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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정말 가성비 높은 단어 '가성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8면

이번 주말이면 추석 연휴가 시작된다. 친지나 지인 등에게 명절 선물을 전하느라 바쁠 때다. 막상 선물을 고르려면 쉽지 않다. 특히 김영란법도 신경 쓰인다. 유통업계는 김영란법에 걸릴까 가성비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서 얘기하는 가성비란 가격은 싸면서도 만족도는 높은 선물을 가리킨다. 이처럼 요즘 부쩍 많이 쓰이는 단어가 ‘가성비’다. 가성비(價性比)는 ‘가격 대비 성능’의 줄임말이다.

카메라 렌즈를 살 때 가성비란 말을 즐겨 쓴다. 고급렌즈는 화질은 좋지만 가격이 비싸 구입하기 어렵다. 이럴 때 가격은 싸지만 화질은 그런대로 괜찮은 렌즈를 구입하곤 한다. 이런 렌즈를 가성비 좋은 렌즈라 부른다. 기타 전자제품 등에도 가성비 좋은 것이 많다.

문제는 표준국어대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가성비’란 말을 남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성비 좋은 선물’ ‘가성비 좋은 맛집’ 등에서 ‘가성비 좋은 여행지’ ‘가성비 좋아진 재생에너지’ ‘가성비 최고의 서비스’ 등에 이르기까지 ‘가성비’가 마구 쓰이고 있다.

‘가성비’란 용어가 이렇게 널리 쓰이고 있다니 정말 가성비 높은 단어다. 하지만 ‘가성비’는 성능과 관계된 것에만 쓰고 다른 것에는 효율성이나 만족도 등 다른 어울리는 단어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렇지 않으면 ‘가효비’나 ‘가만비’란 말을 새로 만들어야 한다.

배상복 기자 sbb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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