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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 ‘전략게임’ 서막 오르나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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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호 01면

[뉴스분석] 美 세컨더리 제재, 기로에 선 중국

미국과 북한 간에 상대국 지도자를 직접 겨냥한 초강력 ‘말폭탄’이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은 지난 21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명의로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2일엔 당·군 핵심 간부들이 집회를 열고 “늙다리 미치광이의 망발(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지칭)에 대한 대가를 받아 낼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미 연일 초강경 ‘말폭탄’ 속 #美 사상 첫 대북 세컨더리 제재 #中 첫 반응은 신중, 미 비판 안 해 #“긴 호흡으로 실용적 접근할 것”

미국도 지난 21일 북한과 관련해 사상 첫 ‘세컨더리 제재’에 착수했다. 이로써 그동안 유엔 제재의 충실한 이행을 강조하며 미국 독자제재의 화살을 피하려 했던 중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됐다.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는 북한과 정상적인 거래를 하는 제3국 기업과 금융기관·개인 등에 대해 미국과의 거래를 차단하는 조치다. 미국과의 거래를 원한다면 북한과 관계를 끊으라는 최후통첩인 셈이다.

미국의 발표 직후 중국의 반응은 일단 예상보다 덜 강경했다. 중국 언론들은 그동안 미국이 세컨더리 제재를 단행할 경우 대미 경제 보복을 공언해 왔다.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틀에서 벗어난 독자제재에 줄곧 반대해 왔고 이 같은 입장은 명확하고 일관되다”고만 언급했다. 그는 이어 “중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엄격하고 정확하게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발언은 전혀 없었다.

뉴욕을 방문 중인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도 지난 21일 유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장관급 회의에서 “제재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대화와 협상만이 근본 해결책”이란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중국은 23일엔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 2375호에 따른 후속 조치에 착수했다. 중국 상무부는 이날 공고를 통해 “23일 자정을 기해 콘덴세이트(condensate·천연가스에 섞여 나오는 경질 휘발성 액체탄화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의 북한 수출을 전면 금지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1일부터는 북한에 수출하는 정제 석유제품도 결의 2375호의 수출 상한선에 맞춰 제한하기로 했다. 결의 2375호는 연간 대북 석유제품 수출 상한선을 200만 배럴(24만t)로 정했으며 이에 따라 올 연말까지 수출 상한선은 50만 배럴(6만t)이다. 중국은 북한산 섬유제품 수입도 전면 금지했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초기 반응에 대해 미국의 세컨더리 제재 착수는 미·중 간 ‘전략게임(글로벌 차원의 주도권 경쟁)’의 시작이란 점에서 중국이 신중하게 움직이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중앙SUNDAY와의 통화에서 “미·중 간의 줄다리기는 이제 막 시작됐고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며 “중국은 즉각 격하게 반발하기보다는 긴 호흡으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당분간 겉으론 (세컨더리 제재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미국과의 정면충돌을 피하기 위해 자국 기업들에 ‘주의하라’는 시그널을 보내는 등 실용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성락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도 “유엔 제재를 충실히 이행하면 당장 세컨더리 제재에 걸릴 중국 기업이나 개인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미국이 구체적으로 중국 기업이나 금융기관을 지목하지 않은 만큼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자제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명한 행정명령에는 ▶북한과 거래하는 기업·개인들의 미국 내 외국 은행 계좌 동결 ▶북한에 무역 편의를 제공한 외국 금융기관의 미국 내 계좌 개설 등 금융거래 금지와 자산 동결 ▶북한에 입국한 외국 선박·항공기의 180일 이내 미국 입항·착륙 금지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런 가운데 중국은 다음달 18일로 예정된 19차 당대회를 마친 뒤 미국을 겨냥한 대응 조치를 본격적으로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당대회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집권 2기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국가 행사다.

한편 최용해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등은 지난 22일 집회에서 “천만 군민이 총궐기해 반미 대결전의 종국적 승리를 안아 올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북한 조선중앙방송이 보도했다. 북한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도 23일 성명을 내고 “우리가 취할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 조치는 미국의 호전광과 그 졸개들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결과를 보여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21일 김 위원장 성명 이후 “후속 조치는 아마 역대급 수소탄 실험을 태평양상에서 하는 것이 되지 않겠느냐”고 밝힌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24일 새벽(한국시간) 유엔 총회에서 연설할 예정이다.

차세현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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