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트렌드] 입속 세균 우습게 보다가 치매, 심혈관 질환 부른다

중앙일보

입력 2017.09.2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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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잇몸 건강 관리법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속담이 있다. 그런데 현실에선 잇몸만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어렵다.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려면 치아·잇몸 모두 건강해야 한다. 구강에 생기는 흔한 질환이 충치와 잇몸 질환이다. 누구나 쉽게 걸릴 수 있어 간과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전신 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다. 구강 건강을 지키는 법을 알아본다.

지난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간한 『2015 건강보험통계연보』에 따르면 외래 진료 환자의 질병은 본태성 고혈압(245만1000명) 다음으로 치은염·치주 질환(204만6000명)이 가장 많았다.

잇몸병 오래 앓으면 혈당 조절 어려워

잇몸병(치주 질환) 및 충치는 입안 세균 때문에 나타나는 구강 내 염증성 질환으로 온몸에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입안의 염증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주과 강경리 교수는 “잇몸병은 세균이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이동해 전신 질환을 일으킬 수 있어 위험하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보고된 연구에 따르면 잇몸병과 관련된 전신 질환은 당뇨병, 동맥경화나 심근경색, 치매, 호흡기 질환 등이 있다. 강 교수는 “잇몸병이 심한 환자는 허혈성 심장 질환으로 사망할 확률이 정상인이나 잇몸병이 중등도인 환자보다도 2.3배 높고, 당뇨병성 신증(당뇨병 합병증)으로 사망할 확률은 8.5배 더 높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잇몸병은 당뇨병에 영향을 미친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도 잇몸병을 오래 앓으면 당화혈색소 수치가 늘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진다. 잇몸병을 치료한 후 혈당 조절이 개선됐다는 연구 보고가 나와 있다.

잇몸병은 심혈관 질환도 일으킬 수 있다. 치주 병원균이 심내막을 감염시키고 죽상동맥경화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엔 경동맥 죽종에서 치주 병원균이 발견되기도 했다.

침 속 치주 병원균이 폐로 들어가면 기도의 상피세포를 감염시켜 폐렴을 일으킬 수 있다.

잇몸병은 임신부의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 확률도 높인다. 임신한 여성은 체내 호르몬 변화로 구강 내 점막이 과민해져 세균 감염에 취약해진다. 임신성 치은염을 방치하면 치주염으로 진행된다. 치주에 서식하는 병원균은 조기 출산율을 높이고 모체의 구강 건강이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충치(蟲齒)는 ‘이에 벌레가 있다’는 뜻으로, 좀 더 정확한 표현은 ‘치아 우식증’이다. 입안 세균이 설탕·전분 등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酸)이 만들어지고 이것이 치아의 바깥(법랑질·상아질)을 부식시킨다. 이렇게 부식된 부분이 충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충치로 진료받은 사람이 570만 명에 달했다. 국민 10명 가운데 1명꼴로 충치를 앓는 셈이다. 강동경희대치과병원 보존과 전미정 교수는 “치아 우식은 한번 생기면 저절로 낫지 않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며 “치아 근처에 세균이 살지 않도록 이를 깨끗이 닦고 정기적으로 치아의 상태를 살펴야 한다”고 밝혔다.

충치 일으키는 세균이 심장에서 서식

구강 내 세균이 얼마나 많은지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강경리 교수는 “현재까지의 유전자 분석법으론 700여 종으로 분류되지만 모든 세균에 대해 밝혀낸 건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잇몸병 및 충치를 일으키는 악명 높은 세균으로 포르피로모나스 진지발리스균과 스트렙토코쿠스 뮤탄스균이 꼽힌다.

진지발리스균은 치아와 잇몸 사이의 작은 틈을 파고들어 치석과 염증을 유발하는 세균이다. 잇몸·혈관을 통해 심장으로 이동해 치매, 뇌졸중, 심장 질환, 당뇨병 및 각종 암과 질병을 유발해 가장 위험한 적색세균으로 분류된다. 뮤탄스균은 강력한 충치 유발균으로 세균성 심장 질환과 심내막염의 원인이 될 수 있다. 특히 뮤탄스균은 혈관을 타고 심장에 도달한 후 심장에 붙어 번식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구강에서 구강으로 전염될 수 있어 부부는 물론 아이도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평소 올바른 구강 위생 습관을 지키면 이들 병원균으로부터 감염을 막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전신 질환까지 예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사용하는 칫솔에는 세균이 1만~1억CFU/mL 살고 있다. 게다가 칫솔을 화장실에서 보관하다 보니 구강 질환은 물론 다른 감염성 병원균으로부터 오염될 수 있다. 강 교수는 “온 가족이 하나의 보관 용기에 칫솔을 꽂아두면 칫솔모가 접촉하면서 세균 전파 감염이 일어난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칫솔은 통풍이 잘 되는 건조한 곳에서 칫솔모가 서로 닿지 않게 보관해야 한다. 치약을 함께 사용하면서 세균이 옮을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따로 쓰는 게 좋다.

정심교 기자 simk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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