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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정수덕의 60에도 20처럼(7) 지난 밤 술 자리가 가물가물…뇌 손상 의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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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창천동 한 고깃집에서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고기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 우상조 기자

창천동 한 고깃집에서 인근에서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고기와 함께 술을 마시고 있다. 우상조 기자

"그래~ 나 취했는지도 몰라 실수인지도 몰라~ 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 나 불안해할지도 몰라~"

술 6~7잔부터 필름 끊김 현상 생겨 #짜고 자극적인 음식 술 더 찾게 만들어

많은 남성이 이 노래를 빌어 술 취한 척 속마음을 터놓은 적 있을 것이다. 낭만을 와장창 깨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취중진담은 위험하다. 이 노래로 불안해 할 것은 술에 취해 섣불리 내뱉은 본심이 아니다. 술 마신 다음 날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노래 가사처럼 우리는 과음으로 필름이 끊기는 현상을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 하지만 술자리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는 건 심각한 뇌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필름이 끊겨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이제 지난 밤의 말실수보다 본인의 뇌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하는 게 맞다.

과음 반복하면 뇌 위축 야기 

과음 반복하면 뇌가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중앙포토]

과음 반복하면 뇌가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중앙포토]

과음했을 때 필름 끊김 증상이 반복된다면 뇌가 손상을 입었을 가능성이 있다. 과음하면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전두엽, 장기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가 알코올의 공격을 받게 되고 뇌세포가 파괴된다. 또 알코올은 뇌를 보호하는 장벽을 쉽게 통과해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뇌 위축이 야기될 수 있다.

뇌 위축은 원래 나이가 들면서 일어나는 현상인데, 알코올 섭취량이 많은 젊은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술을 과도하게 마시면 30대에도 70대 수준의 뇌 위축증이 일어나 뇌의 크기가 감소하고 뇌 표면이 쭈글쭈글해진다. 뇌 위축이 일어나면 알코올성 치매로 진단받게 된다. 우리나라의 알코올성 치매는 전체 치매의 10% 정도라고 한다.

알코올성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폭력성의 발현이다. [중앙포토]

알코올성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폭력성의 발현이다. [중앙포토]

알코올성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은 폭력성의 발현이다. 감정 조절과 관련된 전두엽과 해마가 손상되니 술만 마시면 공격적으로 변하게 된다. 기억 장애도 일어날 수 있다. 알코올로 파괴된 뇌세포는 재생이 되지 않는다.

처음에는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다가 해마의 손상이 심화되면 점점 장기적인 기억에도 문제가 생긴다. 이로 인한 지능·학습·언어능력 등 인지능력 저하가 노인성 치매와 알츠하이머로 발전될 수도 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 때문에 세포가 손상된 뇌는 파란색 부위가 많다. [중앙포토]

알츠하이머성 치매 때문에 세포가 손상된 뇌는 파란색 부위가 많다. [중앙포토]

치매가 우리의 인생에 끼치는 악영향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자신을 알츠하이머 환자로 고백했던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치매만큼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잔인한 질병도 드물다. 가족 말고 누구도 어찌해 줄 방법이 없고, 가족도 인내로 견디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대통령 (40th), 로널드 레이건(1911~2004). [중앙포토]

미국 대통령 (40th), 로널드 레이건(1911~2004). [중앙포토]

이처럼 심각한 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필름 끊김 현상을 대부분의 사람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개인차는 있지만, 필름 끊김 현상은 혈중알코올농도 0.15%부터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술 6~7잔 정도를 마신 정도이며 운전면허 취소 수치이다.

술을 많이 마셨으니 그러려니 하고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알코올 분해에 체질적으로 약한 사람의 경우 더 적은 양으로도 증상이 심화될 수 있고 그만큼 쉽게 알코올성 치매에 노출될 수 있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종종 필름이 끊기거나, 술만 마시면 평소보다 공격적으로 변하는 사람이라면 알코올성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만약 알코올성 치매 진단을 받았거나 질병이 짐작된다면 회복할 방법은 있다. 술을 끊으면 된다.

하지만 한국에서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술을 갑자기 끊기란 쉽지 않다. 대신 술을 최대한 적게 먹으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절주 방법을 3가지 전수해 드리니 꼭 실천해보길 바란다. 이를 실천하며 점점 술을 마시지 않게 되는 것도 좋다.

일상생활에서 실천할 수 있는 절주 방법

[사진 눔코리아]

[사진 눔코리아]

첫 번째, 담백한 안주
짜고 자극적인 안주를 섭취하면 충분히 포만감을 주지 못하고 더 많은 음식과 술을 먹게 만든다. 든든하게 안주를 먹고 적당한 양의 술을 마시려 노력해야 한다.
두 번째, 술 1잔 당 물 4잔

술을 마실 때 물을 많이 마시면 금방 배가 불러 술을 과도하게 마시지 못한다.
세 번째, 음주일지 작성

술자리 때마다 얼마나 먹었는지 작성하다 보면 자신이 마신 술의 칼로리를 신경쓰게 되어, 의식적으로 음주량을 줄이려 노력하게 된다.  

정수덕 눔코리아 총괄이사 sooduck@noom.com

[제작 현예슬]

[제작 현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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