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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내셔널]통닭처럼 튀겨 먹어야 제맛, 동인천 삼치골목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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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치구이는 통닭처럼 튀겨야 제 맛이 납니다.”

1970년대 삼치구이 '인하의집' 생기면서 골목 생겨 #가을 하면 '전어', 인천에서는 전어 못지 않은 인기 #기름기가 없어 통째로 튀겨야 육즙나고 부드러워 #삼치구이, 연안부두에 버려진 거 가져다 구운 것 계기 #성인 남성 손바닥만해 '몽둥이 삼치'라는 이름 붙여져 #국내산 사용하는 등 맛 변화 추세속 몽둥이 삼치 존속

인천시 중구 전동 삼치골목에서 40년 이상 삼치구이 집을 운영하고 있는 상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삼치는 다른 생선과 달리 튀겨야만 육즙이 그대로 남아 살이 부드럽기 때문이란다. 고등어나 조기와 같이 프라이팬에 기름을 살짝 뿌려 굽는 것과 다르다는 것이다.

인천 삼치골목 초입에 설치된 삼치 조형물. 임명수 기자

인천 삼치골목 초입에 설치된 삼치 조형물. 임명수 기자

쌀쌀한 계절의 별미, 삼치 철이 돌아왔다.
‘집 나갔던 며느리도 돌아오게 한다’는 전어에 비해 전국적 인기는 약간 떨어지지만, 인천에서 만큼은 삼치가 전어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실제 인천에는 삼치구이만 40년 이상 된 점포 14곳이 몰려 있는 ‘삼치골목’이 있다.

인천 삼치골목의 원조인 '인하의 집'. 임명수 기자

인천 삼치골목의 원조인 '인하의 집'. 임명수 기자

삼치골목의 원조격인 ‘인하의 집’, 옛날 방식 그대로 ‘몽둥이 삼치’만을 고집하는 ‘양산박’, 44년 동안 터줏대감 역할을 하며 국내산 삼치로 ‘반반 삼치’를 개발한 ‘인천집’ 등 대부분 20~40년이 넘은 곳들이다.

뉴질랜드산 일명 '몽둥이 삼치'만을 사용하고 있어 50여 년 전 삼치구이의 기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양산박 삼치. 임명수 기자

뉴질랜드산 일명 '몽둥이 삼치'만을 사용하고 있어 50여 년 전 삼치구이의 기술을 그대로 이어가고 있는 양산박 삼치. 임명수 기자

인천 삼치골목의 역사는 5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치구이는 6·25 전쟁 때 황해도에서 피난 내려온 홍재남(2006년 사망)씨를 원조로 친다. 그는 인천 막걸리인 ‘소성주’를 만드는 대화양조장에서 술독을 닦는 허드렛일을 했다. 부인도 남의집 가사도우미로 일하며 삶을 꾸렸다. 이후 부부는 양조장 앞에서 밥장사를 시작했다.
끼니때면 일꾼들이 막걸리를 들고 와 안주 없이 술을 먹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워했다. 이후 부부는 연안부두에서 버려진 뉴질랜드산 생선을 주워다 튀겨 일꾼들에게 내 놓았다.

삼치골목에서 국내산 삼치를 처음 사용하며 44년 전통을 잇고 있는 인천집. 임명수 기자

삼치골목에서 국내산 삼치를 처음 사용하며 44년 전통을 잇고 있는 인천집. 임명수 기자

당시에는 이 생선을 ‘몽둥이 삼치’라고 불렀다고 한다. 몇 동강을 내어도 한 토막이 성인 손바닥 두 개를 합친 것보다 컸기 때문이란다. 버려진 생선이 최고의 맛을 내는 안주가 된 셈이다. 대조장이 문을 닫으면서 부부는 1972년 ‘인하의 집’이라는 간판을 내걸고 장사를 시작했다. 이듬해 ‘인천집’이 들어서고, 이후 ‘양산박’ 등이 하나둘씩 생겨나기 시작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인천시 중구 전동 삼치골목을 지난 18일과 19일 오후 두 차례 찾아갔다. 평일인데도 삼치구이 집 테이블에는 삼삼오오 앉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몽둥이 삼치’만을 고집하며 옛 맛을 잇고 있는 ‘양산박’과 처음으로 국내산 삼치를 사용, 트랜디 하면서 원칙을 지키고 있는 ‘인천집’을 각각 찾았다. 원조인 '인하의 집'은 홍씨의 아들이 대를 이어 영업을 하다 현재는 김년훈(51)씨가 전수받아 영업중이다.

50여 년 전 기술을 이어받아 몽둥이 삼치로 구이를 하고 있는 '양산박 삼치' 집 삼치구이의 꼬리부분. 임명수 기자

50여 년 전 기술을 이어받아 몽둥이 삼치로 구이를 하고 있는 '양산박 삼치' 집 삼치구이의 꼬리부분. 임명수 기자

손님의 주문을 받아 반토막 난 삼치를 기름에 넣고 튀기던 '양산박' 김남수(62)씨는 “과거 홍재남 사장님으로부터 삼치구이 기술을 전수받았다”고 한다. 김씨는 과거 홍씨가 사용했던 것처럼 ‘몽둥이 삼치’만을 사용한다.
그는 “처음 점포를 내고 삼치를 찜통에 넣고 쪄냈는데 사장님(홍씨)께서 보시고 한참을 웃으시더라”며 “삼치는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며 손질하는 법부터 요리하는 법까지 하나하나 알려주셨다”고 했다. 그는 홍씨의 기술을 바탕으로 원조의 맛을 고집스럽게 이어가고 있다.

그가 전수받은 비결은 이랬다. 우선 1m 가까이 되는 삼치를 토막 낼 때 가시부분을 제거해 뼈를 사이에 둔 살과 살을 반으로 잘라낸다. 이어 3년 정도 정제되고 잘 말라 수분이 없는 천일염 왕소금으로 절인다. 수분이 많은 소금을 사용하면 맛이 쓰다고 한다. 또 수분을 빼 육질을 찰지게하기 위해 5℃ 냉장고에 편을 세워 이틀 정도 숙성시킨다. 센 불로 통닭 튀기듯 하면 딱딱하고 겉만 익어 부드러운 맛이 없기 때문에 약한 불에서부터 익혀야 한다고 했다. 가스레인지의 경우 가장 약한 불로 구우면 된다고 한다.

50여 년 전 기술을 이어받아 몽둥이 삼치로 구이를 하고 있는 '양산박 삼치' 집 삼치구이의 몸통부분. 임명수 기자

50여 년 전 기술을 이어받아 몽둥이 삼치로 구이를 하고 있는 '양산박 삼치' 집 삼치구이의 몸통부분. 임명수 기자

이렇게 구워진 ‘몽둥이 삼치’는 부위별로 맛이 다르다고 한다. 살은 비리지 않고 담백하며 여린 닭가슴살 맛이 난다. 뱃살은 기름기가 있고,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난다.
또 등가시부분은 가시 사이의 1cm 살을 발라 먹으면 쫄깃하고 찰지다. 가슴부위 가시살은 닭고기처럼 결이 갈라지는데 역시 찰지고 꼬들꼬들 거린다. 뼛속 연골은 뼈마디를 자르면 콩알만 한 게 나오는데 담백하며 연한 도가니 맛이 난다고 김씨는 설명했다. 삼치는 하나도 버릴 것 없는 생선이라는 것이다.

20년 단골이라고 밝힌 김진영(44)씨는 “옛날 20대 때 1만원 주고 소주 2병에 삼치 한 조각 먹던 시절이 기억나 한 달에 한번 꼴로 찾아온다”며 “다른 지역에서 가끔 먹긴 하는데 이 맛이 안 난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라고 칭찬했다. 삼치구이 한 조각이 8000원이다. 모듬(가자미 등 포함)은 1만5000~2만원이다.

삼치골목의 터줏대감인 '인천집'이 12년 전 트랜드에 맞춰 국내산 삼치로 구운 '반반삼치'. 임명수 기자

삼치골목의 터줏대감인 '인천집'이 12년 전 트랜드에 맞춰 국내산 삼치로 구운 '반반삼치'. 임명수 기자

반면 원조 ‘인하의 집’과 함께 삼치골목의 역사를 쓰며 터줏대감 역할을 하는 ‘인천집’ 김범년(59)씨는 12년 전부터 국내산 삼치를 사용한다고 했다. 처음 오픈했을 때는 몽둥이 삼치를 사용했지만 과거 뉴질랜드산 삼치 파동과 중국시장 확대로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산으로 바꿨다고 한다.

아버지·형님과 함께 인천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음식도 시대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산 삼치는 구우면 더 고소한 맛이 난다”며 “몽둥이 삼치는 옛 어르신들이 추억의 맛으로 떠올리시지만 요즘 젊은 세대들은 국내산 삼치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질보다 양’이었지만 이제는 ‘맛’이 우선시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집 맛의 비결은 막걸리와 김씨가 개발한 양념간장이다. 김씨는 삼치를 막걸리에 2~3시간 정도 숙성시킨다고 했다. 막걸리에 효소가 있기 때문에 삼치의 비린내와 잡내를 잡아준다는 것이다. 또 최대한 싱겁게 한다고 했다. 그가 개발한 양념간장이 있기 때문이다.

삼치골목의 터줏대감 '인천집' 김범년 사장이 만든 삼치구이 양념간장. 임명수 기자

삼치골목의 터줏대감 '인천집' 김범년 사장이 만든 삼치구이 양념간장. 임명수 기자

‘인천집’에서는 다양한 삼치를 맛볼 수 있다. ‘왕 삼치’ ‘카레 삼치’ ‘치즈 삼치’ ‘삼치 탕수육’ 등이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반반 삼치’다. 한쪽면에 고추장 양념을 올려서 붙여진 이름이다.

김씨는 “국내산은 ‘몽둥이 삼치’에 비해 몸집이 작은 30~40cm 정도에 불과해 일부 손님 중에 ‘삼치가 빈약해 보인다’는 분들도 있다”며 “하지만 국내산 삼치 고유의 부드러운 맛이 있기 때문에 일단 먹어보면 만족해 한다”고 말했다. 이 집 삼치구이는 한 마리에 6000원이다. 반반삼치와 계란·파전 등 모듬은 1만9000원이다.

인천 삼치골목 점포 위치도. [자료 인천시]

인천 삼치골목 점포 위치도. [자료 인천시]

인근에서 점포를 운영하는 김모(60)씨는 “과거에 비하면 손님도 많이 줄어들었고, 이제는 아련한 추억이 됐지만 당시에는 서서 먹을 정도로 굉장했다”며 “삼치골목이 지역의 명소로 자리잡은 만큼 계속 번성해서 주변 상권도 더 살아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인천=임명수 기자 lim.myou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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