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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대선 패배일 침대에 누웠다. 빌이 내 손을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대선 3개월 전인 지난해 8월 뉴욕 차파쿠아의 자택 바로 옆집을 사들였다. 116만 달러(약 13억1000만원). 대통령에 당선될 것을 확신하고 대선 후 비서와 경호원 거주 용으로 구입한 것이다. 클린턴은 "후회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텅 빈 옆집 식탁에서 대선 패배를 돌이키는 회한의 회고록을 썼다. 책 제목은 '무슨 일이 있었나(What Happened)'.
클린턴은 이날 발간한 회고록에서 예상치 못한 패배에 따른 심적 충격, 대선 과정에서의 갈등을 생생히 소개했다.
지난 대선에 출마 선언을 한 건 2015년 4월. 하지만 실은 2013년초부터 2014년에 걸쳐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출마를 종용했다고 한다. 클린턴은 책에서 "그는(오바마) 내가 백악관에서 우리의 진전을 계속 이어갈 수 있는 '최선의 카드'라는 믿음을 줬고 서둘러 출마를 준비하길 원했다"며 "난 사실 오바마가 조 바이든 부통령을 끔찍히 아꼈고 다른 잠재적 후보들과도 가까운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친하지 않은) 나에게 지지의사를 밝힌 건 내게 엄청난 의미가 있었다"고 회상했다.

클린턴 힐러리 전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자신의 자서전 '무슨 일이 있었나'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클린턴 힐러리 전 미국 국무장관이 12일 자신의 자서전 '무슨 일이 있었나'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대선 막판 최대 위기였던 FBI 제임스 코미 국장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선언. 클린턴의 최측근으로 '수양딸'로 불렸던 후마 에버딘의 남편 앤서니 위너 전 하원의원의 노트북에서 발견된 대량의 이메일이 클린턴과 관련이 있는 지를 뒤져보겠다는 발표였다. 초비상이 걸린 클린턴 캠프에선 "에버딘을 짤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클린턴은 책에서 "충성심엔 보답이 있다(Loyalty pays off)"고 썼다. 그는 "(해고는) 어림없다(Not a chance)"며 "그녀(에버딘)는 아무 잘못도 안 했고 소중한 멤버였다. 난 그녀가 늘 내 곁을 떠나지 않았던 것처럼 똑같이 그녀와 함께 했다"고 돌이켰다.
충격의 대선일 밤 상황도 소개했다.
"밤이 지나고 새벽이 다가오면서 모든 이들이 우리 방을 떠난 뒤 남은 건 나와 빌(남편) 뿐이었다. 난 그때까지 울지 않았고 또 울어야 할 지 어쩔 지 몰랐다. 하지만 난 마치 지난 10년 동안 한 잠도 자지 않은 것처럼 깊고도 엄청난 피로감을 느꼈다. 우리는 침대에 누워 천장을 응시했다. 빌이 내 손을 잡았고 우리는 그냥 거기에 누워 있었다."
대선 다음날 오전 클린턴의 '승복 선언' 이후 가장 먼저 클린턴에 전화를 걸어 온 이는 다름아닌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클린턴은 "부시는 내게 '함께 버거를 먹을 시간을 정하자'고 말을 건냈다. 난 그게 '나는 당신의 아픔에 공감한다(I feel your pain)'는 말의 텍사스(부시는 텍사스 출신)식 표현이라 생각한다"고 썼다.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식 참석을 망설이던 클린턴이 조언을 구한 것도 부시였다. 부시 또한 그의 동생(젭 부시)이 공화당 경선과정에서 트럼프로부터 온갖 조롱을 듣는 등 감정이 좋지 않았던 상황이었다. 클린턴은 "하지만 부시는 나에게 '참석하는 것이 나라를 위하는 일'이라고 조언했다. 그게 나의 등을 밀었다"고 소개했다.
클린턴은 트럼프에 대해선 "미국과 온 세계의 명백한 당면 위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완벽한 트로이 목마"라며 "대통령직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의문스럽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서도 "난 (대선과정에서의 트럼프와 러시아의 공모를) 확신한다"고 말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회고록 출판기념회가 열린 뉴욕 반스앤노블 서점에 12일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인파가 줄을 섰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회고록 출판기념회가 열린 뉴욕 반스앤노블 서점에 12일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인파가 줄을 섰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부터 뉴욕 유니온스퀘어의 반스앤노블 서점에서 열린 신간 발표에는 전날 오후 3시 30분부터 줄을 선 고객을 비롯 수백 명의 인파가 몰리는 등 '힐러리 고정팬'이 여전함을 보여줬다. 발표장에서만 1200권이 팔렸다. 클린턴은 이들에게 피자를 돌렸다. 클린턴은 오는 12월까지 전국을 돌며 북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폴리티코는 "대선 2년 전인 2014년 펴냈던 책 '어려운 선택(Hard Choices)'의 신간 발표 때 보다 더 많이 팔렸다"고 지적했다. 클린턴은 이날 여러 인터뷰를 통해 "더는 공직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차기 출마 가능성을 부정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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