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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리 외도 의심…수갑 채우고 재갈 물린 시어머니

중앙일보

입력

외도를 의심해 며느리를 폭행하고 감금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시어머니가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인천지법 형사3단독 이동기 판사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공동감금·공동강요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7·여)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시아버지 B(60)씨에게는 벌금 2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김씨는 지난 1월 10일 인천 자신의 집에서 며느리인 C(27)씨의 뺨을 7차례 때리고 집 밖으로 도망치려 하자 붙잡아 머리채를 잡고 넘어뜨리는 등 폭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또 C씨의 손에 경찰 수갑을 채우고 스카프로 입에 재갈을 물린 뒤 손과 발을 손수건으로 묶어 집에 감금한 혐의도 받았다.

A씨가 C씨를 때리고 감금하는 동안 남편인 B씨는 며느리가 하는 말을 휴대전화로 녹음하며 지켜봤다.

조사결과 A씨 부부는 사건 발생 2개월 전인 지난해 11월 해외에 사는 아들과 며느리가 이혼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자 C씨의 외도를 의심했다.

이들은 사건 당일 인천국제공항에 마중 나가 한국에 잠시 입국한 C씨를 만나 함께 밥을 먹은 뒤 “할 말이 있다”며 자신들의 집으로 유인했다.

A씨는 집 거실에서 “네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던 것을 사실대로 말하라”고 추궁했고, 원하는 답변을 듣지 못하자 폭행 후 감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부부는 며느리를 집에 감금한 뒤 사돈을 만나려고 외출하면서 “1시간 30분 뒤에 돌아오니 참아라. 도망치면 일이 더 커진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A씨가 사용한 경찰 수갑은 지난해 여름 경기도 김포의 한 헌 옷 수거장에서 주운 것으로 서울의 한 경찰관이 분실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A씨는 자신의 아들로부터 여러차례 폭력을 당해 이혼을 결심한 며느리에게 외도 사실을 밝히라고 추궁하며 폭행·감금했다”며 “아들에 대한 지나친 모성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과정에서 경찰 수갑까지 사용해 심각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었고 며느리와 사돈도 엄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며 “범행수단과 과정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는데다 며느리에게 추가 피해를 입힐 가능성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징역형의 집행을 유예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시아버지 B씨에 대해서는 “아내가 주도한 범행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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