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랩: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중차의 핵심 경쟁력은 뭡니까?
CRRC: 가격경쟁력이죠.
차이나랩: 싼 인건비 덕분인가요?
CRRC: 아닙니다. 이쪽으로 오시죠.
자오밍더(赵明德) 중국중차(中國中車·이하 CRRC) 푸젠공장 책임자의 말에서 자신감이 느껴졌다. 난징 시내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공장에서 만난 그는 간단한 질의응답 후 공장 안중국중차으로 안내했다. CRRC는 어떤 곳일까. 중국 남차(CSR)와 북차(CNR)가 합병해 탄생한 중국 내 초대형 전동차 회사다. 지난 2012년 이후 CRRC는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전 세계 전동차 시장을 휘저었다. 요즘엔 굴러다니는 전동차 10대 중 3대는 CRRC가 만든다.
시끌벅적한 용접 설비라인을 지나 공장 한쪽에 있는 대형 스크린 앞에 멈지췄다. 일종의 휘실같은 개념으로 ‘CRRC 물류지휘센터’라 적혀 있었다. 대형 디스플레이엔 공장 내 작업 상황이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초록색과 빨간색 라인이 번갈아 반짝거렸다. 진척 상황을 완료되면 초록색을, 진행 중이면 빨간색이 떴다. 이내 전체 공정을 보여주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작업 속도, 현장 영상, 작업 내용 등을 상세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번갈아 전환되는 순간에도 작업 중인 대차(Bogie·전동차 차체와 바퀴를 연결해주는 프레임) 한 대를 비추고 있었다. 그 밑에는 ‘시·분·초’ 아래 놓인 숫자가 카운트되고 있었다. 작업을 마친 대차는 다음 공정인 용접과 조립 공정에 배치됐다. 적체 현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자오 책임자가 말했다.
일종의 스마트 시스템이죠. 전 생산과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함입니다. 평소 2시간 이상 걸리던 대차 한 대의 제작 시간이 15분으로 줄었습니다. 공정 상황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죠.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가격경쟁력’ 무기로 세계 전동차 시장 잡은 ‘중국중차’ #싼 인건비가 아닌 스마트팩토리 통해 생산효율 극대화 #중국 전역에 있는 공장과 부품·물류 각종 정보 공유해 #중국중차 탓에 현대로템 수년째 수주가뭄 시달려
사실 CRRC 대형 공장은 중국 전역에 7곳이나 됩니다. 수주한 전동차도 발주한 나라별로 다릅니다. 들어가는 부품부터 납품 계약일도 천차만별이죠. 단순히 불량을 잡거나 빨리 만들려고 자동화를 추진한 게 아닙니다.
스마트 시스템 덕분에 제작시간이 분명 줄었다. 보통 전동차 한 량당 대차 4대 정도가 필요하니까 한 시간이면 전동차 한 량 분량은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더 큰 효과도 거뒀다. 공장끼리 작업 내용을 공유하는 것이다. 대형 스크린엔 중국 전역에 퍼져있는 CRRC 공장과 각 계열사 지부에서 생산 또는 납품하는 부품 정보가 나타난다. 작업 진행 상황이나 배송 중인 부품 위치까지도 파악할 수 있었다. 작업자들은 공장별 부품 수급량과 작업 수준에 맞춰 작업 일정을 짰다. 난징 공장은 중국 내 7곳의 CRRC 공장 중 부품 생산과 별도 물류센터까지 갖춘 곳으로 CRRC 그룹 내 가장 큰 공장이다.
바로 옆 물류센터에선 레일 위로 각종 부품을 담은 바구니가 오갔고, 그 옆에선 로봇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레일 위를 오가는 부품을 창고로 옮기기 위함이다. 부품 창고 내역도 CRRC 전 공장이 공유했다. 현장 작업자 중 한 직원이 “개별 부품을 담은 비닐 팩마다 관련 정보를 담은 바코드 스티커를 부착한다”며 “어떤 바구니에 어떤 부품이 얼마나 있는지 등을 파악해 다른 공장과 공유한다”고 설명했다.
중국 전역에 있는 공장이 정보를 서로 공유해도 그 거리는 상당히 멀다. 각기 다른 부품을 제작해 배송해야 한다면 작업 공백이 불가피하지 않을까. 한 직원이 공장 내 철재박스 앞에 섰다. 그는 “전국 CRRC 공장을 오가는 규격 컨테이너로 이곳에 각종 부품을 싣는다”며 “GPS와 부품 정보를 담을 수 있는 콘솔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위치, 물건 정보 등을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말한 정보는 오른쪽 위에 있는 스크린에C 떴다. 특히 RRC 규격 컨테이너는 여러 개를 이어 붙여 열차에 실을 수도 있다.
자오 책임자는 “푸젠 공장을 비롯해 CRRC 전체 공장에서 제조 공정을 혁신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공장마다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개의 공장이 굴러가듯 전체 제조 공정을 시스템화려고 한다. 덕분에 부품 수급이 더 원활해졌고, 재고수량도 ‘제로(0)’에 맞춰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공장 전체가 자동화로만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조립, 운반이나 일부 용접 과정에는 많은 근로자가 투입된다. 하지만 전동차 생산을 대량화, 첨단화하면서 ‘인건비 절감’ 전략보다 ‘효율적인 생산 전략’에 을 꾀하는 데 방점을 뒀다는 게 중요한 변화였다. 이어 자오 책임자가 설명했다.
전체 작업을 한눈에 볼 수 있어야 합니다. 기존엔 공장·공정마다 소통조차 어려워 생산 일정을 어기거나 다른 전동차 부품이 섞이는 경우도 다반사였기 때문이죠.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공용품은 최대한 규격화해 생산, 공급하니 단가를 더 낮출 수 있었죠.
CRRC는 중국 당국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국 시장을 독식했다. 중국에선 신규 전동차 프로젝트 입찰 참여를 중국 합작 회사로 제한하고 있다. 한국 업체는 물론 외국 업체에도 곁을 내주지 않았다. 가파르게 성장한 중국의 철도 산업도 한몫하고 있다. 지난해CRR C 매출액은 2241억 위안(약 38조7400억원), 영업이익은 139억 위안(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매출만 보면 지난 2조9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한국 전동차 기업 현대로템보다 13배 정도 크다.
중국뿐만 아니라 일대일로 연변 국가, 미국 등 선진국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CRRC로부터 134량의 지하철 차량을 2억7000만 달러에 공급받기로 했다. 지난 2014년에도 5억6700만 달러 규모의 284량짜리 지하철 수주 건 이후 두 번째 계약이다. 철도 차량을 제작할 때 비용의 60%를 국산 자재로 쓰도록 해 외국 기업을 견제하려 했던 조치조차 ‘가격’ 앞에 무색해졌다. 독일·영국·말레이시아·파키스탄 등 지역을 불문하고, 고속철 시장은 더 빠르게 잠식해나가고 있다.
대체 가격이 어느 정도일까. 익명을 요한 현대로템 관계자는 “해외 입찰에서 CRRC가 한국 업체보다 20% 정도 싼 가격을 제시한다”며 “우리가 아무리 싸게 써내도 중국 업체는 그보다 더 싸게 입찰에 나선다”고 말했다.
공장 시찰을 마치며 자오 책임자와 최종 조립라인에 들어섰다. 공장 작업자들은 전동차 내부, 하부를 오가며 쉴 새 없이 조립하며 체결 상태를 점검하고 있었다. 작업 중간 라인을 둘러보며 “열차 한 량당 얼마면 살 수 있냐”고 묻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얼마를 원하세요? 모든 자재부터 유리 하나하나까지 원하는 가격에 맞춰드릴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싸게 만들어도 쉽게 고장 나지도 않을 겁니다. 불안하다고요? 수년간 중국 기술진도 파견 근무식으로 보내드릴게요.
난징=차이나랩 김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