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23일 낮에도 북한 길주에 지진 발생" 뒤늦게 발표

중앙일보

입력 2017.09.24 13:03

업데이트 2017.09.24 14:33

지난 3일 오후 기상청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북한 인공지진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3일 오후 기상청에서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이 북한 인공지진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23일 오후 5시 29분 북한 함경북도 길주에서 규모 3.2의 지진이 발생하기 약 4시간 전에도 같은 지점에서 지진이 발생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같은 지점 오후 1시43분에 규모 2.6 지진
12시간 더 지난 24일 오전 2시에 발표
규모 3.2 지진 정밀 분석 과정에서 확인
"먼 곳서 약하게 발생해 파악 어려워" 해명
하지만 지난 3일 규모 4.4 함몰지진도 놓쳐
기상청, 자연 지진이라는 입장은 계속 고수

기상청은 24일 "지난 23일 오후 1시 43분 북한 함경북도 길주 북북서쪽 49㎞ 지점(북위 41.35도, 동경 129.06도)에서 규모 2.6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연지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상청이 이 사실을 파악해 공개한 것은 24일 오전 2시 17분으로 최초 지진 발생한 지 12시간 이상 지난 후였다.

이 지진의 발생 깊이는 2㎞ 안팎이고, 지난 3일에 북한이 실시했던 제6차 핵실험 위치에서 북북서쪽 약 6㎞ 떨어진 지역에서 발생한 것으로 설명했다.

기상청 유용규 지진화산감시과장은 "지진이 발생한 곳이 남한에서 먼 곳이어서 규모 2.6정도의 지진은 자동으로 분석이 안 됐다"며 "나중에 중국 측의 자료를 받아 규모 3.2의 지진을 정밀 분석하는 과정에서 규모 2.6의 지진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23일 북한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점 [자료 기상청]

23일 북한에서 지진이 발생한 지점 [자료 기상청]

하지만 기상청은 전날 오후 5시 29분에 발생한 지진에 대해서도 지진의 규모와 위치를 수정한 바 있어 기상청이 북한 지진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기상청은 23일 5시 29분에 북한에서 지진이 발생하자 한 시간 뒤에 규모 3.0의 자연지진이라고 발표했다.
발생지점은 길주 북북서쪽 23㎞ 지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4시간 뒤인 오후 10시 30분 규모를 3.2로 수정했고, 위치도 길주 북북서쪽 493㎞ 지점(핵실험장 6㎞ 부근)으로 수정했고, 깊이는 2㎞로 추정된다는 내용도 추가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일 북한 핵실험 때에도 함몰지진이 발생했으나 기상청은 이틀이 지난 5일에야 함몰 지진이 발생한 사실을 확인하기도 했다.

연세대 홍태경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규모가 작은 지진은 놓칠 가능성은 있지만 지난 3일 핵실험 8분 뒤 발생한 함몰지진(규모 4.4)은 비교적 규모가 컸기 때문에 이를 놓친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진 전문가는 "지진 관측이 정확하려면 지진계 설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반도 지질특성, 토양 특성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여기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상청이나 정부가 단기적이고 눈에 보이는 정책에만 집중하는 바람에 중요하지만 긴 시간이 걸리는 데에는 소홀하다는 것이다.

23일 오후 5시 29분 북한에서 발생한 규모 3,2 지진당시 기상청이 관측한 지진파형. P파와 함께 S파의 파형도 뚜렷하다. [자료 기상청]

23일 오후 5시 29분 북한에서 발생한 규모 3,2 지진당시 기상청이 관측한 지진파형. P파와 함께 S파의 파형도 뚜렷하다. [자료 기상청]

한편 기상청은 이번 지진이 핵실험 같은 인공지진일 가능성이 작다고 판단하고 있다.

23일 지진의 파형을 분석한 결과, P파보다 S파가 우세한 자연지진 특성을 보였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인공지진의 경우 자연지진과는 달리 먼저 도달하는 P파가 S파보다 우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공지진의 특징인 음파도 이번에는 포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은 또 지난번 핵실험으로 인해 지하터널 등 지하의 시설이 붕괴되는 함몰지진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있다.
기상청 우남철 지진전문분석관은 "현재도 정밀 분석이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자연 지진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2㎞ 깊이는 자연지진이라고 보기에는 얕은 편이고, 인공지진이라고 보기에는 깊은 편이긴 하지만 2㎞에서도 자연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 분석관은 "함몰지진 때 나타나는 저주파의 지진 파형이 나타나지 않아 지난 3일 6차 핵실험으로 인한 함몰지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낮다"고 덧붙였다.

강찬수 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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