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서초구·경찰, 우면산 산사태 구민 외 피해자에 4억7천 배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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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7월 우면산 유실로 남부순환도로가 토사로 덮여있다.[중앙포토]

2011년 7월 우면산 유실로 남부순환도로가 토사로 덮여있다.[중앙포토]

2011년 7월 발생한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때 차 안에서 매몰된 피해자에 대해 서초구와 경찰이 손해 배상하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 29부(재판장 민유숙 부장판사)는 우면산 산사태 피해자 A씨가 서초구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서초구와 국가가 A씨에게 4억7767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는 1심에서는 패소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2011년 7월 27일 오전 8시20분쯤 차량을 이용해 남부순환도로를 지나던 중 우면산 산사태가 발생해 차 안에 매몰됐다.

A씨는 우면산을 관리하는 서초구와 남부순환도로 담당인 방배경찰서가 안전 보호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서초구는 A씨가 서초구 거주자가 아니므로 대피 조치나 경보 발령 대상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서초구는 사이렌과 방송 등으로 산사태 주의보·경보를 발령해 산사태 발생 위험이 있는 지역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험을 알리고, 대피시켜야 했다"며 서초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 "산사태 발생 위험 지역으로 출입하려는 사람들을 통제해 인명피해 및 재산피해를 최소화했어야 함에도 조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도로가 침수된 것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차량 통제를 하지 않은 경찰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당시 방배경찰서는 남부순환도로 교통 통제에 경찰관을 단 1명만 배치했다. 도로 일부가 침수됐지만 편도 4차로 중 2개 차로에 대해서만 통행을 제한했다.

A씨는 이 차로를 이용해 남부순환도로에 진입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면산 산사태가 일어나 사고를 당했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은 적어도 당일 오전 7시40분쯤 산사태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었지만, 도로 통행을 전면 금지하지 않고 2개 차로에 대해서만 제한했다”며 “재난 상황에서 요구되는 경찰관의 주의의무의 정도 등에 비추어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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