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시선집중] 폐기물 재활용하고 신진작가 키우고 … 작은 실험 큰 울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사회적기업진흥원 선정 '착한 기업' 

세진플러스, 폐의류로 패널 개발 #섬유 소재로 안 깨지고 반영구적 #에이컴퍼니, 전시공간·화실 제공 #화가·고객 연결 통해 판매 활성화

올해는 사회적기업 육성법 시행 10주년을 맞은 해이다. 이에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은 청년·장애인·돌봄·시니어·교육·자원순환·문화예술·먹거리·지역활성화·글로벌 등의 분야에서 ‘우리 사회의 문제 해결사’를 자처한 사회적기업을 분야별로 선정·공개했다. 중앙일보의 기업 사회공헌활동 섹션인 시선집중(施善集中) 지면을 통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혁신적으로 풀어나가고 있는 사회적기업(소셜벤처)을 조명해보고자 한다.

에이컴퍼니 ‘브리즈 아트페어’는 신진 작가들과 관람객이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며 진행된다. 2012~2016년에 누적 판매 작품 308점, 관객 8800명, 매출 약 4억원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열린 브리즈 아트페어 현장. [사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에이컴퍼니 ‘브리즈 아트페어’는 신진 작가들과 관람객이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며 진행된다. 2012~2016년에 누적 판매 작품 308점, 관객 8800명, 매출 약 4억원의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열린 브리즈 아트페어 현장. [사진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자원순환 세진플러스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곳곳에 만연한 의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사가 되고 싶은 기업 세진플러스는 효과적인 재활용 방법으로 의류 폐기물 ‘ZERO(0)’에 도전하고 있다.

환경부의 발표에 따르면 하루에 발생하는 의류 폐기물은 지난 2008년 162t에서 2014년 214t으로 약 30% 이상 증가했다. 연간 7만5000t에 이르는 양이다. 이를 소각하고 폐기하는 데 드는 비용도 문제지만 옷을 태우며 나오는 악성 유해물질이 공기로 퍼지면서 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도 심각하다.

봉제 공장만 30년을 운영한 세진플러스의 박준영 대표는 섬유에 대한 지식이 해박하다. 그는 단순히 원단을 재사용하는 것을 넘어 끊임없이 자원을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물건을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그렇게 개발한 것이 바로 패널 ‘플러스넬’이다.

플러스넬의 장점은 다양하다. 섬유로 만들었기 때문에 높은 곳에서 떨어트려도 깨지지 않는다.

접착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아 친환경적이다.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폼알데하이드를 방출하지 않는다. 이 외에도 섬유의 흡수성을 이용해 흡음재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용이 다 끝나면 다시 녹여 패널을 만들 수 있어 반영구적이다.

화학섬유는 폴리에스터·나일론 등과 같은 소재로 고온에 녹이면 섬유끼리 붙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세진플러스는 면·마와 같은 천연섬유와 화학섬유의 자투리 원단을 모아 잘게 부숴 부직포 형태로 만든 후 이를 2년간 직접 개발한 프레스에 넣고 수차례의 열접착 방식을 거쳐 패널을 만들었다. 화학섬유와 천연섬유를 어떤 비율로 섞느냐, 몇 번의 압축을 거치느냐에 따라 0.01~2.5㎝ 사이의 두께로 다양하게 제작할 수 있다.

세진플러스의 이 기술력을 알아본 곳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산업지속가능성센터다. 이들은 스리랑카의 섬유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다가 플러스넬을 발견했다. 한국과 스리랑카를 오가며 플랜트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

플러스넬의 첫 시공은 어린이대공원의 ‘맘껏 놀이터’에서 진행된다. SK 써니 대학생자원봉사단과 함께 기획한 프로젝트다. 플러스넬의 푹신한 물성은 아이들이 놀면서 다치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후에도 청계천 벤치 등 보수작업에 시범사업이 계획돼 있다.

세진플러스는 자원순환·환경을 대표하는 기업답게 같은 화학 성질을 가진 폐그물 등을 이용한 자원 개발을 준비 중이다.

세진플러스가 개발한 플러스넬은 섬유로 만들어 깨지지 않기 때문에 건물 내장재로 활용도가 높다.

세진플러스가 개발한 플러스넬은 섬유로 만들어 깨지지 않기 때문에 건물 내장재로 활용도가 높다.

문화예술 에이컴퍼니

에이컴퍼니 정지연 대표는 미술시장의 불합리한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신진 작가들의 작품 유통을 활성화하는 비즈니스를 구상했다. 미술 분야의 새로운 시장구조를 만드는 사회적기업 ‘에이컴퍼니’가 탄생한 순간이다.

에이컴퍼니가 여러 시도 끝에 야심차게 선보인 프로그램은 ‘브리즈 아트페어’다. 신진 작가들과 관람자가 전시회 현장에서 직접 소통하는 방식이 독특하다.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누적 판매 작품 수 308점, 관객 수 8800명, 매출 약 4억원에 달하는 성과를 거뒀다.

작가가 호스트로 머무는 화실인 ‘미나리하우스’도 에이컴퍼니의 대표 프로젝트이다. 미나리하우스는 신진 작가와 계약을 맺는 ‘멤버십 아티스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멤버십을 맺은 작가 중 한 사람을 선발해 작업실을 무료로 제공한다. 그림에 관심이 있는 이들은 미나리하우스를 찾아와 멤버십 작가들의 작품을 아카이빙한 ‘포트폴리오 라이브러리’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살펴볼 수 있다.

에이컴퍼니는 지난 2016년부터 서울형 뉴딜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가게 전담예술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예술가와 사회의 접점을 만들어 신진 작가들의 성장 발판을 마련하려는 새로운 시도라는 평이다.

이 프로젝트는 점포 운영을 활성화하려는 점포주와 작가를 1:1 관계로 매칭한다. 작가는 점포주와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가게 내부를 관찰하면서 점포 운영 활성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다.

정 대표는 “작가들의 사고방식이 자유분방하다 보니 전혀 생각하지 못한 제안이 나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점포주는 벽화 등의 그림 작업을 기대했는데 작가는 창문의 위치나 가게 벽면의 메인 컬러를 바꾸자고 제안하는 식이다. 예술가의 제안이 실제 가게 활성화로 이어지니 점포주의 만족도가 높다. 사업이 끝난 후에도 점포주가 작가들의 작업을 추가적으로 요청하기도 한다.

에이컴퍼니의 대표 프로젝트인 브리즈아트페어와 미나리하우스는 미술계의 유의미한 성과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이제는 그간의 시도에 내실을 더해 예술계의 새로운 전통을 구축할 때”라며 “에이컴퍼니는 2017년 하반기 론칭을 목표로 다양한 예술 콘텐트를 고객과 연결하는 온라인 플랫폼 개발을 추진 중이다. 작품 유통 외에 온라인 공간에서 에이컴퍼니의 다양한 활동을 소개하는 다양한 콘텐트를 제작해 공유할 계획도 있다”고 말했다.

배은나 객원기자 bae.eunna@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