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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향해 조심스럽게 목소리 내기 시작하는 민주당

중앙일보

입력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부적격’ 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사진은 백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부적격’ 청문 보고서가 채택된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며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사진은 백 의원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질의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청와대를 향해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13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을 사실상 묵인했던 민주당에서 14일에는 한 발 더 나아가 “박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백혜련 대변인 “박성진 후보자 스스로 거취 결정해야” #“정 안 되면 청와대가 최종 판단 내려야 할 문제” #‘부적격 청문보고서’ 사실상 묵인한 데서 한 발 더 나가 #청와대는 “솔직히 여당 지도부 못 믿겠다” 서운함 드러내 #민주당 중진 “청와대는 미안하고 겸허한 자세 계기 삼아야” #민주당 “당ㆍ청 불협화음 없지만 청와대도 좀더 노력해야”

백혜련 민주당 대변인은 1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후보자 부적격 보고서와 관련해 “그 동안 제기됐던 역사관ㆍ종교관 문제들을 명확히 해명하지 못했고 국민들 앞에 설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라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박 후보자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정 그것이 안 되면 결국 청와대가 최종 판단을 내려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현 시점에선 자진사퇴가 최선이고, 청와대의 지명 철회가 차선이라는 뜻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국무위원 후보자에 대해 민주당에서 자진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온 것은 처음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그 동안 인사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야당 공세를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해왔다. 당ㆍ정ㆍ청 회동 등 공식ㆍ비공식 자리에서 ‘찰떡 공조’를 외쳐왔던 민주당이다.

13일 오후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병완 위원장(국민의당)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상정하자 여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을 적극 제지하지는 않아 사실상 묵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13일 오후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장병완 위원장(국민의당)이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상정하자 여당 간사인 홍익표 의원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원 퇴장하고 있다. 민주당 의원들이 ‘부적격’ 청문보고서 채택을 적극 제지하지는 않아 사실상 묵인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연합뉴스]

그런 민주당이 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보고서 채택을 사실상 방조하자 청와대는 서운함을 드러냈다. 익명을 원한 한 청와대 관계자는 14일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 절차가 남아있는)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표결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내년 6월 지방선거까지 대(對)국회투쟁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많다”고 청와대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또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솔직히 말해 여당 지도부를 못 믿겠다”고 말했다.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부결 등 번번이 야당에 발목이 잡히는 민주당의 원내 운영전략에 대한 원망이 묻어났다.

이때문에 ‘박성진 부적격 보고서’를 계기로 당ㆍ청 간에 전에 없던 난기류가 흐르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지금 당ㆍ청 간에 이상기류라고까지 볼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여당에서 그런 정도의 의사표시는 있을 수 있고 청와대가 여당을 탓하거나 불만을 가져선 안 된다. 그러면 국회에서 청문회를 왜 하는가”라고 말했다. 또 “청와대가 당혹스러운 결과라고 반발하거나 딴죽을 부리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게 된다”면서 “앞으로 인사를 좀더 잘하겠다는 미안한 자세, 겸허한 자세, 뒤를 돌아보는 자세의 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에선 박 후보자가 종교관ㆍ이념관 논란과 자질 부족 문제가 제기됐을 때 먼저 물러났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 한 재선 의원은 “당 대변인실에서 박 후보자를 감싸는 논평이 거의 없었다. 이미 무언의 반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한 의원은 “박 후보자 같은 파격적 인사 말고 여당 내부에서 안정적인 장관 후보자를 찾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당ㆍ청이 본격적으로 충돌하거나 갈등을 빚는 상황은 아니지만, 야당의 ‘인사 실패’ 공격에 대해 민주당이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을 앞세워 방어하던 분위기와는 달라진 셈이다. 민주당 한 핵심 관계자는 “당ㆍ청 사이에 불협화음은 전혀 없다”면서도 “이제 ‘국회의 시간’이 왔는데 어찌 됐든 야당을 껴안기 위한 노력을 청와대도 좀더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구 기자 kim.hyoungg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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