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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뗑깡’을 쓰면 안 되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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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추미애 민주당 대표가 결국 ‘뗑깡’ 발언을 사과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국민의당에 “뗑깡을 부린다” “뗑깡을 놓는 집단”이라고 맹비난한 것에 대해서다.

그의 ‘뗑깡’ 발언은 또 다른 논란도 불렀다. 표현의 부적절성에 대한 지적이다. ‘~부리다’ 형태로 많이 쓰이는 ‘뗑깡’은 순화해야 할 일본어 잔재다.

‘뗑깡’은 간질을 뜻하는 일본어 ‘癲癎(てんかん)’에서 온 말이다. 외래어표기법상으론 ‘덴칸’으로 읽는다. 우리말로 옮기면 ‘전간’이다. 우리는 이 질환을 ‘뇌전증(腦電症)’으로 부른다. 민간에서 ‘지랄병’으로 통용될 만큼 간질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해 부정적 이미지와 차별적 요소를 없애기 위해 2009년 뇌전증을 공식 용어로 정했다.

질병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자 ‘간질’이란 용어도 지양하는데 일상생활에서 거리낌 없이 ‘뗑깡’이란 말을 사용하는 건 문제가 있다. 정치인이라면 더 말을 가려 써야 한다. 더구나 단순히 병명을 지칭하는 것도 아니고 뇌전증의 발작 증상에 빗대 억지를 부리며 우기거나 행패를 일삼다는 의미로 ‘뗑깡’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뗑깡 좀 그만 부려라!”는 “생떼 좀 그만 부려라!”로 바루어야 한다. 상황에 따라 “뗑깡 부리다”를 “억지 부리다” “행패 부리다” “투정 부리다” “막무가내다” 등으로도 표현할 수 있다.

이은희 기자 e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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