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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분수대

두물머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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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박정호 기자 중앙일보 수석논설위원
박정호 논설위원

박정호 논설위원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 하나가 되는 두물머리(양수리)는 관광명소다. 두 물줄기를 받아들인 한강은 서울을 적시고 서해로 빠진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부터 우리네 터전이었다. 요즘 서울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강과 마을의 흔적’ 특별전을 둘러봤다. 신석기시대부터 삼국시대까지 강줄기를 따라 촌락을 이루며 살아온 우리들의 발자취가 정겹다.

두물머리에서는 옛 유물이 다양하게 출토됐다. 마한·백제의 집자리 유적이 대표적이다. 토기·숫돌·쇠화살촉·가락바퀴(실을 잣는 데 쓰는 도구) 등이 나왔다. 땅이 기름지고 강물도 넉넉하니 사람 살기에 좋았다. 두물머리 바로 남쪽에는 18세기 실학사상을 집대성한 다산(茶山) 정약용(1762∼1836) 유적지가 있다. 또 그 옆에는 다산생태공원이 들어서 있다.

지난 일요일 오후 다산생태공원에서 작은 음악회가 열렸다. 평등한 세상을 갈망한 다산과 그의 둘째 형 손암(巽庵) 정약전을 기억하는 자리였다. 소리꾼 장사익과 의수(義手)화가 석창우의 컬래버레이션 무대가 가슴을 후볐다. 장사익의 ‘찔레꽃’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에 맞춰 석 화백이 힘찬 붓을 놀렸다. 서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두 예인(藝人)이 마치 한 형제처럼 어울렸다.

공연은 아릿했다. 이현주 목사의 시에 가락을 붙인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가 특히 그랬다. ‘남한강은 남을 버리고 북한강은 북을 버리고, 아 두물머리 너른 들에서 한강 되어 흐르네. 아름다운 사람아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석 화백은 그림 말미에 ‘다산 형제의 꿈 새로운 나라. 그들은 어떤 세상을 꿈꾸었나?’라고 쓰고 빨간 발도장도 찍었다. 남북 대치든, 여야 갈등이든 나라 안팎으로 폭발 직전의 굉음이 요란한 이 시대에 던지는 비장한 주문처럼 들렸다.

음악회에 참석한 조광 국사편찬위원장이 두물머리의 뜻을 되새겼다. 시기와 분쟁, 전쟁의 위태로움 속에서도 하나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화음이 우리 마음속에 되살아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강물은 하나로 모이는데 세상은 되레 갈기갈기 갈라지는 우리의 오늘에 대한 고해성사였다. 장사익의 애끓는 절창이 마음에 맴돈다. ‘바다 그리워 푸른 바다 그리워 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

박정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