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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세컨더리 보이콧 개시, 북한 돈줄 확실히 옥죄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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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돈줄을 옥죄기 위한 실력 행사를 시작했다. 미 행정부는 그제 북한 은행 10곳과 여기에 근무하는 북한인 26명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개인과 기업, 금융회사를 포괄적으로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지 불과 닷새 만이다. 미국의 새 조치가 던지는 메시지는 전 세계 금융기관은 앞으로 북한과 어떠한 금융거래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미국이 2010년 이란의 핵개발을 막고자 금융 분야에 중점을 둬 시행한 ‘세컨더리 보이콧’과 유사한 방식이란 평가가 나온다.

제재 리스트에 오른 북한 은행들은 핵·미사일 개발에 필요한 자금과 김정은 위원장의 체제 유지를 위한 비자금을 조달해 온 것으로 알려져 북한이 받을 타격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 기업의 대외 교역 90% 가까이를 취급해 온 중국계 금융기관도 커다란 압박을 받을 전망이다. 북한과 거래를 계속하다간 미국 금융망 접근이 차단돼 파산 위기에 몰릴 수 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제재는 북한 은행과 이들을 대신해 활동한 조력자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말했듯이 중국 또한 분명한 타깃이기 때문이다.

미 정부의 역대 대북 제재 중 가장 강력하다는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말하는 두 번째 옵션, 즉 군사적 옵션을 쓰기 전에 이뤄지는 것으로 그 목적은 무력 충돌 없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은 과거와 같은 대북 제재의 빈틈을 만들지 말고 적극 협력해야 한다. 또 북한이 중국 등 해외에 차명으로 관리하는 자금은 이번 제재의 사각지대로 지적되는 만큼 이를 보완할 방법을 마련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우리 정부도 대화를 하기 위해선 압박이 먼저 필요한 시점임을 충분히 인식하고 대북 금융제재의 촘촘한 그물망 짜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