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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폭탄의 아버지’ 터뜨렸나…신무기 실험장 된 IS 전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러시아 정부가 공개했다고 알려진 '모든 폭탄의 아버지' 실험 장면. [사진 비즈니스인사이더]

러시아 정부가 공개했다고 알려진 '모든 폭탄의 아버지' 실험 장면. [사진 비즈니스인사이더]

시리아 내 이슬람국가(IS) 장악 지역에 러시아가 현존 최강의 재래식 폭탄인 '모든 폭탄의 아버지'(Father Of All Bombs, FOAB)를 터뜨렸다는 의혹은 사실일까. TNT 폭약 40~44t의 위력을 지닌 FOAB는 미국이 지난 4월 아프가니스탄 내 IS 세력을 상대로 처음 사용한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 GBU-43)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항공열압력폭탄(ATBIP)이다.

"시리아 동부 IS 공습에 현존 최고 재래식 폭탄 사용" #핵폭탄 맞먹는 위력…"반경 수㎞ 생물 초토화 가능" # 아프간 IS 공습한 美 '폭탄의 어머니' 4배의 폭발력 # 미국에 맞서 러시아 2007년 개발, 실전 확인은 안돼 # #합성사진 등 난무…미국 매체들 "가능성 배제 못해" # "시리아가 러시아 신무기 실험무대로 전락" 비판도

소문의 진원은 시리아와 IS 등 중동 관련 활동가들의 트위터다. 지난 8일(현지시간) 이들의 계정엔 "목격자에 따르면 러시아가 시리아 동부 데이르에조르 공습에 엄청난 위력을 가진 FOAB을 사용했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폭탄의 아버지가 시리아 동부 실전에서 사용됐다고 주장하는 트위터.

폭탄의 아버지가 시리아 동부 실전에서 사용됐다고 주장하는 트위터.

같은 날 러시아 국방부는 데이르에조르 지역 공습으로 IS 고위 지휘관 여럿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발표에 따르면 이번 공습으로 'IS의 전쟁장관'으로 일컬어지는 굴무로드 칼리모프와 모병 책임자인 무함마드 알시말리 등 4명을 비롯해 조직원 40명이 사망했다. 칼리모프는 미국이 소재 제보에 현상금 300만 달러를 걸었을 정도로 IS의 핵심 사령탑이다.

러시아는 이 공습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시리아 유전지대인 데이르에조르는 IS의 주요 수입원 역할을 해왔고, IS의 저항이 완강해 러시아의 침투 작전이 순조로울 리 없었다.

이 작전에 FOAB이 사용됐다는 루머는 같은 날 미국의 온라인 군사전문매체 '더 워 존'(TWZ)에 인용·보도되면서 사실 공방으로 확대됐다. TWZ는 “이런 주장에 구체적인 근거는 없다”면서 트위터에 올라온 사진도 옛 소련의 수소폭탄인 차르봄바의 모조품이고 공식 실험 영상이라며 올라온 것 역시 핵폭탄 파괴 모습을 합성한 것이라고 전했다.

FOAB 사용 여부가 관심을 끄는 것은 이 폭탄의 가공할 만한 위력 때문이다. TNT 폭약 40t 이상의 위력을 지닌 FOAB는 2007년 러시아에 의해 개발됐다. FOAB 개발 사실을 처음 확인한 알렉산드르 룩쉰 당시 러시아군 참모차장은 언론 회견에서 "전폭기에 의한 FOAB의 투하 시험 결과 효과와 위력은 웬만한 핵폭탄과 맞먹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주요 파괴력은 초음파 충격파(ultrasonic shock wave)와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고온에서 나왔으며, 이 결과 거의 모든 생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러시아가 이 폭탄에 ‘모든 폭탄의 아버지(FOAB)’라는 별칭을 붙인 것은 미국이 앞서 개발한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에 대응한 것으로 해석된다. MOAB는 원래 '공중폭발대형폭탄(Massive Ordnance Air Blast)'의 줄임말이지만 막강한 파괴력에 대한 비유로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로 불린다. 고도 6㎞ 상공에서 투하돼 초음속의 속도로 떨어지다 지상 1.8m에서 폭발하는 MOAB은 반경 1㎞를 초토화할 수 있다고 알려진다.

FOAB는 MOAB와 달리 폭약 대신 가연성 기체 혼합물을 사용한다고 알려진다. MOAB보다 4배의 폭발력을 가졌지만 무게는 약 7t으로 상대적으로 가볍다. 개발 당시 러시아 국영방송은 "러시아 수퍼 폭탄은 7.1t의 폭약을 사용하면서도 고효율의 새 폭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8t의 폭약을 사용하는 미국 수퍼 폭탄보다 폭발력이 4배에 달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군사 전문 자유기고가인 최현호씨는 "FOAB은 가연성 기체혼합물이 공중 폭발하는 식의 수퍼 폭탄으로 전투기가 아니라 수송기나 대형 폭격기로만 운송 및 폭격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미국은 MOAB을 2003년 이라크전 때 개발했지만 실전에 투입한 것은 지난 4월 13일 아프가니스탄의 IS 근거지를 공습할 때가 처음이었다. 공교롭게도 러시아의 FOAB 역시 이번 시리아 내 IS 공습 때 첫 실전 사용설이 돌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FOAB과 관련한 소문을 확인해 주지 않고 있고 IS 격퇴전을 전담하는 미 중부사령부(CENTCOM) 역시 인터넷 상의 소문에 대해 일일이 확인할 수 없다고 TWZ에 밝혔다.

미국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지난 13일 “러시아의 FOAB 사용 여부가 확인되지 않지만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 미국이 아프간 IS 격퇴전의 시발점으로 MOAB을 활용했듯 러시아 역시 핵심 진격작전의 일환으로 FOAB을 실험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러시아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이래 최첨단 무기들을 IS 격퇴 명분으로 실전에서 활용해온 전례가 있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러시아는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를 지원하면서 대함 미사일 '바스티온-P'(Bastion-P)를 실전배치했고 초음속 순항미사일 P-800 오닉스의 위력도 확인했다. TWZ는 “내전으로 갈가리 찢어진 시리아가 러시아의 신무기 실험 및 마케팅 플랫폼이 돼버린 격”이라고 꼬집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와 관련 “FOAB의 위력은 시리아 내 IS보다 러시아 내 반군세력에게 더 강한 심리적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이 지난 4월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국가(IS) 세력 공습에 사용한 일명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 GBU-43/B. [사진 미 국방부]

미국이 지난 4월 아프가니스탄 내 이슬람국가(IS) 세력 공습에 사용한 일명 '모든 폭탄의 어머니'(MOAB) GBU-43/B. [사진 미 국방부]

한편 이란도 자체 개발한 대형 폭탄인 '모든 폭탄의 아버지'를 보유 중이라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공군 사령관 아미르 알리 하지자데 준장은 15일 국영방송에 출연해 이 같이 말했다. 그는 "혁명수비대 공군의 요청으로 이란 방위산업기구는 10t급 폭탄을 제조했다"며 "미국이 만든 가장 강력한 비핵무기를 왜소하게 보이도록 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언급한 이 폭탄의 중량은 미국이 아프간에 투하한 MOAB과 맞먹는다. 하지자데 준장은 “이 대형 폭탄은 러시아제 일류신 폭격기에서 투하할 수 있다”고 덧붙였지만 구체적인 자료는 제시하지 않았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시리아 안전지대 4곳 합의=시리아 동부 핵심반군 소탕을 계기로 러시아가 주도하는 시리아 내 4개 '긴장완화지대(안전지대)' 설치가 합의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15일 안전지대 '보증국'인 러시아·이란·시리아는 카자흐스탄 수도 아스타나에서 6차 회담을 열어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주 일대에 네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안전지대 운영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들리브 안전지대에 각각 500명씩 총 1500명의 휴전 감시 병력이 배치된다. 4개 긴장완화지대 외에 시리아 남부에선 미국·러시아·요르단이 중재한 휴전합의가 실행 중이다. 내전 발생 6년 6개월을 맞은 시리아정부는 서부와 중부를 중심으로 시리아 영토의 46%를 통제하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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