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X에 적용된 얼굴인식 기술, 개인 사찰에 악용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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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준 기자

12일(현지시간) 애플이 공개한 아이폰X에 탑재되는 얼굴인식 기술 '페이스ID' 예시. 사용자의 얼굴을 AI로 분석해 신원을 파악한다. [애플]

12일(현지시간) 공개된 애플의 신형 스마트폰 '아이폰X'에 채택된 얼굴인식 잠금해제 기능이 개인의 사생활 침해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인공지능(AI)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진과 영상만으로도 완벽에 가까운 개인 식별이 가능해지면서 이 기술이 독재 정권이 시위자들의 신원을 파악하는 등 사생활 사찰에 악용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헤어스타일 바꿔도, 안경·모자 착용해도 신원 식별" #영국선 스카프로 얼굴 가린 사진도 식별 연구 나서 #법 집행 당국이 범죄자 색출 등에 이용…사생활 침해 우려 #동성애 등 성 정체성, 정치 성향 등도 식별 가능해 #스노든 "얼굴인식 기능은 분명히 악용될 것"

이날 애플이 발표한 얼굴인식 기능 '페이스ID'는 사용자의 얼굴을 AI로 분석해 신원을 파악하는 장치다. 아이폰X에 탑재된 '트루뎁스 카메라'는 얼굴의 2차원적 형태뿐 아니라 굴곡과 깊이까지 인식해 얼굴을 3만 개의 점으로 구성된 일종의 지도로 재구성한다. 그 뒤 신형 프로세서인 'A11 바이오닉'이 AI 딥러닝(데이터를 학습하며 발전하는 AI 알고리즘) 기술로 3만 개 점들을 분석해 최종적으로 신원을 확인하게 된다.

애플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필 실러는 "당신이 헤어스타일을 바꾸거나 수염을 길렀을 때, 안경이나 모자를 썼을 때도 아이폰X는 당신의 얼굴을 알아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은 페이스ID를 스마트폰 잠금해제나 자체 결제 시스템인 '애플페이' 등 서비스에 광범위하게 적용할 예정이다.

"AI 얼굴인식 기술은 개인의 정치 성향이나 정신 상태, 성격 등을 파악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 - 스탠퍼드대 연구진

애플이 이 기술을 발표하자 각국의 반체제 운동가들은 사진으로 개인의 신원을 파악하는 기술이 결국엔 개인의 사생활 침해와 인권 탄압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일제히 우려를 표했다. 러시아에 망명 중인 에드워드 스노든은 "페이스ID는 얼굴인식 기술을 일상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이 기술은 분명히 악용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리 카스파로프 미국인권재단 이사장은 "AI의 얼굴 및 음성, 걸음걸이 인식 기술은 시위자들의 신원을 파악하고자 하는 독재 국가에서 아주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를 이용한 얼굴인식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인도 국립기술연구원 등 합동 연구진은 복면 등으로 얼굴을 가린 사람의 신원조차도 파악할 수 있는 AI 기술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달 31일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인도 국립기술연구원 등 합동 연구진은 얼굴을 가린 사람의 신원도 파악할 수 있는 AI 기술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연구에 사용된 이미지들. [케임브리지대]

연구진은 선글래스, 모자, 스카프 등 다양한 도구로 얼굴을 가린 18세부터 30세 사이의 남녀 얼굴 사진 2000장을 토대로 AI를 이용한 얼굴인식 기술을 적용했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55%의 확률로 신원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아직 완전한 기술은 아니지만 얼굴을 가리고 있는 사진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AI의 학습 능력도 증가하기 때문에 판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시간 문제란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법 집행 당국은 이미 이 같은 얼굴인식 기술을 범죄자 색출에 적극 이용하고 있다. 지난달 영국 런던 경찰은 27일부터 3일간 개최된 음악축제 노팅힐 카니발에 이 기술을 시범 적용했다. 축제에 참석이 금지됐거나 수배 중인 인사 500명의 사진을 사전에 준비한 뒤 카니발 출입구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수집된 사진과 대조한 것이다. 그 결과 런던 경찰 측은 수배 중이던 인물 한 명을 적발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8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이 얼굴 사진을 통해 개인의 성 정체성을 식별하는 AI를 통해 재구성한 이성애자(왼쪽 상·하단)와 동성애자(가운데 상·하단)의 얼굴 형태. [스탠퍼드대]

런던 경찰 측은 적은 데이터만을 가지고 시범적으로 적용한 이번 사례에서 한 명을 적발해낸 것은 성공이라고 보고 향후 이 기술의 적용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영국 인권단체 리버티는 "법적 근거가 없이 이뤄졌으며 근본적인 인권 침해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과 미국도 테러 방지 등에 이 기술을 적극 도입하는 등 얼굴인식 기술은 향후 각국 사법 당국에 의해 널리 이용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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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인식 기술은 신원뿐 아니라 개인의 성 정체성, 정치 성향, 성격 등을 식별하는 데서도 발전을 보이고 있다. 지난 8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얼굴 사진을 통해 개인의 성 정체성을 식별하는 AI에 대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미국 데이팅 웹사이트에서 수집한 남녀 얼굴사진 3만5000개를 AI에 학습시킨 뒤 개인의 얼굴사진 5장을 제시하자 이 AI는 남성의 91%, 여성에 대해선 83%의 확률로 동성애자를 정확하게 판별해냈다. 연구진은 "이 기술은 개인의 정치 성향이나 정신 상태, 성격 등을 파악하는 데도 이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기준 기자 foridealist@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