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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 1년, 학부모·교직원 열에 여덟 “촌지 사라져“

중앙일보

입력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청탁금지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된 후 학교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각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교사 상담 때 음료수나 쿠키 등 작은 선물도 받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사진은 서울 문백초에 설치된 학부모 안내판. [연합뉴스]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청탁금지법)이 지난해 9월 시행된 후 학교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각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교사 상담 때 음료수나 쿠키 등 작은 선물도 받지 않는다고 안내한다. 사진은 서울 문백초에 설치된 학부모 안내판. [연합뉴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김모(38·서울 서초구)씨는 며칠 전 자녀의 담임 교사와 상담을 위해 학교를 찾았다. 그는 정문 옆 경비실의 학교보안관에게 개인 용품이 든 가방을 맡기고 빈 손으로 교실로 갔다. 약 30분 상담을 마치고 나온 그는 경비실에 맡겨뒀던 가방을 찾은 뒤 학교 밖으로 나왔다. 김씨는 “지난해 1학기까지만 해도 담임을 만나러 갈 때 쿠키·커피 등 간식을 준비 하곤 했는데 ‘김영란법’이 시행된 후에는 그런 선물을 고민할 필요가 없어져 깔끔하고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청탁금지법 설문 발표 #학부모·교직원 5만여 명 조사 #학부모 84% "선물 등 부감 감소" #교직원 82% "부정청탁 사라져" #학부모 넷 중 한 명 아직도 법 잘 몰라 #조희연 "교육 등 법 안착 위해 더 노력"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법’(청탁금지법)이 시행된 후 학부모가 상담 차 학교를 방문할 때 요즘 풍경이다. 오는 28일은 청탁금지법 시행 1주년이다. 학부모들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선물 부담이 줄고, 학교를 방문하는 게 한결 편해졌다는 반응이다.

 실제 학부모·교사 열에 여덟은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학교에서 촌지 등 금품 수수 관행이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교육청은 2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청탁금지법 1년, 학부모·교직원 설문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지역 학부모 3만6947명과 교직원 1만810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31일부터 9일 간 서울교육청 홈페이지 온라인 설문시스템(enews.sen.go.kr)를 통해 이뤄졌다.

자료: 서울시교육청

자료: 서울시교육청

 설문조사에서 학부모의 95%(3만5188명), 교직원의 92%(1만6572명)가 청탁금지법 시행이 ‘학교 현장에 긍정적인 변화를 주고 있다’고 응답했다. 법 시행 후 부정청탁과 촌지 등 금품 수수가 크게 줄었다는 반응이 높다. ‘청탁금지법 시행 후 부정청탁 관행히 사라졌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학부모의 76%(2만8030명), 교직원의 82%(1만4686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또 학부모의 83%(3만688명), 교직원의 85%(1만5488명)는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촌지 등 금품수수 관행이 사라졌다’고 응답했다.

자료: 서울시교육청

자료: 서울시교육청

자료: 서울시교육청

자료: 서울시교육청

 청탁금지법은 ‘3·5·10 법칙’으로 잘 알려져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를 막기 위해 공직자·언론인·교수·교사 등에게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 제한이 적용된다. 학교 현장에서 법 적용은 더 철저하다. 청탁금지법에서 교사는 항시 학생을 평가·지도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교사와 학부모·학생 사이는 직무 연관성이 상당히 뚜렷하다고 해석한다. 이 때문에 금액과 상관없이 학부모·학생이 교사에게 캔 커피 하나, 카네이션 한 송이도 개인적으로 선물하는 것을 금지한다.

 일각에서는 이런 법 적용이 ‘비현실적이고 규제가 과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선물 등 부담이 크게 줄었다’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법 시행 후 학교 교육과 관련해 느낀 변화에 대해 물었더니, 학부모의 84%가 ‘학교 방문 시 선물 등 부감이 감소했다’고 답했다. 다음으로 ‘선물·식사 등 접대 감소’(63%), ‘촌지 등 금품수수 관행 근절’(62%)’ 등의 순으로 응답이 높았다.

 법 시행 후 대부분 학교는 가정통신문과 핸드폰 문자 등을 통해 학부모에게 ‘학교 방문 시 일절 선물을 받지 않는다’는 공지를 보내고, 학교 행사도 ‘선물 없는 행사’로 진행하는 등 변화를 겪었다. 스승의 날 행사가 대표적이다.

 서울 자곡초(강남구)는 지난 5월 스승의 날 당일에 학생들의 감사 글귀를 적은 포스트잇으로 만든 천사날개 앞에서 교사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서울 신반포중(서초구)은 학생들의 감사 표현을 담은 영상을 교사·학생이 함께 시청하는 것으로 스승의 날 행사를 대체했고, 한강중(용산구)은 아예 학교 예산으로 카네이션을 사 학부모·학생 부담을 없앴다.

서울 강남구 자곡초 학생회 임원 학생들이 지난 5월 '스승의 날' 오전 학교 입구에서 출근하는 교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으로 만든 천사날개를 배경으로 사진찍어주기 선물을 마련했다. 이 계획은 학생회가 아이디어를 내고 학교가 포스트잇과 필름값 등 10만원을 지원했다. 이날은 김영란법 적용 후 첫 스승의날이었다. 조문규 기자

서울 강남구 자곡초 학생회 임원 학생들이 지난 5월 '스승의 날' 오전 학교 입구에서 출근하는 교사들에게 감사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으로 만든 천사날개를 배경으로 사진찍어주기 선물을 마련했다. 이 계획은 학생회가 아이디어를 내고 학교가 포스트잇과 필름값 등 10만원을 지원했다. 이날은 김영란법 적용 후 첫 스승의날이었다. 조문규 기자

 학부모들은 청탁금지법이 학교 등 교육 현장에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있다고 보는 시각이 높았다. 학부모 중 28%(1만440명)가 ‘매우 잘 정착되고 있다’고 답했고, 59%(2만1791명)는 ‘대체로 잘 정착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한편, 학부모 넷 중 한 명(26%·9386명)은 여전히 법 적용의 세부 사항을 잘 모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교직원은 9%(1591명)가 ‘청탁금지법의 세부 사항을 잘 모른다’고 답했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청탁금지법이 시행 초기 다소 혼란과 논란도 있었지만 학교 현장에서 청렴 문화 확산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며 “교육과 홍보를 강화해 청탁금지법이 학교에 더 잘 적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청탁금지법 후 학교 현장은

정현진·이태윤 기자 jeong.hyeon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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