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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처앤잡] 나는 왜 치과의사를 그만 두고 창업했나... 국내 1위 송금앱 '토스'의 이승건 대표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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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디지털 기술 혁명의 시대. 기술과 산업의 변화를 이끄는 건 세계의 스타트업들이다. 기존 산업의 틈새를 파고들어 사업 모델을 바꾸고 혁신을 끌어낸다. 국내 대표 스타트업 창업자들은 미래와 일자리 시장을 어떻게 내다보고 있을까. 국내 1위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키운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와 국내 1위 송금 앱 ‘토스’를 내놓은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에게 물었다. 각각 디자이너, 치과의사 출신의 이색 경력을 지닌 이들은 “미래가 불투명할수록 하고 싶은 일에 매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대 치대를 나온 대형병원 치과 의사. 이승건(35) 비바리퍼블리카 대표는 남들이 선망하는 이런 '꽃길'을 버리고 창업을 택했다. 2013년 회사를 차렸고 8차례 사업을 벌였다가 접었다. 9번째로 내놓은 서비스가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 이달 중순까지 누적 다운로드 1100만회, 누적 송금액 7조5000억원을 돌파했다. 그는 “직함으로 삶의 안정성이 보장되던 시대는 끝났다”며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되, 안락한 삶보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목표 의식을 갖길 바란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국내 최대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내놓은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 비바리퍼블리카]

국내 최대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를 내놓은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 대표 [사진 비바리퍼블리카]

토스가 단기간에 일군 성과가 엄청나다. 

“회사의 목적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토스는 금융과 관련한 불편을 해결해주겠다는 사명감에서 출발했고, 많은 분이 공감해주신 것 같다.”

치과 의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결심한 이유는.  

“치과 의사로 일하다보니 마음에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허전함을 달랠 수 있을까 하고 장애인 치과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마음이 다 채워지지 않았다. 내가 원한 인생이 아니라 남이 원하는 인생을 살아왔다는 걸 깨달았다. 보건소에서 군 생활을 하던 3년 간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며 내가 원하는 삶을 고민했다. 기술 혁신을 통해 세계를 더 낫게 만드는 일을 하고 싶다는 확신이 생겨 창업을 결심했다.”

쉬운 결심이 아니었을텐데.  

“어려서부터 컴퓨터 프로그래밍(코딩ㆍcoding)을 좋아했다. 그때 배워둔 게 창업을 결심하게 된 계기가 됐다. 코딩 교육은 제2 외국어보다 훨씬중요하다. 지금까지는 영어 능력에 따라 진로가 많이 갈렸다면, 앞으로는 코딩 능력에 따라 진로가 갈릴 거다.”

비바리퍼블리카는

2015년 2월 간편송금 서비스 '토스' 시작

2016년 9월 '토스' 입출금 계좌 통합조회 서비스
2017년 7월 연리 2.1%의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연계,
             ‘토스 주계좌플러스’ 서비스 시작
2017년 9월 '토스' 누적 다운로드 1100만회 돌파
             '토스' 누적 송금액 7조5000억원 돌파

미래엔 직업 선택의 기준이 바뀔까.  

“더이상 직위나 직함이 중요한 시대가 아니다. 예전엔 직함을 따면 삶의 안정성이 보장됐다. 앞으론 다를 거라 본다. 사회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세분화될 거다. 자격증이나 직함을 따기 위해 실제 역량에 도움되지 않는 공부를 하는 건 무의미해질 거라고 본다.”

여전히 공무원 같은 직업은 안정적이지 않을까. 

“하지만 수십만명이 몇년을 매달려 겨우 들어간 그 직장의 행복이 어떤가. 각자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할 때, 사회 전체 행복감의 총량이 훨씬 클 거다.”

하고 싶은 일을 하다 잘 안 풀리면 빈곤층이 되는 게 현실 아닌가.

“그래서 사회 안전망을 과감히 확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보자. 실업 급여가 파격적으로 증가한다면 억지로 회사를 다니던 사람들이 나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을 거라 생각한다. 장기적으로는 사회의 다양성과 행복을 높일 수 있을 거다.”

그러려면 토스처럼 잘되는 회사들이 세금을 많이 내야 할텐데. 

“다른 기업인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몰라도, 나는 그렇게 하고 싶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통해 사회적 부를 창출하는 회사는 많은 돈을 내서 사회적 실험을 지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승건(35) 대표는

2007년 서울대 치의과대 졸업

2007년 삼성의료원ㆍ푸르메치과재단 치과의사
2012년 중소기업청 청년창업사관학교 우수 졸업
2013년 비바리퍼블리카 설립
2015년 간편 송금 서비스 ‘토스’ 출시
2016년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초대회장

지금의 교육 시스템은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이 교육 체제에서 모범생이었지만,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크게 도움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특히 성적을 받기 위해 외웠던 모든 것들이 후회된다. 더 큰 문제는 학교의 인간 관계가 너무 폭력적이란 거다.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이 서로 따뜻하게 안아주고 도와주는 걸 배우지 못하고 있다.”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 

"적어도 중학생 때까지는 지적인 호기심을 키워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미적분을 가르치면 왜 미적분을 배우는지를 먼저 알려주는 식이다."

사업을 하면서도 그런 문제를 느끼나. 

“창업 초기에 힘들었던 게 협업해 본 경험이 없다는 거였다. 시행 착오 끝에 배운 게 있다. 각자가 자신이 하는 일이 정말 중요하다고 느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누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를 투명하게 공유해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는 것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좌절감을 느끼는 시대다. 

“지금의 20대가 역사상 유례없는 도전에 직면한 건 확실하다. 하지만 동시에 직장에 취업할 수도 있고, 직장을 만들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안락한 삶을 좇기보다 사회의 어떤 문제만은 해결해보겠다는 식으로 진취적인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용기있게 그 일을 하길 바란다. 처음엔 힘들어도 몇년이 지나면 훨씬 더 행복하다는 걸 발견할 거다.”

임미진 기자 mi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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