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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의 에코 파일]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다이옥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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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옥신(Dioxin)  

쓰레기를 태울 때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불법 소각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사진 중앙피토]

쓰레기를 태울 때 미세먼지뿐만 아니라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불법 소각을 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사진 중앙피토]

유해물질의 대명사 다이옥신이 사람들 입에 다시 오르내리고 있다.
올 초에는 일부 기저귀 제품에서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논란이 벌어졌고, 최근에는 해외에서 판매되는 일부 생리대 제품에서도 이 다이옥신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있었다.
생리대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다.

1990년대 후반 소각장 오염 논란 주범 #최근에는 기저귀·생리대 오염 논란도 #환경호르몬에 발암물질, 기형아 유발 #담배 연기에도…원인의 90%는 음식 #체내 한번 들어오면 잘 안 빠져나가 #반감기 7~11년…먹이사슬 생물농축 #소량으로도 인체 영향 미칠 수 있어 #물·음식·토양 등 주기적인 체크 필요

자연계에 늘 존재하고, 극소량으로도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이옥신이 우리를 노리고 있다.

1997년 다이옥신 배출 쓰레기소각장에 대한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환경운동단체의 연합집회가 서울 종로2가 YMCA앞에서 열렸다.피킷을 든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1997년 다이옥신 배출 쓰레기소각장에 대한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환경운동단체의 연합집회가 서울 종로2가 YMCA앞에서 열렸다.피킷을 든 회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중앙포토]

한국 사회에서 다이옥신이 본격적으로 논란이 된 것은 20여년 전이다.

여기저기 들어선 소각장 굴뚝에서 다이옥신이 다량 검출됐다는 발표 때문이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부랴부랴 다이옥신 제거 설비를 추가하고, 배출 허용 기준을 강화는 등 조치를 취한 끝에 잠잠해졌다.

1990년대 후반 다이옥신 과다 배출 논란으로 쓰레기소각장들이 가동 중단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사진은 당시 경기도 지역의 한 소각장 모습. [중앙포토]

1990년대 후반 다이옥신 과다 배출 논란으로 쓰레기소각장들이 가동 중단되는 사례가 종종 있었다. 사진은 당시 경기도 지역의 한 소각장 모습. [중앙포토]

다이옥신은 인체나 동물에 해로운 물질로 석탄 등을 태우거나 염소 성분이 들어있는 플라스틱 쓰레기 등을 태울 때 만들어진다.

소각장 외에 제철공장 등에서도 배출된다.
종이 펄프 표백 과정이나 제초제 생산 때 부산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담배 연기 속에도 들어있다.

다이옥신은 호르몬의 작용을 교란시키는 환경호르몬의 하나다.
면역계에 영향을 끼치고, 암을 일으키며, 기형아를 낳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다이옥신은 한 가지 물질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다이옥신 75가지와 퓨란(furan) 135가지, PCB (폴리클로리네이티드비페닐) 가운데 12가지 등 400여 가지 물질이 포함된다.
다이옥신으로 분류되는 물질 중 독성이 가장 강한 것이 바로 TCDD (2,3,7,8-tetrachlorodibenzo-p-dioxin)다.
TCDD는 청산가리의 1만 배 독성을 가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이옥신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TCDD의 분자 구조

다이옥신 가운데 가장 독성이 강한 TCDD의 분자 구조

다이옥신의 위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이탈리아 세베소 사건이다. 1976년 7월 10일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州)에 있는 도시 세베소에서는 해로운 화학물질이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1976년 이탈리아 세베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다이옥신이 유출돼 어린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중앙포토]

1976년 이탈리아 세베소에서 발생한 사고로 다이옥신이 유출돼 어린이들이 피해를 입었다. [중앙포토]

익메사(ICMESA) 공장에서 유출된 다이옥신 등 화학물질로 인해 3만7000여 명이 사는 15㎢ 지역이 오염됐다. 3300여 마리의 가축이 죽었고 15명의 어린이들이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사고 직후 400명이 넘는 주민들이 피부질환, 특히 피부가 여드름이 난 것처럼 우둘투둘해지는 염소(鹽素)여드름(chloracne) 증상을 보이기도 했다.
화학물질에 오염된 8만여 가축은 도살돼 땅에 묻혔다.

다이옥신은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이 사용한 고엽제(枯葉劑, defoliant) 속에도 포함돼 있었다. 베트남전쟁에서 미군은 게릴라전을 펼치던 베트콩의 근거지인 밀림을 파괴하기 위해 비행기에서 고엽제를 뿌렸다.
식물이 말라죽도록 만드는 고엽제의 주성분은 2,4,5-T와 2,4-D 같은 제초제였지만 다이옥신이 불순물로 들어있었다.

미헬기로 고엽제가 살포된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베트남 정글 풍경. [중앙포토]

미헬기로 고엽제가 살포된뒤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베트남 정글 풍경. [중앙포토]

다이옥신으로 인해 베트남 지역에서는 전쟁이 끝난 다음에도 기형아 출산 등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다.
또 베트남전쟁에 참전했던 한국군과 그 자녀들도 고엽제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난 2004년 우크라이나에서는 당시 대통령 후보로 유세를 하던 빅토르 유셴코가 다이옥신에 중독돼 얼굴이 손상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던 당시 레오니드 쿠츠마 대통령 정부가 유셴코를 암살하기 위해 다이옥신을 음식에 넣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유셴코는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정말 다이옥신에 중독됐는지, 혹은 자작극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됐다.

2006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오른쪽은 당시 본지 유철종 특파원 [중앙포토]

2006년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는 빅토르 유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오른쪽은 당시 본지 유철종 특파원 [중앙포토]

농축산물이 다이옥신으로 오염되는 사고도 비교적 자주 일어난다.

1999년 벨기에에서는 닭과 계란이 다이옥신에 오염되는 사고가, 2008년에는 아일랜드에서 돼지고기와 관련 제품에서 기준치의 200배가 넘는 다이옥신이 검출되기도 했다.

1999년 벨기에산 육류에 포함된 다이옥신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로 확산된 가운데 서울시내 한 백화점의 수입정육 판매대에 '유럽산 수입고기는 팔지 않는다'는 문구가 내걸려 있다. [중앙포토]

1999년 벨기에산 육류에 포함된 다이옥신에 대한 우려가 전 세계로 확산된 가운데 서울시내 한 백화점의 수입정육 판매대에 '유럽산 수입고기는 팔지 않는다'는 문구가 내걸려 있다. [중앙포토]

다이옥신은 공기를 통해 사람의 몸으로 들어오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육류나 어패류 등 식품을 통해 들어온다.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따르면 사람이 섭취하는 다이옥신의 90% 이상이 음식을 통해 들어온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일단 몸에 들어온 다이옥신은 잘 배출이 되지 않고 남는다.
인체 내에서의 반감기, 즉 농도가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보통 7~11년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엄마의 모유 속에는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많이 들어있어 우려를 낳기도 한다. 산드라 스타인그래버는  『모성혁명』이란 책에서 다이옥신이 우리 몸에 어떻게 들어오는 지를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어떻게 만들어지건 간에 다이옥신은 하늘에서 떨어져서 우리에게 침입한다. 풀잎이 이를 흡수하고, 소가 먹은 다음, 우리가 먹는다. 바다의 조류도 이를 흡수하고, 갑각류가 먹고, 물고기가 먹은 다음, 우리가 먹는다. 이끼의 딱딱하고 두꺼운 잎이 이를 흡수하고, 순록이 먹은 다음, 우리가 먹는다. 그런 다음 우리는 그 다이옥신을 우리 아기들에게 먹인다. -산드라 스타인그래버  『모성혁명』

이처럼 다이옥신은 생태계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는 경향이 있다.
한번 체내에 들어온 다이옥신은 잘 빠져 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초식동물 체내에 있던 것은 그대로 육식동물로, 육식동물 몸속에 있는 다이옥신은 그대로 더 큰 육식동물에게 전달되고 몸속에 쌓이게 된다. 바로 생물농축(Biomagnification) 현상이다.

다이옥신은 자연계에서 잘 분해되지 않는다.
대표적인 ‘잔류성 유기 오염물질(Persistent Organic Pollutants, POPs)’이다.

이처럼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늘 다이옥신에 노출될 위험을 안고 있다.
다이옥신으로 인한 건강 피해를 막으려면 우리 몸속으로 들어오는 양을 꼼꼼히 체크할 수밖에 없다.
쓰레기 불법 노천소각을 통해 다이옥신이 만들어지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 소각장 등에서 배출되는 양도 줄여야 한다.
물과 공기, 토양, 식품의 오염을 주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이는 우리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다이옥신과 단위
다이옥신의 경우 극미량이라도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러 종류의 다이옥신이 뒤섞여 있기 때문에 보통은 각 다이옥신의 독성을 가장 강한 TCDD의 독성으로 환산한 뒤 합산하게 된다. 이때 사용하는 환산계수를 TCDD 독성 등가 환산계수(TCDD toxic equivalent quotient, TEQ)라고 한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다이옥신 하루 허용섭취량(Acceptable Daily Intake, ADI)으로 체중 1㎏당 4pg(피코그램, 1pg=1조분의 1g)을 제시하고 있다.
WHO에서는 1개월 동안 체중 1㎏당 70pg씩 평생을 섭취해도 건강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당 2t 이상을 소각하는 폐기물 소각시설의 경우 배출가스 1㎥당 다이옥신의 양이 0.1 ng-TEQ로 정해져 있다. 1ng(나노그램)은 10억분의 1g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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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성혁명 - 아기를 지키기 위해 모성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 Having Faith

샌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 김정은 옮김 ∣ 바다출판사
생태학자이며 작가인 저자가 서른여덟의 나이에 첫아이를 갖고 출산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문제를 살펴본 책이다. 특히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이 먹이사슬을 따라 올라가면서 농축이 되는데, 결과적으로 그 먹이사슬의 맨 꼭대기에 태아 또는 아기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 환경오염의 피해가 어린 아기에게 집중된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들의 반란』 Living Downstream

샌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 이지윤 옮김 ∣ 아카이브(Archive)
대학시절 젊은 나이에 방광암 진단을 받은 저자가 그때를 생각하며 그 원인을 찾아 주변에 널려 있는 유해물질을 찾아다니며 기록한 글이다. 물과 토양, 공기를 오염시킨 화학물질이 어떻게 암 발생으로 이어지는지 수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했다.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다이옥신 Diox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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