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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니? 가을 아침 정상에 서니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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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9월 현재 음원 차트는 아이돌 천하다. 방탄소년단은 18일 발매한 미니앨범의 첫 싱글 ‘DNA’를 포함한 앨범 수록곡 모두를 차트에 진입시키며 ‘음원차트 줄 세우기’에 성공했다. 엑소(EXO) 역시 지난 여름 발매한 정규 4집 앨범 및 해당 앨범의 리패키지 앨범으로 차트에서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다. 더불어 프로듀스101 출신 아이돌 그룹 워너원의 ‘에너제틱’, 레드 벨벳의 ‘빨간 맛’, 원더걸스 출신 선미의 ‘가시나’ 등도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다. 물론 헤이즈나 볼빨간사춘기의 노래처럼 아이돌이 아님에도 차트에서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곡도 있지만, 차트 100위권 안의 노래 절대 다수가 K팝 아이돌의 곡임은 변함없다. 그런데 이 ‘아이돌 대전(大戰)’ 속 음원차트 최상위권에서 눈에 띄는 곡이 두 개 있다. 바로 양희은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아이유의 ‘가을 아침’, 그리고 올해 49세인 ‘아재 가수’ 윤종신의 ‘좋니’다.

‘좋니’로 음악방송 첫 1위 윤종신 #‘가을 아침’으로 음원 톱 아이유 #아이돌 천하에 독야청청 두 가수 #세대 아우르는 감성으로 차별화

아이유의 ‘가을 아침’ 앨범.

아이유의 ‘가을 아침’ 앨범.

‘가을 아침’은 22일 발매 예정인 아이유의 두 번째 리메이크 앨범 ‘꽃갈피 둘’의 수록곡이다. 이 노래는 아무런 사전예고 없이 18일 아침에 기습적으로 공개됐는데, 공개하자마자 뜨거운 반응을 얻으며 방탄소년단의 ‘DNA’를 누르고 음원 차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좋니’의 경우 윤종신이 지난 6월 발매된 싱글로 처음에는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얻었으나, 이 노래의 라이브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화제가 되기 시작하며 점차 인기몰이를 하더니 8월 중순부터 각종 음원사이트는 물론 음악방송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윤종신이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한 것은 그의 27년 가수생활 사상 처음이다.

아이유

아이유

아이돌 음악이 지배하고 있는 차트에서 ‘가을 아침’과 ‘좋니’가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고 있는 것은 이채롭다. 하지만 언뜻 큰 상관이 없어 보이는 이 두 곡의 선전은 실은 비슷한 방식으로 자신들의 음악을 아이돌 음악과 차별화한 것에 기인한다. 그것은 바로 ‘메이저와 인디 감성 사이에서의 줄타기’, 그리고 ‘세대를 아우르는 확장성의 확보’다.

윤종신의 ‘좋니’앨범.

윤종신의 ‘좋니’앨범.

‘좋니’는 윤종신 특유의 절절한 가사에 절규하는 듯한 보컬이 인상적인 멋진 발라드이지만, 사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월간 윤종신’ 프로젝트를 통해 공개된 몇몇 노래들과 비교해서 특별히 뛰어난 곡은 아니다. 하지만 이 노래는 그가 지난 몇 년 사이 발매한 어떤 노래들보다도 ‘폭발적인’ 가창력을 바탕으로 하는 곡이다. 음역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잠시도 쉴 틈 없이 그 높은 음역대를 유지할 것을 요구한다. 그 결과 이 노래는 애절한 발라드에 대한 향수 및 ‘가수 윤종신’에 대해 추억을 갖고 있는 30대 이상의 음악팬뿐만 아니라, 이런 스타일의 음악을 노래방에서 ‘도전’하기를 즐기는 젊은 남성들을 상대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는 최근 임창정이나 한동근 같은 가수들의 부르기 어려운 애절한 발라드가 좋은 반응을 얻었던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더불어 윤종신은 인기 예능프로그램에 꾸준히 출연하며 인지도를 유지하고 있는 ‘메이저 연예인’이지만, 가수로서는 최근의 주류 음악과는 다른 독자적인 스타일의 ‘비(非) 메이저 음악’을 꾸준히 발매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독특한 위치 역시 ‘좋니’의 성공에 큰 역할을 했음은 분명하다.

윤종신

윤종신

처음에는 전형적인 아이돌 음악으로 경력을 시작한 아이유는 ‘3단 고음’을 선보인 ‘좋은 날’ 이후 일반적인 아이돌과는 다른 스타일의 음악과 이미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그녀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돌은 물론 김창완, 최백호 같은 베테랑 음악인 및 혁오, 언니네이발관 등의 인디밴드와도 협업을 하며 자신의 음악적 지평을 확장했다. 그 결과 그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 있는 ‘메이저 아이돌’이면서도 포크, 록, 심지어 재즈 같은 ‘비 메이저 음악’까지 시도하는 독자적인 행보를 보여 왔다. 더불어 그녀는 예쁘고 똑똑하면서 아울러 뛰어난 능력까지 갖춘, 20대 여성들의 워너비같은 존재이면서 동시에 수많은 남성팬을 확보하고 있고, 자신의 음악성을 통해 30대 이상의 팬들로부터도 인정받고 있는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렇듯 ‘좋니’와 ‘가을 아침’의 성공은 기획사 시스템이 만들어 낸 아이돌 음악의 틈바구니 속에서 이들 스스로 만들어낸 독자적인 음악과 이미지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주류 아이돌 음악 외의 노래를 원하는 잠재적인 수용자가 많다 것, 그리고 이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적절한 전략이 있다면 그들을 단숨에 수면 위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규탁(음악평론가·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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