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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에서 탈출할 열쇠, 내 안에 있다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550호 32면

당신은 지금 무엇이 두려운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실패해 상사에게 혼날까 봐, 연말이 다가오고 있는 데 올해도 결혼을 못할 것 같아서, 회식 자리에서 먹고 있는 삼겹살이 고스란히 살이 될까 봐. 혹은 북한이 전쟁을 일으킬까, 집값이 갑자기 떨어질까, 멕시코에서 일어난 것 같은 지진이 한국에도 곧 닥치진 않을까….

『마음 감옥』 #저자: 앙드레 샤르보니에 #역자: 권지현 #출판사: 을유문화사 #가격: 1만3000원

 두려움은 우리 삶의 불편한 동반자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찾아와 우리 마음을 흐트러뜨린다. 프랑스의 심리 상담 전문가인 이 책의 저자도 마찬가지였다.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게 어려웠고, 불량품을 환불 받으러 상점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걱정이 앞섰으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하려는 순간 식은땀이 흘렀다. 7년 간 각종 정신 분석 치료를 받으며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 골몰하던 중 ‘두려움’이라는 키워드를 발견했다. 그리고 자신이 느끼는 대부분의 두려움은 실제로 존재하는 위협에 대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마음 안에서 일어난 착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도.

 저자는 이후 많은 사람들의 행복을 갉아먹는 두려움의 역사와 실체를 찾아나간다. 우선 두려움이란 생존을 위한 인간의 방어 기제로 탄생했다. 폭풍우를 일으키는 신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아이들을 제물로 바친 파푸아뉴기니 트로브리안드섬 주민들처럼 두려움을 없애기 위한 제사와 희생은 인류 역사와 그 궤적을 함께 한다. 개에게 물린 아이가 이후 개에 대한 공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실질적 위험에 대한 두려움이다. 그런데 경험하지도 않은 것들, 예를 들어 생쥐는 사람을 공격하지 않는데도 무서운 이유는 무엇일까. 누군가는 밀폐된 자동차를 타거나 위험하지 않은 높은 장소에 올라가는 것까지 두려워하게 되는 것은 왜일까.

 저자는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의 95% 정도가 실제적 위협이 아닌 ‘상징의 차원’에서 느끼는 두려움이며, 이는 대부분 마음 안에서의 착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지는 ‘비이성적인 두려움’이라고 말한다. 이런 두려움의 생성은 유아기 때 필요한 ‘사랑과 안전’이라는 절대적인 생존 조건을 충분히 보장 받지 못한 데서 유래한다. 사랑에 대한 갈구가 절대적인 아이는 결핍을 피하기 위해 두려움을 만들어내며, 애정과 안전에 대한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지 못할 때 ‘나는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는 정신적 최면을 걸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뇌에서 정신으로 위험 신호를 보내는 본능적인 두려움 뿐 아니라 정신에서 뇌로 전해지는 비이성적인 두려움이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두려움은 전염이 되기도 한다. 사회 자체가 재앙, 사고, 전쟁, 재난, 테러, 치명적 바이러스 등에 대한 공포로 가득 차 있을 때 혼자만 이에서 자유롭기란 쉽지 않다. 군중이 만들어 전달하고 강화하는 두려움은 정보의 형태로 우리에게 들어와 내 안의 두려움과 반응한다. 세상의 끔찍한 일들이 실시간으로 매스미디어를 통해 개인에게 전달되는 사회에서 사람들은 아주 작은 위험 신호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며, 지나치게 자주 두려움이란 감정에 지배 받는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으로 수용, 개선, 결별이라는 세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우선 내가 느끼는 두려움이 대부분 실제 위험과는 무관하며 스스로가 만든 마음의 감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칼 구스타브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정신분석학자들이 고안해낸 ‘내면의 어린 아이’ 치료는 이런 트라우마들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두려움의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방법이다.

 신뢰를 받지 못할까 봐, 바보 같은 짓을 할까 봐,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생겼을 때 ‘이것은 내 감정이 만들어낸 허구의 두려움일 뿐이지 실체가 아니다’ 라는 인식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그리고 허구의 두려움에는 허구의 자신감으로, 슈퍼맨이든 제임스 본드 등 좋아하는 영웅에 빙의했다고 생각하며 당당하게 맞서라. 두려움을 마주 보고 그 구렁텅이에서 벗어나려 꾸준히 훈련하는 것만이 내 자신을 삶의 주인으로 설 수 있게 하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선택은 두 가지밖에 없다. 우리가 정신을 이용하거나, 정신이 우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글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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