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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의 모스다] (29) '만년 꼴찌'의 꼴찌 탈출기 :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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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없는 한주였다. 특히, 정신없는 금요일이었다. 북한은 또다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였던 박성진 교수는 논란 끝에 자진 사퇴했고,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와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을 즉각 내놨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해 야당은 위증 의혹을 제기하는가 하면, 집단휴업을 예고했던 사립유치원은 '휴업 철회'를 전격 선언했다. 영국 런던에선 지하철에서 테러가 발생했다. 모두 지난 15일(금요일) 하루에 일어난 일이다. 한 주의 피로가 최고에 달하는, 그래서 '불금'을 즐기기엔 이제 체력이 모자란 30대 직장인으로선 가혹한 금요일이었던 셈.

지난 17일,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에서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경기가 개최됐다. 박상욱 기자

지난 17일,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에서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경기가 개최됐다. 박상욱 기자

17일,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에선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대회가 열렸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참가하는 대회다. 한 주간 체력이 탈탈 털리다 금요일엔 영혼까지 그렇게 된듯하다. 대회 전날인 16일, 미리 서킷을 찾아 각종 준비와 연습주행을 하면 좋으련만. 가을이 찾아오면서 다시금 '웨딩 시즌'이 돌아왔다. 이날 예정된 가까운 이들의 결혼식만 세 건. 카레이싱이라는 '취미'도 좋지만, 그보다 이날 인생의 반쪽과 백년가약을 맺는 이들이 더 좋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에 출전한 박상욱 기자가 주행을 준비중이다. [중앙포토]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에 출전한 박상욱 기자가 주행을 준비중이다. [중앙포토]

결국 전날 밤늦게서야 대회가 열리는 인제스피디움에 도착했다. 대회 당일 아침, 각종 준비로 정신없이 또다시 몸과 마음이 '탈탈' 털릴 생각을 하니 벌써 아찔하다. 대회를 앞두고 '꼴찌가 돌아왔다'는 부제와 함께 모터스포츠 다이어리를 써오며 '꼴찌 탈출'을 꿈꿨었는데 큰일이다. 꼴찌, 벗어날 수 있을까.

[랩타임보다 중요한 시간, 타임테이블]

[사진 슈퍼챌린지 홈페이지]

[사진 슈퍼챌린지 홈페이지]

정식 대회인 만큼 '시간 엄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스태프 없이 대회에 나서는 개인 참가자라면 특히나 시간 관리에 많은 주의와 집중을 기울여야 한다. 단순히 트랙에 들어가 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7시부터 시작하는 현장접수에 늦지 않기 위해 숙소에서 새벽부터 일어나 일찌감치 운영본부를 찾았다. 여기선 선수 등록과 함께 대회 기간 패용하고 다녀야 하는 목걸이와 리버리킷 등을 받는다. 등록을 마치고 드라이버 브리핑까지 남은 시간은 약 1시간. 그 사이 해야 할 일이 많다.

차량의 엔트리 넘버와 대회 관련 스폰서가 표시된 '리버리'를 부착하는 일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박상욱 기자

차량의 엔트리 넘버와 대회 관련 스폰서가 표시된 '리버리'를 부착하는 일에도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박상욱 기자

차량의 엔트리넘버와 대회 타이틀스폰서의 로고 등이 담긴 리버리킷을 지정된 위치에 부착한다. 홀로 서킷을 찾은 개인 참가자가 겪는 첫번째 난관이다. 경험 없이는 리버리킷을 빠르고 정확하게 붙이기 쉽지 않다. 특히, 전면 윈드쉴드에 부착하는 긴 리버리킷의 부착 난이도는 '매우 높음' 수준.

소위 '헤라'로 불리는 도구가 없다보니 이를 대용할 물건들을 급히 찾아본다. 면허증이나 신용카드 등도 리버리킷을 부착하는 데에 있어 헤라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한다. 난이도 '매우 높음'의 전면 윈드쉴드 리버리킷은 중심 잡기가 매우 어려운 편이다. 중앙 지점을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좌우로 기울지 않고 붙이는 것도 쉽지 않다. 리버리킷을 부착하기 전, 반으로 살짝 접어 중앙 부분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하면 중심을 잡는데 큰 도움이 된다.

대회 주행에 나서려면 차량에 리버리 외에도 견인고리, 비산방지 테이프 등을 부착해야 한다. 박상욱 기자

대회 주행에 나서려면 차량에 리버리 외에도 견인고리, 비산방지 테이프 등을 부착해야 한다. 박상욱 기자

절연 테이프를 활용해 헤드램프와 리어램프 등 등화류에 비산방지 테이프를 부착한다. 혹시나 모를 충돌 상황에 대비, 부품이 잘게 깨져 트랙 위로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또, 견인고리를 꽂는 자리엔 눈에 잘 띄는 색으로 그 위치를 표시해야 한다. 예쁜 디자인의 'TOW" 스티커가 시중에 판매중이지만 이 역시 절연 테이프를 활용해 화살표를 만들어 본다. 대회명이 쓰여져있는 번호판 가리개도 장착해야 한다. 기존의 번호판을 떼어내고 가리개를 장착하면 되지만 스패너 등 관련 공구가 없어 이 역시 절연 테이프를 이용해 단단히 고정시켰다.

드라이버 브리핑까지 남은 시간은 30분 남짓. 고민이 시작된다. 메디컬체크와 차량 검차도 진행해야 하는데, 이 모두를 하기엔 시간이 빠듯하다. 메디컬체크나 검차 자체에 소요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지만 참가자가 많은 만큼 대기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여기서 판단을 잘못해 브리핑에 지각하거나 불참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주행에 나서기도 전에 페널티부터 부여받게 된다. 아니 될 일이다.

드라이버 브리핑 시간엔 대회에서 중요한 공지사항들이 전달된다. 지각·결석시엔 페널티가 부여된다. 박상욱 기자

드라이버 브리핑 시간엔 대회에서 중요한 공지사항들이 전달된다. 지각·결석시엔 페널티가 부여된다. 박상욱 기자

일단, 검차는 브리핑 이후로 미루기로 한다. 긴 줄을 서서 메디컬체크를 받고 나니 드라이버 브리핑 시작 5분 전. 브리핑에선 대회 당일의 중요한 공지사항이 전달된다. 대부분 공정하고 안전한 주행을 당부하는 시간이지만 규정과 관련해 새로워지거나 달라진 부분이 이 자리에서 공개되기도 한다. 이날 브리핑에선 '피트로드 구간 내 과속시 벌금 부과'라는 중요한 공지가 이뤄졌다.

브리핑이 끝나자 마자 종종걸음으로 컨트롤타워를 향한다. 이곳에선 대회 공식기록을 측정하는 장비인 '트랜스폰더'를 지급한다. 모든 드라이버들이 차량에 장착해야하는 만큼 긴 줄이 늘어서게 된다. 트랜스폰더를 지급받기 위해선 컨트롤타워에 맡길 신분증이나 서킷라이선스 등이 필요하다. 기껏 줄을 서서 차례가 왔는데 맨몸으로 왔다면 다시 차량으로 돌아가 신분증을 챙겨야 하고, 그러면 또다시 맨 뒤에서부터 기다림을 이어가야 한다.

주행에 앞서 차량과 데이터 로거 등을 세팅 중이다. 박상욱 기자

주행에 앞서 차량과 데이터 로거 등을 세팅 중이다. 박상욱 기자

폰더를 받고는 또다시 뜀박질에 가까운 속도로 차량으로 돌아간다. 이제 검차다. 리버리킷과 비산방지 테이프의 올바른 부착을 비롯해 각종 안전장구 비치 유무를 확인하고, 주행에 사용할 타이어에 마킹을 한다. 차량의 무게를 재고, 최소중량 규정을 충족시키는지 여부도 확인한다. 검차를 통과했다는 'Passed' 스티커가 부착되고 나서야 한 숨을 돌리게 된다. 하지만 여유도 잠시뿐, 이제 1차 주행 시간이 임박했다.

[아무리 "실전은 연습처럼"이라지만…연습 못 한 자의 안타까움]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에 출전한 박상욱 기자의 경기 장면. [사진 슈퍼챌린지 홈페이지]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에 출전한 박상욱 기자의 경기 장면. [사진 슈퍼챌린지 홈페이지]

흔히들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고들 한다. 그만큼 치열하게 연습하고, 긴장하지 않고 실전에 임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연습이 힘든 대다수의 직장인 드라이버에겐 실전이 곧 연습이요, 그러한 연습은 곧 실전이 된다.

달리기도 전부터 체력이 고갈된듯하다. 아침부터 정신없이 뛰어다닌 덕분이다. 서킷을 향하기 전, 뒷좌석을 탈거했던 마당에 조수석도 떼어내기로 한다. 무겁다. 전동시트와 열선 등 각종 기능이 '편의성'이 아닌 '무게'로 다가오는 순간이다. 아직 레이싱수트를 다 여미지도 않았고 발라클라바도, 헬멧도 쓰기 전이지만 땀은 벌써부터 한 바가지다.

지난 2년간 홀로 경기장을 오갔지만 올해엔 든든한 서포터 겸 감독이 함께 했다. 박상욱 기자

지난 2년간 홀로 경기장을 오갔지만 올해엔 든든한 서포터 겸 감독이 함께 했다. 박상욱 기자

이날 주행엔 든든한 서포터 겸 감독이 함께 했다. 어여쁜 예비신부가 주행하는 동안 무전을 담당하기로 한 것. 반가움·고마움과 함께 걱정도 됐다. '함께 왔으니 꼴찌 탈출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야 할텐데' 하는 부담과 '이날의 기억이 앞으로의 서킷 라이프를 좌지우지할텐데'라는 우려가 동시에 밀려왔다.

나름 대회를 준비한다고 이것저것 떼어냈지만 정작 적정 휠얼라인먼트도 공기압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상태다. 공기압이야 대략 얼마 정도를 넣어야 할지 이날 확인할 수 있다고 쳐도 얼라인먼트는 손을 쓸 수 없는 노릇. 물론 크게 상관은 없을 부분이다.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일단 운전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먼저였으니 말이다.

1차 주행 결과 예상보다 좋은 기록이 나왔다. 2분 1초 101로 5위. 꼴찌 탈출이 드디어 실현되는 것인가 살짝 들뜨게 된다. 며칠전 연습주행 때보다 1.2초 빠른 기록으로 개인 베스트랩을 세운 것이다. 1차 주행에서 총 8랩을 주행하는 동안 5랩에서 1초대의 기록이 나왔다. 주행 중간 중간, 쿨링을 위해 서행을 했었던 랩 수가 2랩이었던 만큼, 나름 꾸준하게 1초대의 기록을 낸 것. 하지만 들뜬 마음도 잠시, '토요일에 연습주행을 했으면 기록을 더 당겼을텐데'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박상욱 기자

박상욱 기자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코너에서 갑작스런 오버스티어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하중이동과 조타량의 균형을 맞추지 못 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다행히 카운터스티어링을 통해 자세를 바로잡았지만 평소 아무 거리낌 없이 들어가던 지점에서의 스핀으로 이후 주행에서 조금 움츠러들게 됐다.

오후엔 2차 주행이 진행됐다. 오전에 예상보다 좋은 기록이 나온 만큼 보다 공격적으로 달려보자는 각오로 임했다. 과감하게 공기압도 전후 모두 크게 낮춰봤다. 파이팅이 지나쳤던 것일까. 2분 1초 659로 도리어 랩타임은 후퇴했고, 순위도 6위로 밀려났다. 그나마 체커기가 발령된 마지막 랩에서나마 1초대에 진입한 것이 다행이었을 정도.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에 출전한 박상욱 기자가 오후 주행을 앞두고 타이어 공기압을 조정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에 출전한 박상욱 기자가 오후 주행을 앞두고 타이어 공기압을 조정하고 있다. [중앙포토]

무엇보다 지나치게 낮춘 공기압과 그로 인한 제어장치 개입이 랩타임 경신을 막는 주요 원인이었다. 그야말로 '시간이 금'인 타임트라이얼 경기에서 주행 도중 타이어 공기압 관리 시스템(TPMS)을 리셋시키고, 차량을 정상화 시키고자 피트인까지 했던 것이다. 결국 2차 주행 내내 차세제어장치(DSC), 그리고 열이 오를 대로 오른 타이어와 싸우다 시간이 지났다. 1차 주행에서 총 8랩을 주행했던 것과 달리 6랩밖에 주행하지 못했다.

[3년만의 꼴찌 탈출…'쩜초'에 뒤바뀌는 순위]

오전·오후 주행 합산 결과, 6위에 올랐다. 3년만에 꼴찌를 탈출한 것이다. [사진 슈퍼챌린지 홈페이지]

오전·오후 주행 합산 결과, 6위에 올랐다. 3년만에 꼴찌를 탈출한 것이다. [사진 슈퍼챌린지 홈페이지]

1차 주행에서 2분 1초 101의 기록으로 5위, 2차 주행에서 2분 1초 659로 6위를 기록하면서 종합 순위 6위를 기록했다. 6위, 중위권. 감개무량한 결과다. 드디어 꼴찌를 탈출하다니 말이다. 아무리 이론 공부를 했다고 하더라도 연습이 부족했던 만큼 '꼴찌 탈출'만을 바랐다. 그런 상황에서 목표를 훨씬 상회해, 소위 '박터지는' 중위권에 들어가다니. 물론, 앞선 경기에서 포디움에 올랐던 2명의 드라이버가 4라운드에 나서지 못해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이날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챌린지D 클래스에서의 종합 순위는 6위였다. 1차 주행과 2차 주행에서의 포인트를 합산해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다. 2등과 3등은 각각 17점, 4~7등은 각각 11점의 포인트를 기록하는 등 치열한 접전을 보였다. 특히, 4~7등을 차지한 중위권의 경우 포인트가 동일할뿐 아니라 0.5초 이내에 몰려있다. 드라이버별 0.2초 안팎의 '쩜초' 차이를 보였다. 순간의 실수가 순위를 뒤바꿀 수 있는 것이다.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챌린지D 클래스 시상식. (왼쪽부터) 2위에 오른 홍석하 선수, 1위를 차지한 조수호 선수, 3위를 기록한 이승철 선수. [사진 슈퍼챌린지 홈페이지]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챌린지D 클래스 시상식. (왼쪽부터) 2위에 오른 홍석하 선수, 1위를 차지한 조수호 선수, 3위를 기록한 이승철 선수. [사진 슈퍼챌린지 홈페이지]

8~11위의 기록도 2분 2초~7초대의 분포를 보였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기록했던 개인 베스트랩은 2분 8초. 이론 공부마저 안 했더라면 역시나 꼴찌를 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아찔한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베스트랩의 의미…베스트랩=베스트가 아닌 랩?]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챌린지D 클래스에 출전한 박상욱 기자가 챌린지300 클래스 출전차량과 함께 경기중이다. [사진 슈퍼챌린지 홈페이지]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챌린지D 클래스에 출전한 박상욱 기자가 챌린지300 클래스 출전차량과 함께 경기중이다. [사진 슈퍼챌린지 홈페이지]

실전이 곧 연습이었기에 1차 주행과 2차 주행, 그리고 각 주행시기 별 랩에 따라서도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무엇이 최선인가'에 대한 답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브레이킹 포인트를 당기거나 늦추기도 해보고, 조타 시점도 바꿔보며 최선과 최적을 찾아보려 했다. 물론, 이날 오전·오후 총 14랩을 돌면서 정답을 찾을 수는 없었다. 아마추어 레이서 중에서도 실력이 부족한 편인 만큼 어찌보면 당연할 일.

지난 12일 연습주행의 베스트랩과 이날 실전에서의 베스트랩은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 어디에서 1.2초의 차이가 발생한 것일까.

지난 12일 연습주행 당시의 베스트랩과 17일 대회 베스트랩의 데이터를 비교해봤다. 박상욱 기자

지난 12일 연습주행 당시의 베스트랩과 17일 대회 베스트랩의 데이터를 비교해봤다. 박상욱 기자

가장 큰 차이는 타이어의 '그립 활용' 측면에서 두드러졌다. 연습주행 당시 횡가속도는 -1.27~1.34G를 기록한 반면, 대회에선 -1.41~1.35G를 기록했다. 보다 더 높은 횡가속도는 더 큰 마찰원을 그렸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타이어가 지닌 횡그립을 더욱 활용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개인 베스트랩에 이어 2분 1초 270을 기록한 대회 랩에선 -1.49~1.42G의 횡가속도가 기록됐다. 연습주행 대비, 우코너에서 0.2G 이상의 힘을 더 받은 셈이다. 차와 서킷에서 첫 호흡을 맞추는 상황이었던 만큼 연습주행에선 실제로 큰 횡가속도가 가해지지 않는 '소심한' 주행이 이어졌었다.

그렇다면, 대회 당일의 랩들을 비교해보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매 랩마다 조금씩 다른 시도들을 해왔던 만큼 베스트랩이 과연 정말 '베스트'였을까 살펴보고자 데이터를 비교해봤다. 1차 주행에서 기록했던 2분 1초대 2랩과 2차 주행에서의 2분 1초대 1랩을 비교한 것이다. 같은 드라이버가 같은 날, 같은 차량으로 주행한 기록 차이 0.5초 이내의 랩이지만 서로 다른 양상을 보였다.

대회 당일 1초대의 기록을 냈던 랩들의 데이터를 비교해봤다. 박상욱 기자

대회 당일 1초대의 기록을 냈던 랩들의 데이터를 비교해봤다. 박상욱 기자

3.9km의 거리를 구간으로 잘게 쪼개서 비교한 결과를 확인해보니 이날의 '베스트랩'은 결코 베스트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베스트랩이 다른 2개 랩보다 빨랐던 구간(빨간색)은 전체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도리어 두번째로 빨랐던 2분 1초 270를 기록했던 랩이 다른 2개 랩보다 빨랐던 구간(주황색)은 전체의 절반에 달했다.

빨간색의 베스트랩은 1차 주행에서 서킷에 들어가자 마자 기록한 랩이고 주황색의 두번째 베스트랩은 바로 그 다음 랩이었다. 전체 랩타임 측면에서 두 랩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1랩의 전반부와 2랩의 후반부가 합쳐졌다면 정말 말 그대로 '베스트랩'이 나올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음달 열릴 5라운드에서의 목표는 정해졌다. 빨간색의 1랩과 주황색의 2랩 영상을 잘 비교해보고, 연습량이 부족한 만큼 대회 당일에 추가로 더 새로운 시도들을 해보는 것.

[경쟁마저 즐거움으로 승화시킨 아마추어 레이서들]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챌린지D 클래스 입상자들이 시상식에서 서로 샴페인을 터뜨리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 슈퍼챌린지 홈페이지]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챌린지D 클래스 입상자들이 시상식에서 서로 샴페인을 터뜨리며 축하하고 있다. [사진 슈퍼챌린지 홈페이지]

불과 0.01초의 차이로 순위가 뒤바뀌는 냉혹한 경쟁이 펼쳐지는 곳이지만 트랙 안팎에선 즐거움과 배려도 공존한다. 주행 중인 드라이버들은 모두 신경을 곤두세우고 랩타임 경신에 집중하면서도 양보의 의미나 감사의 의미로 서로 '깜빡이'를 켜고 인사를 하는 것. 쿨링 중인 차량은 비상등을 켜고 자신이 서행중임을 미리 알리고, 추월하는 차량은 뒷차에 미안함이나 감사함을 표현하기 위해 추월 이후 비상등을 켜고 인사한다.

이같은 매너뿐 아니라 '재밌는 경쟁'도 펼쳐진다.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순서가 아니라 단일 랩타임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는 타임트라이얼 종목이지만 흡사 스프린트 경기와 같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리며 서로의 기록을 당겨주기도 하는 것이다.

MIM(Motion In Motorsport) 소속 김건희 선수와 3랩 가량을 서로 매우 근접한 상태로 달려봤다. 한참을 함께 달린 두 드라이버는 나란히 체커기를 받으며 각자의 해당 세션 베스트랩을 기록했다. 상당 기간 대회를 통해 함께 서킷을 달려왔고, 인캠과 기록 등을 통해 서로 신뢰가 쌓여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트랙 밖에서는 어떨까. 서로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는다. 결혼을 앞둔 이도, 새롭게 책을 출간한 이도, 자녀의 출산을 앞둔 이도, 곧 훈련소에 입소하는 이도, 오랜만에 서킷을 찾은 이도, 새로운 차와 함께 서킷을 찾은 이도 있다. 주행을 마치고는 서로의 경험과 에피소드를 공유한다. 서로의 주행 영상을 보며 참고를 하거나 조언을 하기도 한다. 차를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똘똘 뭉칠 수 있는 아마추어 레이서들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지난 17일,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에서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경기가 개최됐다. 박상욱 기자

지난 17일,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인제스피디움에서 2017 엑스타 슈퍼챌린지 4라운드 경기가 개최됐다. 박상욱 기자

"그래, 이 맛이야"는 광고에서만 나오는 말이 아니다. 이렇게 치열하게 달리고 즐겁게 나누는 서킷에서도 마찬가지. 이 맛에 서킷을 찾고, 또 이 맛에 대회에 참가하는 것 아닐까.

박상욱 기자 park.lepremi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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