 수수료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진·하준호 기자 choi.k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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