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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목가구를 우리 생활 속으로 운동 전개하는 함명주씨

중앙일보

입력

조선 목가구에는 만든 이 이름이 없다. 장인(匠人)은 자신의 솜씨를 알아주고 불러준 이를 위해 전심전력 나무와 씨름하며 과정을 즐길 뿐이다.

다명 공방 회원들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

명예욕 없는 선배의 지혜를 좇아 전통 가구의 미감을 오늘에 되살리는 사람들이 있다. ‘다명 공방’ 회원 13명이다.
다명이란 이름은 추사(秋史) 김정희가 제주유배시절에 쓴 한 구절에서 따왔다. 소창다명 사아구좌(小窓多明 使我久坐), 작은 창문에 빛이 밝으니 나로 하여금 오래 머물게 한다는 뜻이다. 공방을 이끌고 있는 함명주(73‧사진) 회장은 “꽃잎에서 떨어져도 꽃밭이란 마음으로 목가구의 깨끗한 정신을 잇고 싶어 공방에 이 이름을 붙였다”고 했다.

조선목가구의 재현, 재창조전을 열고 있는 함명주 다명공방 회장

조선목가구의 재현, 재창조전을 열고 있는 함명주 다명공방 회장

다명 공방은 국가무형문화재 제55호 박명배 소목장 밑에서 공부하던 이들이 모여 3년 전 문을 열었다. 파괴돼 사라지기 직전에 있는 목가구의 원형을 살리기 위해 10여년 애쓴 끝에 다명 공방을 비롯해 9개 공방 26명 목장(木匠)이 모여 첫 번째 전시회를 마련했다. 지난 9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해 18일까지 이어지는 ‘제1회 조선목가구 재현‧재창조’전이다. 함 회장은 “니시오카 다쓰시(西岡達史) 주한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장이 찬찬히 감상하고 갔을 정도로 국내외 관람객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자랑했다.

“조선 목가구는 수요와 공급이 일 대 일, 주문가구 방식이어서 대부분이 유일품이지요. 한번 없어지면 다시 만들기 어려운 까닭입니다. 이번에 김재선 공방장이 재현한 ‘사층 찬장’은 국내에 없고 일본 민예관에만 소장돼 있는 것을 같은 크기, 같은 나무로 되살렸어요. 미닫이겸 여닫이문인 안고지기문 등 원본 그대로 제작한 건 처음이라 뿌듯합니다.”

함명주씨가 제작한 '이층 찻잔'.

함명주씨가 제작한 '이층 찻잔'.

함 회장은 나이 육십이 넘어 목가구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박물관이나 기념관에 모셔져 있는 전통 가구가 우리 삶과 생활 속에서 함께 호흡하며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무 작업에 몰두했다. 원형을 베끼기 보다는 현대 주거에 쓸모 있고 대물림될 수 있는 가구 창조가 목표다.

김재선 공방장이 재현한 ‘사층 찬장’.

김재선 공방장이 재현한 ‘사층 찬장’.

“전시용보다는 집에 가져다 쓰고 싶어 하는 이들과 팔고 사는 순환 구조를 이뤄 다음 작품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 싶어요. 나무 냄새 속에서 무명 목수의 정신을 잇는다는 뜻이 관람객에게 전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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