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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수 “양심적 병역 거부 인정” 청문회서 격론 예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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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하루 앞둔 11일서울 서초동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청문회를 하루 앞둔 11일서울 서초동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시작되는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명수(58) 대법원장 후보자가 동성애와 낙태 등 인권과 관련된 논쟁적인 주제들에 대해 전향적 의견을 냈다.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 특위에 제출한 1000여 쪽에 이르는 답변서에는 그의 소신과 성향을 가늠할 수 있는 입장이 담겼다. 야당 특위 위원들은 이 같은 김 후보자의 성향을 검증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오늘 시작 청문회 사전 답변 보니 #“1948년에 국가 3요소 확보했지만 #건국절 언제인가는 전혀 다른 문제” #동성애자 인권도 보호한다는 입장 #성향 놓고 야당 집중 공격 받을 듯 #100만원 여행상품권 수수도 논란

우선 김 후보자는 판사들의 성향에 따라 유무죄 판단이 엇갈리고 있는 양심적 병역 거부를 허용해야 한다는 쪽에 서 있다. 그는 “대체복무를 전제로 한 양심적 병역 거부권은 여러 나라에서 인정한 권리”라며 이 같은 입장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한국 현대사에 대한 김 후보자의 평가는 진보 진영의 시각과 맥이 닿는다. 유신헌법에 대해 “대통령에게 초헌법적 권한을 부여해 헌법 이념을 훼손하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했다”고 밝혔다. 5·16에 대해선 “헌법 절차에 반한 군사력 동원”이라고 답했다. 5·18민주화운동은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하고 숭고한 민주적 항쟁이었다”고 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건국일 논쟁에 대해선 “국가의 3요소를 법적으로 확보한 때는 제헌헌법이 제정된 1948년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건국절이 언제인가와는 전혀 다른 문제”라고 단서를 달았다. 김 후보자는 군 동성애 처벌과 낙태, 사형제 등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앞으로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동성애 및 성소수자의 인권도 중요한 가치로 보호해야 한다”거나 “여성의 자기결정권 존중 차원에서 임신 초기에 한해 낙태를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에 대해선 2015년 11월 서울고법 행정10부 재판장 때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정지 신청’을 받아들인 결정을 “법관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판결” 중 하나로 꼽았다.

김 후보자의 정치 성향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의 부인이 정치후원금을 낸 사실도 논란이 됐다.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의 부인 이혜주씨는 지난해 4월 20대 총선 당시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에게 100만원을 후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김 의원은 제 배우자와 대학 1학년 때부터 연합 서클 활동을 함께한 사이이며, 저와는 고교 동창이다”며 “결혼 후에도 김 의원을 함께 만나곤 했는데 선거에 출마한 것을 알고 개인적인 친분으로 후원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자가 한 여행사로부터 사은품으로 100만원짜리 여행상품권을 받고 이를 신고하지 않아 법관윤리강령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있다. 주광덕 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2015년 여름 ‘노랑풍선’이라는 여행업체에서 100만원짜리 여행상품권을 받아 그해 겨울 해외여행 때 사용했다. 김 후보자 측은 “10여 년 동안 이용해 온 우수 고객에 대한 사은품이었다”고 해명했다.

김 후보자는 자신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정치 공방으로 흐를 것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그는 답변자료에서 “국제인권법연구회는 특정한 이념이 있는 단체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인권법연구회를 해산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대법원장이 법관들의 전문 분야 연구회를 임의로 해산하는 것은 법관의 독립을 침해하는 사법행정권의 남용에 해당한다”며 반대했다.

김 후보자는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으로 평가되는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에서 회장을 지냈다. 청문특위는 13일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원이었다가 최근 탈퇴한 오현석 인천지법 판사를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그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사법부 블랙리스트’ 재조사 요구를 거부하자 열흘 넘게 금식 투쟁을 했다.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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