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시티 비리' 핵심 이영복, 법원서 흐느끼며 "부산 시민들에 죄송"

중앙일보

입력

해운대 엘시티(LCT)시행사의 이영복 회장이 지난 2016년 11월 12일 구속돼 부산지검에서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해운대 엘시티(LCT)시행사의 이영복 회장이 지난 2016년 11월 12일 구속돼 부산지검에서 구치소로 이송되고 있다. 송봉근 기자

회삿돈 705억원을 빼돌리거나 가로채고 정관계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5억 원대 금품 로비를 한 혐의로 구속기소 된 엘시티 시행사 이영복(67) 회장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흐느끼며 선처를 호소했다.

22일 부산지법 형사5부(심현욱 부장판사)가 진행한 이 회장 결심공판에서 부산지검 특수부는 "막대한 분양수익금을 취득하기 위해 체류형 사계절 복합관광리조트 건설사업을 아파트와 주거형 레지던스로 전락시켰다"며 이 회장에서 징역 8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엘시티 아파트 일부 가구를 사전특혜 분양하고 분양권을 대량 매집하는 등 대형주택공급 질서를 교란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최후진술에서 "관례로 생각하고 무심코 진행했던 부분들이 이렇게 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줄 정말 몰랐다"며 "깊이 반성하고 있고 부산 시민들에게 죄송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던 이 회장은 "모든 잘못은 제게 돌려주시고 선처해주신다면 봉사하는 삶을 살겠다"며 흐느끼기도 했다.

이는 지난 8일 공판에서 이 회장이 보인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당시 검찰 측은 이 회장을 향해 "엘시티 사업에 포함된 레지던스(561 규모)는 절반도 분양되지 않았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신문을 받던 이 회장은 곧바로 "검사님 때문이죠"라고 맞받았다.

이 회장이 대답한 순간 검사와 법정에 있던 방청객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재판장인 심현욱 부장판사가 "검찰 수사 때문 정도로 정리하겠다"고 한 뒤에야 어수선했던 분위기가 정리됐다.

이 회장은 또 "내가 구속되지 않았더라면 엘시티 주변을 전 세계가 깜짝 놀랄 만한 관광명소로 만들었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엘시티 시행사와 관련해 회삿돈 705억원을 빼돌리거나 가로챈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말 1차 기소됐다.

이후 올해 3월 정관계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5억3000만원대 금품 로비를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뇌물공여)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검찰 측에 따르면 부산시청과 해운대구청 소속 간부공무원과 부산도시공사의 간부 직원, 시·구의원 등 100여 명이 6년 넘게 이 회장으로부터 명절 선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2009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받은 선물 금액을 다 합치면 2억원 정도 된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해당 금품 비리 등에 연루돼 재판에 넘겨진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자유한국당 배덕광(부산 해운대구을) 의원, 허남식 전 부산시장, 정기룡 전 부산시 경제특보 등 인사들은 모두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 변호인은 회삿돈 705억원에 대한 횡령·사기 혐의는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정관계 인사들에 대한 금품 로비 혐의는 대체로 인정했다. 그러나 금품 수수자들이 대부분 오래된 지인이고 직접적인 대가 관계가 없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장의 1심 판결 결과가 결정되는 선고공판은 11월 3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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