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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란의 어쩌다 투자]이더리움 창시자 '외계인' 방한…결제 처리 속도 높일 해법 내놓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현대 전기 문명을 완성한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1856~1943년)의 별칭은 외계인이다. 혹은 미래에서 온 인간이라고도 부른다.

비탈릭 부테린, 25일 ‘서울 이더리움 밋업’ 강연 #이더리움 한계 극복할 대책 내놓을 지 관심 #19살에 이더리움 원리 담은 백서 발표이 #이더리움재단 설립 땐 165억 크라우드펀딩 #저커버그 제치고 신기술 분야 노벨상 수상 #‘40세 이하 영향력 인물 40인’ 중 10위 선정 #“2년 뒤 이더리움, 비자 처리 거래 규모 될 것”

테슬라는 현대 전기 문명의 근간이 되는 교류(AC)를 발명했다. 교류는 전기가 흐르는 방향이 주기적으로 바뀌는 전기다. 직류(토머스 에디슨 발명)에 비해 적은 손실로 전류를 보낼 수 있다. 현대 전기 문명을 일으킨 원천 기술이다. 테슬라의 교류 발명이 없었다면 현대 문명 탄생은 없었거나 최소한 수십 년 지연됐을지 모른다.

자료: 이더리움재단

자료: 이더리움재단

1891년에는 ‘테슬라 코일’을 제작했다. 간단한 장치로 수십만 볼트의 전압을 만들어 내는 장치다. 영화에서 전기가 번쩍이면서 외계인이 등장하거나 순간 이동을 하는 모습 등이 테슬라 코일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어졌다. 형광등이나 겨우 볼 수 있던 시절의 사람들에게 테슬라 코일로 전기가 뿜어져 나오는 한가운데 서 있는 테슬라의 모습은 외계인과 다름없었을 것이다. 당시로써는 상상하기 어려운 과학적 아이디어를 쏟아낸 덕(?)에 “(테슬라가) 외계인이나 미래에서 온 인간이 아니고선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말이 돌았다.

테슬라 코일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 자료: 테슬라소사이어티

테슬라 코일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천재 과학자 니콜라 테슬라. 자료: 테슬라소사이어티

20세기 테슬라가 있었다면 21세기 외계인은 비탈릭 부테린(23)이다. 비트코인에 이어 암호화폐(cryptocurrecy)*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의 창시자다. 분산 원장 기술의 블록체인에 ‘스마트 계약’이라는 기능을 더해 플랫폼으로써의 이더리움 활용도를 무궁무진하게 넓혔다. 5개 국어(영어ㆍ러시아어ㆍ프랑스어ㆍ독일어ㆍ중국어 등)를 구사하고,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워 19살에 ‘이더리움 백서’를 썼다. 이 때문에 이더리움 투자자들 사이에선 “외계인이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가 돈다. 이더리움이 외계인의 이름 아니면 이들이 살던 행성이라는 말까지.

그런 부테린이 한국에 온다. 오는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리는 ‘제15회 서울 이더리움 밋업’ 행사에서 강연을 한다. 부테린은 이더리움의 결제 처리 속도와 용량을 늘리는 방법(확장성ㆍScalability)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21세기 테슬라…페이스북 저커버그를 이긴 남자

부테린은 1994년 러시아 모스크바 콜롬나에서 태어났다. 6살 때 부모님이 취직을 위해 캐나다로 이민, 그곳에 정착했다. 아버지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였고, 어머니는 경영 애널리스트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영재학교로 옮겼다. 수학ㆍ프로그래밍ㆍ경제학 등에서 특히 두각을 나타냈다. 드란 또래 영재 아이들보다 두 배 빠른 속도로 세 자리 숫자를 머릿속에서 연산할 수 있었다고 한다.

17살 때(2011년) 아버지로부터 비트코인이라는 존재에 대해 듣고 완전히 빠졌다. 독학 후 글 한 건 당 5비트코인(당시 시세로 3.5달러)을 받고 비트코인 관련 블로그에 글을 썼다. 6개월 뒤에는 비트코인 전문 잡지 공동 창업을 제안받고 ‘비트코인 매거진’을 만들었다. 이 잡지는 이듬해 종이 잡지로 출간됐고, 이는 가상화폐를 다룬 첫 번째 정기 간행물이다.

2013년 부테린은 다른 국가의 개발자들을 찾아다녔다. 각기 다른 사회ㆍ문화적 배경을 가진 개발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암호화폐에 대한 영감을 얻고, 그해 11월 이더리움의 원리를 담은 ‘이더리움 백서’를 출간했다.

2012년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있는 워털루 대학교 컴퓨터과학과에 들어갔지만 2014년 그만 뒀다(워털루 대학교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학교다. 온타리오주에는 워털루 대학교를 중심으로 한 ICT 클러스터가 형성돼 있다).

대학을 그만 둔 후 비탈릭은 10만 달러의 틸 장학금을 받았다. 틸 장학금은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인 피터 틸이 만들었다. 틸은 “대학교 1학년때 배운 것은 2학년이 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4년은 너무 길며,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못하도록 막는 곳”이라며 장학금을 만들어 장학생으로 선정된 학생에게 대학교를 중퇴하고 창업하는 조건으로 10만 달러를 지원한다.

지난 6월 사망설이 돌았을 때 비탈릭 부테린은 자신의 트위터에 ''살아있다'는 인증샷을 올렸다. 자료: 레딧

지난 6월 사망설이 돌았을 때 비탈릭 부테린은 자신의 트위터에 ''살아있다'는 인증샷을 올렸다. 자료: 레딧

10만 달러를 밑천으로 부테릭은 이더리움 개발에 주력, 그해 말에는 이더리움 생태계 조성을 책임지는 이더리움 재단을 만들었다. 이더리움 재단을 세울 때 크라우드 펀딩으로 모금했는데 165억원이 모였다. 크라우드 펀딩 역사상 두 번째로 많은 모금 실적이다.

또 2014년 11월, ‘신기술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월드 테크놀로지 어워드’의 정보기술(IT) 소프트웨어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 상은 포브스ㆍ타임 등이 공동 주관한다. 그는 당시 주요 경쟁 후보였던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를 누르고 수상했다. 올해 포춘이 선정한 40세 이하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40명 가운데 공동 10위에 선정됐다(참고로 올해 1위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2위는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다). 40명 가운데서는 나이가 가장 어리다.

◇이더리움은 ‘제2의 인터넷’…“비자처럼 빨라질 것”

이더리움은 원장을 여러 명이 나눠가져 위ㆍ변조 및 해킹이 불가능하게 만든 기존 암호화폐의 블록체인 구조에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라는 기술을 더한 일종의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서 사용하는 화폐가 ‘이더(ETH)’로, 23일 오전 9시 현재(한국 시간) 30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6월엔 한 때 48만원까지 급등하기도 했다. 암호화폐 정보 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현재 시가총액은 254억 달러(약 29조원)다. 비트코인(617억 달러)에 이은 2위 암호화폐다.

이더리움을 활용하면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계약 관계를 믿을 수 있는 기관(제3자)의 보증 없이 직접 맺을 수 있다. 예를 들어, ‘10월까지 OO아파트 재건축 승인이 나면 A가 B에게 현재 아파트 매매 대금 3억원 외에 3000만원을 추가 지급하기로 한다’는 계약을 맺었다고 치자. A와 B는 생판 모르는 사람이니 서로를 믿을 수 없다. 계약서 이외에 이를 공증해 줄만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 부동산 중개업자나 법무사 등이 수수료를 받고 중간에 끼어 이 계약의 신뢰도를 높인다.

그런데 이더리움을 활용하면 부동산 중개업자나 법무사가 낄 필요가 없다. 이더리움 플랫폼에 ‘10월까지 OO아파트 재건축 승인이 나면 A가 B에게 현재 아파트 매매 대금 3억원 외에 100이더(현 시세로 약 3000만원)를 추가 지급하기로 한다’는 스마트 계약을 얹으면 된다. 계약이 이행(10월까지 재건축 승인)되면 자동으로 A에게서 B로 100이더가 송금된다. 계약이 분산 원장 기술인 블록체인에 기반했기 때문에 위ㆍ변조나 해킹이 불가능하다. 계약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부동산 중개업자 등을 끼어 지출해야 하는 수수료를 아낄 수 있다.

스마트 계약이라는 이더리움의 특성 때문에 지급 결제 기능에 집중된 비트코인과 달리 실생활에서의 활용도가 무궁무진할 것이라는 게 암호화폐 전문가들의 견해다. 특히 위변조가 불가능한 계약이라서 금융ㆍ보험ㆍ의료ㆍ물류 등 분야에서는 이미 현실화 직전 단계까지 왔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더리움을 ‘제2의 인터넷’ 혹은 ‘웹 3.0’ 기술로 부른다. 중앙 서버나 클라우드가 존재하는 인터넷과는 달리 거래 당사자들끼리의 거래, 곧 P2P(Peer to Peer, 개인 간 거래)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웹 1.0이 인터넷을 통해 일방적으로 정보를 보여줬다면, 웹 2.0은 사용자가 직접 콘텐트를 생산해 쌍방향으로 소통했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한 웹 3.0 시대에서는 중앙 서버의 존재가 없이 사용자 대 사용자 간 직접 소통이 가능하다.

현재 시장에서 제기되는 이더리움의 한계라면 처리 속도다. 현재 이더리움은 15초마다 100여개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글로벌 신용카드 업체 비자(Visa)가 초당 최대 2만5000건, 중국의 최대 결제 서비스 회사인 알리페이가 초당 최대 5만 건의 결제를 처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속도가 너무 떨어진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가 주최한 ‘디스럽트 샌프란시스코 2017’ 행사에 참석한 비탈릭 부테린. 사진: 테크크런치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가 주최한 ‘디스럽트 샌프란시스코 2017’ 행사에 참석한 비탈릭 부테린. 사진: 테크크런치

부테린은 25일 행사에서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처리하는 거래량을 현재보다 늘리는 방법(일명 플라즈마 등)에 대해 강연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IT 매체 테크크런치가 주최한 ‘디스럽트 샌프란시스코 2017’ 행사에 참석한 부테린은 이더리움의 처리 속도를 지적하는 질문에 “비트코인이 초당 3건의 거래를 처리하고 있으며, 이더리움은 초당 5건을, 우버는 초당 12번 가량 손님을 실어나르고 있다”며 “2년 뒤에는 이더리움 블록체인이 비자를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테린은 자신의 트위터에 “이더리움이 2년 뒤 비자가 처리하는 거래 규모를 갖게 될 것이라는 말이었다"고 부연 설명했다.

*앞으로는 ‘가상화폐’를 ‘암호화폐’로 고쳐 씁니다.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비트코인ㆍ이더리움 등은 이전 가상화폐(virtual currency)와는 다르기 때문입니다. 해외에서도 초기에는 실물화폐와는 달리 실체가 없다고 해서 가상화폐, 디지털 화폐(digital currency) 등으로 불렀지만 최근에는 모두 암호화폐(cryptocurrency)로 용어를 통일했습니다. 참고로 정부는 암호화폐를 '가상통화'라고 부릅니다. 

고란 기자 ne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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