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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전술핵, NPT위반 아니지만 “중국 용납 않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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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 백악관에서는 “한국 정부가 요구한다면”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되 동맹국은 비핵화한다는 기존의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UPI=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8일(현지시간) 백악관을 나서고 있다. 백악관에서는 “한국 정부가 요구한다면” 전술핵무기 재배치를 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이 핵우산을 제공하되 동맹국은 비핵화한다는 기존의 전략을 수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UPI=연합뉴스]

미국은 지구를 초토화할 정도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이 핵무기를 사용한다는 ‘핵우산’도 약속했다. 그런데도 최근 전술핵 재배치나 핵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술핵, 미사일·전투기용 두가지 #미 본토 위협에 핵봉인 해제 검토 #자체 핵무장도 기술적으론 가능 #중·러 반발 … 미국도 용인 힘들듯

전술핵 재배치론은 1991년 한국에서 철수했던 전술핵을 다시 들여오자는 얘기다. 전술핵은 눈앞의 적을 공격하는 데 쓰인다. 적국의 도시나 산업시설을 파괴하는 용도의 전략핵보다 위력이 작고 투사거리도 짧다. 자체 핵무장론은 한국 스스로 개발한 핵무기로 무장하자는 쪽이다.

①전술핵, 한반도 비핵화 선언 위배될까=한반도의 핵질서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의해 짜였다. NPT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라가 핵무기를 갖는 것과 핵무기보유국이 비보유국에 핵무기를 팔거나 제조 기술을 넘기는 것을 금지하는 조약이다. 한국은 75년, 북한은 85년에 각각 가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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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전 대통령은 91년 11월 핵무기·재처리시설 보유 포기를 먼저 발표했다. 92년 1월 남북한은 핵무기의 시험·제조·생산·보유·사용을 금지하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을 체결했다. 하지만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은 북한에 의해 사실상 파기상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6차례에 걸친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에 위반된 행동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2009년 2차 핵실험 이후 핵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고, 헌법에도 핵보유국을 명기한 만큼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사실상 유명무실화한 셈”이라고 말했다.

NPT의 경우 북한은 이미 93년 탈퇴 선언을 했다. 전술핵이 한국에 재배치되더라도 NPT 위반이 아니다. 핵보유국인 미국이 전술핵을 재배치하는 건 NPT 조문에 어긋난 것이 아니란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②전술핵 재배치 가능한가=미국은 냉전이 종식된 뒤 전술핵의 필요성이 작아졌다는 판단에 따라 전술핵을 줄여 왔다. 그런데도 전술핵 재배치론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 차장은 “전술핵 재배치론은 미 본토를 핵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북한의 능력이 현실로 다가서면서 벌어진 현상”이라며 “‘미국이 북한의 핵 공격으로부터 서울을 지키기 위해 로스앤젤레스를 희생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그 시작”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현재 전투기에서 투하할 수 있는 B-61 핵폭탄과 토마호크 크루즈미사일에 달 수 있는 W-80 핵탄두 등 두 종류의 전술핵을 보유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에 재배치할 수 있는 전술핵은 B-61로 꼽힌다. W-80의 경우 토마호크 미사일(최대사거리 1250㎞ 이상)이 중국을 사정권에 두기 때문에 배치가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의 과학자연맹(FAS)에 따르면 2016년 말 현재 미국은 B-61 500기를 보유하고 있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 정부 안에서도 이전보다 한국의 핵 봉인 해제 논의를 심각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③자체 핵무장, 6개월이면 가능하지만=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자체 핵무기 개발을 시도했다. 자체 핵무장은 기술적으로는 가능하다. 서균렬 서울대 핵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한국의 기술력이면 최소 6개월 안에 100㏏(1㏏은 TNT 1000t의 폭발력)의 핵폭탄을 생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북한이 6차 핵실험에서 터뜨린 핵폭탄의 위력은 최소 50㏏으로 추정된다. 서 교수에 따르면 재처리시설을 갖춘 일본의 경우 핵무장에 걸리는 시간은 3주다.

NPT에 따르면 ‘비상사태로 자국의 최고 이익이 위태로울 때’(10조 1항)만 탈퇴할 수 있다. 정성장 실장은 “미국이 한국의 핵 봉인을 푼다면 NPT 탈퇴에 대한 국제적 제재는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문제는 주변국 반응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큰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 미국도 선뜻 찬성하거나 용인하기 쉽지 않다. 김흥규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첫째가 ‘한반도 비핵화’”라며 “자체 핵무장은 물론 전술핵 재배치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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