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무비] '버니'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 장르 전기, 코미디, 범죄 |상영 시간 104분 |등급 15세 관람가 |제작연도 2011
[매거진M] 80세 백만장자를 죽인 살인범, 그것도 총으로 쏴 죽인 시체를 아홉 달 동안이나 냉동고에 감춘 극악무도한 작자. 동시에 미국 텍사스주 카시지 주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주인공, 그를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주민들이 나서서 하루빨리 석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인물. 그의 이름은 버니 타이드. 그는 과연 어떤 사람인가.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버니’는 바로 그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전기영화, 아니 블랙 코미디다.
영화는, 실력 좋은 장례 지도사인 버니(잭 블랙)가카시지에 들어오는 때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특이하게도, 실제 카시지 주민들이 버니와 그가 죽인 마조리(셜리 맥클레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인터뷰 영상이 극 곳곳에 등장한다. 흡사 다큐멘터리와 극영화를 합쳐 놓은 형식이랄까. 살인 사건이 일어난 1996년으로부터 5년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버니를 ‘천사 같은 사람’이라 옹호하고, 마조리를 ‘악마 같은 사람’이라 힐난하는 주민들의 열렬함을 보고 있자면, 이 모든 이야기가 더욱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 없는 인간, 버니. 그 이야기의 속살을 채우는 건, 단연 잭 블랙의 미묘한 연기다. 다정한 매력과 넘치는 끼로 주위에 사람이 끊이지 않았으며, 병적일 정도로 사람들을 챙겼던 그. 링클레이터 감독은 유려한 솜씨로 버니의 매력과 위험, 그 양면을 그려 보인다. 실로 인간이란 모두 이렇게 복합적인 존재가 아닐까. 요즘 뉴스의 주인공들을 보며 더더욱 절감하는 사실이다.
TIP 영화 마지막에 등장하는 실제 버니의 모습을 놓치지 마시길.
장성란 기자hairp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