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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경기 연속 필드골 실수 구영회 “앞으로 명예 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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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차저스 트위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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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커로서 상상할수 있는 최악의 상황이 2주 연속 발생하며 프로풋볼(NFL) 무대에서 30년만에 한인 키커로 데뷔한 LA 차저스의 구영회(23)를 괴롭혔다. ‘영웅’이 될뻔한 기회에서 팀의 2연패를 초래한 신세가 된 것이다.

LA 차저스, 초반 2패로 부진한 출발

 풋볼에서 키커라는 포지션은 특이하다. 최저연봉(50만달러 남짓)을 받고 몸 싸움이 없다는 이유로 까다로운 동료마저 ‘진짜 풋볼선수’로 여기지 않을만큼 편견이 심하다. 그렇지만 심리적 부담은 단연 제일 크다. 필드골·보너스킥을 넣으면 ‘잘해야 본전’ 취급을 받으며 실수할 경우에는 ‘역적’으로 극성팬들의 협박을 받기도 한다.

 구영회는 18일(이하 한국시간) LA 남쪽 카슨시의 스텁허브 센터에서 벌어진 마이애미 돌핀스와의 첫 홈경기 종료직전 1점차 역전승이 가능한 44야드 필드골을 오른쪽으로 미스하며 17-19 패배를 바꾸지 못했다. 데뷔 이후 2경기에서 4차례 필드골 시도 가운데 한번만 성공했다. 프로로서 부담감을 아직 이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장면은 16년전 월드시리즈 4ㆍ5차전 리드상황을 연달아 블론세이브로 날렸던 ‘잠수함 투수’ 김병현의 모습과 흡사했다. 당시 마운드에 주저앉아 괴로워하며 두손으로 머리를 싸맸던 그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30년전 첫 한인 NFL 선수였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키커 존 리(한국명 이민종) 역시 성적부진으로 1년 만에 프로생활을 접었다. 당시에는 골대가 지금보다 훨씬 넓었다.

 구영회의 팀메이트이자 공격라인 태클 담당인 러셀 오쿵은 “프로세계는 냉혹하다. 구영회가 그점을 빨리 깨닫고 자신의 기량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 충고했다.

[차저스 홈페이지 캡쳐]

[차저스 홈페이지 캡쳐]

이날 이벤트는 경기 외적으로도 여러가지 해프닝이 많았다. 56년간 샌디에이고에 있다가 올해 LA로 이전해온 차저스는 직원들 대부분이 신참으로 우왕좌왕하며 업무 파악이 덜 된 모습이었다. 메이저리그 사커(MLS)의 LA 갤럭시가 안방으로 쓰는 2만7000석의 축구 전용경기장인 스텁허브 센터는 캘 스테이트 도밍게스 힐스 캠퍼스 안에 위치했으며 주차비로 100달러를 받았다.

공식발표된 2만5381명의 관객은 수용규모의 94%에 불과했으며 실제 입장객은 그보다 훨씬 적었다. 그나마 원정팀 돌핀스의 관중 숫자ㆍ함성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한가지 예로 기자실에는 플로리다주에서 출장 온 돌핀스 담당 취재진 규모가 LA기자들과 비슷했으며 구영회가 위닝 필드골을 실축했을때 관중석에서 큰 환호가 터지며 ‘여기가 LA안방이 맞나’란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차저스 경기 운영 담당 직원은 구영회의 필드골이 빗나간 뒤 자기팀이 이긴 것으로 착각, 승리의 폭죽을 잘못 터뜨려 홈팬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같은 시각 USC 캠퍼스 남쪽의 LA메모리얼 콜리시엄에서 열린 LA 램스-워싱턴 레드스킨스 경기에서는 차저스의 2배가 넘는 5만6612명이 입장해 대조를 보였다.

NFL 재미교포 키커 구영회  (서울=연합뉴스) 미국프로풋볼(NFL) 재미교포 키커 구영회(23·로스앤젤레스 차저스)가 킥오프를 하고 있다.  차저스 구단의 53인 로스터에서 유일한 키커인 구영회는 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스포츠 어소리티 필드 앳 마일하이에서 열리는 NFL 2017-2018 정규시즌 덴버 브롱코스와 원정 개막전에서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2017.9.7 [로스앤젤레스 차저스 구단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changyong@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src="https://pds.joongang.co.kr//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1709/19/490cc174-c504-49ec-8c35-431b945cd11f.jpg"/>

NFL 재미교포 키커 구영회 (서울=연합뉴스) 미국프로풋볼(NFL) 재미교포 키커 구영회(23·로스앤젤레스 차저스)가 킥오프를 하고 있다. 차저스 구단의 53인 로스터에서 유일한 키커인 구영회는 오는 12일(한국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스포츠 어소리티 필드 앳 마일하이에서 열리는 NFL 2017-2018 정규시즌 덴버 브롱코스와 원정 개막전에서 데뷔전을 치를 예정이다. 2017.9.7 [로스앤젤레스 차저스 구단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changyong@yna.co.kr(끝)<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그러나 LA 두팀이 모두 패배한데다 램스의 관객숫자도 바로 전날 같은 곳에서 열린 USC 트로잔스-텍사스 롱혼스의 대학풋볼(NCAA)보다 무려 2만8000여명이나 적어 NFL이 LA팬들의 마음을 사기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줬다.

 라커룸에서 풀죽은 모습으로 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은 구영회를 만나 본인 기사가 실린 중앙일보 신문을 건넨뒤 인터뷰를 시작했다. 시즌 개막이후 두번 모두 이길수 있었던 기회를 아쉽게 날린 차저스의 라커룸은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였다. 옷을 갈아입고 퇴근을 서두르는 선수들의 숨소리가 들릴 정도로 고요한 적막뿐이었다.

이런 가운데 구영회에게 다가와 위로하는 척하며 깐죽거리는 팀메이트를 보다못한 구단 관계자가 ‘그러지 말라’고 제지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데뷔전을 치른 구영회. [LA 차저스 트위터 캡쳐]

데뷔전을 치른 구영회. [LA 차저스 트위터 캡쳐]

이에 대해 막상 구영회는 "이 모든 것이 날 위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감싸는 성숙함을 나타냈다. 이어 "1쿼터·4쿼터 가릴것 없이 모든 킥이 승리를 위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날 마지막 시도는 오른쪽으로 살짝 빠졌다. 지나간 일은 빨리 잊어버리고 다음 경기에서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미깊은 차저스의 LA 홈개막전에 많은 한인팬들이 직접 찾아주고 성원해줘 감사드린다"고 말한 구영회는 "NFL 신인으로서의 긍지를 지닌채 앞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스프링캠프에서 선배 조시 램보를 제치고 차저스의 유일한 키커 자리를 확보했던 구영회는 17일 홈경기에서 2쿼터 13분41초를 남기고 41야드짜리 필드골을 성공, 자신의 첫 NFL 3점짜리 킥을 신고했다.

그러나 이후 43·44야드를 잇달아 미스했다. 이는 마이애미 키커인 코디 파키가 4차례 필드골을 100% 차넣고 종료 1분5초전 54야드짜리 초장거리 역전 필드골마저 성공하며 극명하게 대비가 됐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벌써부터 인종차별적인 댓글도 퍼지고 있다. 특히 그의 성 ‘Koo’가 속어로 여성의 신체부위를 뜻한다고 갖다붙이는 그릇된 공격도 나온다. 결국 이 모든 일은 프로선수로 극복해야 할 상황으로 보인다.

일단 앤서니 린 차저스 감독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구영회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구영회는 우리 팀의 키커"라며 말한 린 감독은 "(구영회가 부진하다고 해서) 다른 키커를 데려와 경쟁을 시킬 계획이 현재로서는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린 감독은 "구영회가 오프시즌 동안 어떻게 경쟁에서 이기고 자리를 차지했는지 지켜봐왔다.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가 어제의 일을 빨리 잊고 회복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차저스(2패)는 오는 25일 홈에서 아메리칸 컨퍼런스 서부조 라이벌이자 선두인 캔자스시티 치프스(2승)를 맞아 첫승에 재도전한다.

LA중앙일보=봉화식 기자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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