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만 있어도 헤지펀드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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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가입 문턱이 높아 일반 투자자는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던 사모펀드 투자가 한층 쉬워졌다.

미래에셋, 공모 재간접펀드 첫 출시 #최소 가입액 20분의 1로 대폭 낮춰 #일반펀드 비해 매입·환매는 제한적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1일 사모펀드에 투자하지만 형식은 공모펀드인 ‘헤지펀드 셀렉션 혼합자산펀드’를 내놨다. 이런 공모 재간접펀드가 국내에서 출시된 건 처음이다. KB자산운용 등 다른 운용사도 비슷한 상품을 준비 중이다.

사모펀드는 소수 투자자에게서 투자금을 모아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다. 전략도 다양하다. 매수와 매도를 복합적으로 구사하는 롱숏, 주식과 채권 중간 성격인 전환사채(CB) 등에 투자하는 메자닌, 채권 차익거래 등이 대표적이다.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저금리 시대 혹은 증시 조정기에 투자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사모펀드 수요는 최근 몇 년 사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지난해 공모펀드를 역전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7일 기준 사모펀드 전체 규모는 283조원이다. 공모펀드(239조원)를 웃돌았다. 어느 정도 위험은 감수하더라도 연 5% 내외의 중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자금이 빠르게 유입된 결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모펀드가 1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투자 기회가 제한돼 있었다. 법으로 정해진 최소 가입금액이 1억원, 가입 투자자가 49명으로 제한돼 있어 기관 투자자나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일반 투자자에게도 소액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할 기회를 주자는 목소리가 커졌고 관련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5월 통과됐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내놓은 상품은 최소 가입금액이 500만원이다. 전보다 20분의 1로 줄었다. 주요 투자 대상은 펀드 매니저의 운용 능력 등 실사를 거쳐 선별된 우량 헤지펀드다. 최경주 미래에셋자산운용 마케팅부문 사장은 “그동안 헤지펀드는 투자 매력에도 불구하고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이 떨어졌지만 이 상품이 수요를 흡수할 것으로 본다”며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 솔루션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의할 점도 있다. 매입과 환매가 일반 공모펀드처럼 자유롭지 않다. 월 2회 특정일에만 가능하다. 또 펀드에 가입했다가 1년 안에 환매하면 환매금액의 1%, 3년 안에 환매하면 0.5% 환매 수수료가 발생한다.

장순모 KB자산운용 상품전략실 부장은 “최소 5개 펀드에 분산 투자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피투자 펀드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중도 환매수수료를 부과하는 기간(3년)도 일반 펀드보다 길기 때문에 여유자금을 장기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새누리 기자 newworl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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