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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km 정조대왕 능행차 재연...사도세자 향한 효심 행렬 '장관'

중앙일보

입력

경기도 수원화성문화제에서 222년전 정조대왕의 능행차가 완벽히 재연됐다. [사진 수원시]

경기도 수원화성문화제에서 222년전 정조대왕의 능행차가 완벽히 재연됐다. [사진 수원시]

24일 오후 4시쯤. 전날 서울 창경궁을 출발한 정조대왕 능행차 행렬이 경기도 안양·의왕을 지나 화성(華城)을 품은 수원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서울 금천구청을 떠난지 다섯시간 여 만이다.

222년만에 서울~수원~화성 전구간 재연 #인원 4580명·말 690필 등 대규모 투입 볼거리 #혜경궁홍씨 진찬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눈길

능행차는 1795년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화성시 안녕동 소재 융릉)를 참배하기 위해 궁을 떠난 조선 최대 규모의 왕실행렬이다. 뒤주에 갇혀 숨진 사도세자를 향한 정조의 효심을 상징한다. 300여명의 서울 구간 행렬이 수원구간부터 대규모 행렬로 바뀌었다.

수원 종합운동장에서 군사훈련장인 화성 연무대까지 3.1㎞는 능행차 재연의 백미로 꼽혔다. 황금색 옷을 두른 4개 취타대팀의 흥겨운 연주에 맞춰 2000여명의 행렬단과 240필의 말, 일반 시민 등의 행렬이 장관을 이뤘다.

장안문·행궁광장 일원에서는 거리 행사도 열렸다. 퍼레이드형 공연인 ‘조선 백성 환희한마당’에는 시민들로 이뤄진 30개 팀과 초청팀 7개 팀 등이 볼거리를 더했다.

별도로 이날 오전 수원 화성행궁에서 경기도 화성시 융릉(사도세자 묘소)까지 11.6㎞ 구간의 능행차 행렬이 이어졌다. 시간상 능행차를 서울 창경궁~수원 화성과 수원 화성~화성 융릉으로 나눠 진행했지만 222년 전 59.2㎞ 전 구간이 재연된 순간이다.

경기도 수원화성문화제에서 222년전 정조대왕의 능행차가 완벽히 재연됐다. [사진 수원시]

경기도 수원화성문화제에서 222년전 정조대왕의 능행차가 완벽히 재연됐다. [사진 수원시]

전날인 23일 서울 구간 노들섬 행사장에서는 ‘격쟁’(擊錚)이 열리기도 했다. 격쟁이란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임금이 행차하는 길에서 징이나 꽹과리를 치며 하소연하던 소통이다.

격쟁에 참가한 한 청년은 “똑같은 일을 하고 더 많은 시간을 일해도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은 적고, 고용은 불안하다”고 하소연했고, 한 여성은 “직장생활을 하며 두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나 힘들다”고 말했다.

정조대왕 능행차는 수원시가 1964년부터 열고 있는 수원화성문화제의 메인 프로그램이다. 22일부터 24일까지 열린 이번 제54회 수원화성문화제는 능행차 완벽 재연으로 의미를 더했다.

지난해 서울시와 수원시는 서울 창덕궁에서 수원 화성 연무대까지 47.6㎞에 이르는 능행차 구간을 공동 재연한 바 있다. 당시 사도세자의 능이 있는 화성 융릉까지는 가지 못했는데 화성시가 올해 참여하면서 달라졌다.

경기도 수원화성문화제에서 222년전 정조대왕의 능행차가 완벽히 재연됐다. [사진 수원시]

경기도 수원화성문화제에서 222년전 정조대왕의 능행차가 완벽히 재연됐다. [사진 수원시]

전날인 23일에는 화성행궁 봉수당에서 정조대왕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 진찬연(회갑 잔치)도 재연됐다. 궁중연희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궁중음악과 무용으로 채워졌다는 평가다.

이밖에 정조대왕이 수원지역 무사들을 등용하고자 거행한 무과시험인 친림과거시험무과, 정조의 호위부대인 장용영이 자객들로부터 정조를 보호하는 자객대적공방전 등도 관객을 찾았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수원화성문화제를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거리 퍼레이드 축제로 발전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정조대왕 능행차 재연에는 연인원 4580명·취타대 16팀·말 690필이 투입됐다. 지난해보다 능행차 거리는 11.6㎞, 행렬단 연인원은 1511명, 말은 282필이 늘어난 역대 최대 규모다.

수원=김민욱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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