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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대란 위기 없는 경남 창원의 미래나무어린이집 비결은?

중앙일보

입력

두산 그룹이 직장 보육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의 미래나무어린이집 내부 벽에 걸려 있는 아이들의 사진. 위성욱 기자

두산 그룹이 직장 보육시설로 운영하고 있는 경남 창원의 미래나무어린이집 내부 벽에 걸려 있는 아이들의 사진. 위성욱 기자

6살짜리 딸을 키우는 두산중공업 보일러구조설계팀 손정아(33) 과장은 맞벌이 부부지만 지난주 ‘보육 대란 위기’ 때 큰 걱정이 없었다. 다른 맞벌이 부부 상당수는 전국 사립유치원 4200곳 중 3500곳이 모인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가 지난 14일부터 17일까지 휴업에 대한 입장을 번복할 때마다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혼란을 느꼈다.

두산그룹 2012년 전국 5곳에 총 500여명 수용 가능한 직장보육시설 설치 #국공립 교사보다 좋은 처우를 받는 교사들 다양한 교육프로그램 개발 #아이들은 물과 모래 재활용 박스 등 활용해 놀이 통해 수와 과학 등 배워 #직장의 휴가기간에 맞춰 어린이집도 휴업을 해 보육대란 걱정없어 #

하지만 손 과장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손 과장도 자신의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지만, 이 어린이집은 두산그룹에서 푸르니보육지원재단에 위탁해 운영하는 직장보육시설로 개원 후 휴업을 단 한 차례도 한 적이 없어서다. 손 과장은 “좋은 직장 어린이집이 많이 만들어지면 보육 대란 위기를 겪는 일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사립유치원들의 휴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유총 측에서는 국공립 유치원 확대 등에 반대해 휴업을 추진했지만, 학부모들의 입장에서는 보육비에 대한 부담은 줄이면서도 안전하고 교육의 질이 높은 보육시설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 많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남 창원시의 ‘미래나무어린이집’이 원생과 교사, 학부모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으면서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있는 미래나무어린이집 외관. [사진 두산중공업]

경남 창원시 의창구에 있는 미래나무어린이집 외관. [사진 두산중공업]

 미래나무어린이집은 2010년 두산중공업 노사 합의에 따라 추진돼 2012년 10월 창원시 의창구 봉곡동에 문을 열었다. 두산중공업 등 창원시에 있는 두산그룹 계열사들이 공동으로 용지를 매입해 건물을 지었다. 연간 30억원 정도의 운영비가 투입되는데 정부·자치단체·근로복지공단 등이 30~40%, 두산중공업 등이 60~70%를 각각 부담한다. 수용인원은 300여명이다. 두산그룹은 2012~2013년 두산 전 계열사로 보육 지원을 확대해 현재 서울 종로(정원 49명)와 강남(60명), 인천(49명), 전북 군산(49)에서도 창원과 비슷한 미래나무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 어린이집이 다른 사립유치원·어린이집과 가장 차별화 된 것은 교직원들에 대한 처우다. 이곳에는 교사 31명을 비롯해 행정 직원·영양사·간호사·조리사·미화원 등 50여명이 일하고 있는데 모두 정규직이다. 교사의 경우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초봉의 경우 160만원 정도)보다 월급도 많다. 모든 직원들이 노동법에 따라 휴가는 물론 육아휴직·조퇴·병가 등이 가능하다. 시간외 근무수당도 지급된다.

 교사 박진미(34)씨는 “직원들은 미래나무어린이집에서 일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크다”며 “이같은 자부심이 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고 이것이 아이들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열정을 만들어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래나무어린이집에는 교사들이 수업 준비를 하거나 쉴 수 있는 교무실이 별도로 있다. 한 교사가 컴퓨터 바탕화면에 자신의 자녀들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올려놓았다. 위성욱 기자

미래나무어린이집에는 교사들이 수업 준비를 하거나 쉴 수 있는 교무실이 별도로 있다. 한 교사가 컴퓨터 바탕화면에 자신의 자녀들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올려놓았다. 위성욱 기자

미래나무어린이집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각 층 거실에 설치된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위성욱 기자

미래나무어린이집 아이들이 쉬는 시간에 각 층 거실에 설치된 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있다. 위성욱 기자

 최근 미래나무어린이집(연면적 2916㎡·3층)은 학생수로 보면 경남에서는 가장 크며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규모다. 1층은 흙을 상징하는 노란색, 2층은 숲을 상징하는 초록색, 3층은 하늘을 상징하는 파란색으로 꾸며져 있다. 만3세~5세까지 나이별로 4개반(1개반 25명)을 운영하고 있는데 1개 반에 정교사 2명이 배치돼 있다. 여기에 누리과정 보조교사와 원어민 강사 등도 있다. 법적으로 어린이집의 교사 대 아동비율은 만 3세는 교사 1명당 15명, 만4~5세는 1명당 20명인데 이곳은 교사 1인당 12명 정도다. 누리과정 보조교사와 원어민 교사까지 포함하면 교사 1인당 7명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는 셈이다.

미래나무어린이집 건물 앞에 설치된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통한 수업을 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미래나무어린이집 건물 앞에 설치된 모래밭에서 아이들이 놀이를 통한 수업을 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미래나무어린이집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대형마트에 갔다온 경험을 되살려 직원과 손님으로 나눠 역할극을 하며 자연스럽게 수나 과학 등 여러가지 것을 체험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미래나무어린이집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대형마트에 갔다온 경험을 되살려 직원과 손님으로 나눠 역할극을 하며 자연스럽게 수나 과학 등 여러가지 것을 체험하고 있다. 위성욱 기자

교육프로그램도 차별화 돼 있다. ‘놀이를 통한 자발적 학습’이 주를 이룬다. 대표적인 것이 2014년부터 시작한 ‘찾았다! 물·모래 속 숨겨진 이야기’다. 건물 앞 마당에 수도시설과 모래밭이 있는데 이것을 이용해 아이들이 다양한 주제를 정해 자신의 생각을 물과 모래로 표현하고 이것을 통해 자연스럽게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게 했다. 예를 들어 영화관을 주제로 정하면 아이들이 자신들이 경험한 영화관에서의 체험을 이야기하고 이것을 통해 역할을 분담해 영화관을 물과 모래로 만들고 여기서 영화관 직원이나 손님 등 다양한 역할을 맡아 놀이를 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 자연스럽게 수와 과학에 대한 개념을 비롯해 영화관에서 지켜야 할 에티켓 등을 배운다.

미래나무어린이집 아이들이 재활용박스를 이용해 자신이 짓고 싶은 건물이 무엇인지 교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위성욱 기자

미래나무어린이집 아이들이 재활용박스를 이용해 자신이 짓고 싶은 건물이 무엇인지 교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위성욱 기자

원어민 교사와 재활용 박스를 이용해 만들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위성욱 기자

원어민 교사와 재활용 박스를 이용해 만들기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 위성욱 기자

 허송연 미래나무어린이집 원장은 “아이들은 자기의 생각과 감정을 놀이로 잘 표현할 수 있을 때 자존감이 높아지고 용기라는 것이 생기고 어렵고 힘든 일이 생겨도 또 도전하게 된다”며 “그렇게 어른으로 성장한 아이들은 자기 인생에서 주도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명우 두산중공업 사장은 “직장보육시설을 운영하는 것은 정부 시책 호응 및 임직원 보육지원책의 일환이기도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직원들이 자녀 보육에 대한 걱정을 덜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해 좋은 일터를 만드는 것”이라며 “그런 차원에서 미래나무어린이집이 더욱 더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두산 그룹이 지금처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나무어린이집은 직원이 내는 보육료는 한 푼도 없다. 5세 딸을 미래나무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유재상 두산중공업 시설기술팀 과장은 “회사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다보니 직원들이 아이들을 믿고 맡길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며 “또 비슷한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모여 있어 차별을 받지도 않고 회사의 휴가 등에 맞춰 어린이집도 쉬는 날이 맞춰져 부모가 이번 같은 보육 대란 위기를 겪는 일도 없는 것도 또 다른 매력이다”고 말했다.

허송연 미래나무어린이집 원장이 아이들의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현관을 비롯해 전 교실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보여주고 있다. 위성욱 기자

허송연 미래나무어린이집 원장이 아이들의 안전사고 예방 등을 위해 현관을 비롯해 전 교실에 설치된 폐쇄회로TV(CCTV)를 보여주고 있다. 위성욱 기자

창원=위성욱 기자 w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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