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열려라 공부] 고1 이후 자습만 7445시간 … 내 방식대로 그저 오~래 공부하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0면

공부의 신 한마디

이번 ‘전교 1등의 책상’ 주인공은 서울 중동고 3학년 황용하(18)군입니다. 학교에서 황군의 별명은 ‘공교육의 희망’이라고 합니다. 황군은 고1 여름 한 달간 수학학원을 다닌 걸 빼곤 학원에 다닌 적이 없습니다. 신문이나 인터넷에 소개된 공부법을 자기에게 적용해 보며 스스로 공부법을 찾았습니다. 벼락치기를 하거나 밤을 새워 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 매일 꾸준히 공부합니다. 황군은 “고1이 된 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7444.5시간을 자습했다”고 했습니다.

중동고 전교 1등 용하의 공부법 #6시50분 등교하는 아침형 인간 #고1 때부터 자습시간 적으며 관리 #필기하고 문제 풀이 … 최소 4번 복습 #셀프 시험으로 빠뜨린 부분 보충

중동고 3학년 전교 1등 황용하군이 5일 점심시간에 학교 도서실에서 장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읽고 있다. 황군은 “1등의 비결은 오래 공부하는 것”이라며 꾸준히 공부할 것을 강조했다. [강정현 기자]

중동고 3학년 전교 1등 황용하군이 5일 점심시간에 학교 도서실에서 장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을 읽고 있다. 황군은 “1등의 비결은 오래 공부하는 것”이라며 꾸준히 공부할 것을 강조했다. [강정현 기자]

서울 중동고 3학년 문과 1등인 황용하군은 어릴 때부터 글 읽는 걸 좋아했다. 황군은 9년 전인 초등학교 3학년 때 매일 일찌감치 일어나 등교 전에 옆 동에 사는 외할머니 댁에 다녀왔다. 엄마 박정욱(47)씨가 의아해하며 이유를 물으니 “신문을 읽으러 간다”고 황군이 답했다고 한다. 당시 인터넷으로 신문 뉴스를 접하던 엄마 박씨는 곧바로 신문 구독을 신청했다. 엄마는 “용하가 초등학교 1학년 때 내가 읽으려고 빌린 역사전집 10권을 같이 읽은 적도 있다”고 기억했다.

황군은 고등학생이 된 이후 통화 기능만 있는 휴대전화를 쓰고 있다. 친구들이 스마트폰을 쥐고 다닐 때 황군의 손에는 늘 책이 들려 있었다. 덕분에 국어는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됐다. 고1 수능 모의고사에서 황군은 100점을 받았다. 국어 과목은 학원 한 번 다니지 않았다.

황군은 누적 자습시간을 적어 둔다. 고1이 된 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 누적된 자습시간이 7444.5시간. 월평균 240시간, 매일 8시간씩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공부한 셈이다. 전교 1등의 비결을 묻자 황군은 “특별한 방법은 없다. 그저 공부를 오래 한다”고 했다. 황군은 오전 6시에 일어나 6시50분까지 학교에 간다. 등교한 학생이 거의 없을 시간이라 항상 제일 먼저 교실에 들어간다. 황군은 “아침에 더 공부가 잘되더라. 대신 밤은 못 새운다”며 늘 아침 일찍 공부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황용하 학생의 플래너. 주간 공부 계획과 누적 공부량을 기록한다.[강정현 기자]

황용하 학생의 플래너. 주간 공부 계획과 누적 공부량을 기록한다.[강정현 기자]

관련기사

수업 때는 졸지 않는다. 황군은 “수업시간엔 절대 졸지 않는다. 무조건 버틴다”고 했다. 황군은 ‘속기노트’를 따로 준비해 모든 수업 내용을 빠르게 받아 적는다. 그리고 이를 교과서나 문제집에 옮겨 적는다.

과목당 복습은 최소 4번씩 한다. 암기 과목의 경우 속기노트를 옮겨 적으며

1차, 문제집을 풀며 2차, ‘자체 시험’을 보며 3차, 기출 문제를 풀며 4차, 이렇게 반복한다. 수학을 풀 때 잘 모르거나 틀리는 문제가 나오면 따로 모아 둔다. 이들 문제를 일주일 뒤, 그리고 한 달 뒤 다시 푼다.

1월 연간 계획 … 분기·월·주·일 단위 세분화

황군은 ‘자체 시험’을 본다. 가령 윤리와 사상에서 ‘흄’에 대해 공부한 뒤엔 백지를 놓고 “흄에 대해 아는 대로 모두 서술하시오”라고 스스로에게 문제를 낸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기억나는 대로 전부 백지에 적는다. 이후 교과서에서 해당 단원을 다시 본다. 황군은 “자체 시험을 보면 공부할 때 빠뜨린 부분을 바로 알 수 있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황군은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고1 때 수학 특강을 한 달 정도 들은 게 전부다. 수학 특강을 들은 이유는 수학 성적이 3등급으로 떨어져서다. 불안한 마음에 강남 대치동에서 유명한 강의를 찾았다. 하지만 학원에 다녀 보니 자신에게 맞지 않았다. 학원에서 내준 숙제만 하면 마치 공부를 다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깊이 있는 공부는 오히려 안 하게 되는 것 같아 학원을 그만뒀다.

모르거나 틀린 수학 문제를모은 공책. 일주일 뒤에 한 번, 한 달 뒤에 다시 한번 풀어 본다. [강정현 기자]

모르거나 틀린 수학 문제를모은 공책. 일주일 뒤에 한 번, 한 달 뒤에 다시 한번 풀어 본다. [강정현 기자]

막상 혼자 하려니 막막했다. 스스로에게 맞는 공부법을 찾는 실험이 이어졌다. 한 달에 수학 문제집을 5권씩 풀며 양을 늘려도 봤다. 어떤 날은 하루 종일 한 문제만 붙잡고 매달렸다. 황군은 “필기를 단권화하는 법, 오답노트를 만드는 법 등 공부법은 이미 인터넷에 다 있다. 신문이나 인터넷에 소개된 공부법 중에서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고자 했다”고 말했다.

황군은 매년 1월에 연간 공부계획을 세운다. “올해는 수학 성적을 올린다”는 식의 추상적인 목표다. 이걸 다시 분기별 목표로 구체화한다. 수학 성적을 올리기 위해서는 몇 권 정도의 이론서를 읽고 문제집을 풀지 정하는 식이다. 이어 목표량을 다시 월 단위로 나눈다. 월별로 풀어야 할 문제집 숫자가 정해지면 이들 문제집의 페이지를 모두 더해 주 단위, 일 단위로 몇 페이지를 풀지 세분화한다. 계획을 꾸준히 세우다 보니 이제 과목별로 시간당 공부할 수 있는 양이 어느 정도인지 머릿속에 들어 있다.

이런 황군에게도 자유시간은 있다. 주말 오후 8시 이후는 ‘보상시간’이다. 계획을 조기 달성해 남게 되는 시간 역시 온전한 자유시간이다. 자유시간엔 읽고 싶은 책을 보거나 마음껏 빈둥거린다. 황군은 “반대로 계획을 목표대로 달성하지 못했을 때는 보상시간에 보충한다”고 했다.

황군은 아버지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아버지 황인표(53)씨는 춘천교대 윤리교육과 교수로 있다. 황 교수도 평소 책을 많이 읽는다. 황군 집에 인터넷이 들어온 것은 황군이 중2가 되고서다. 황군 부모는 스스로 소셜미디어 등에 시간을 뺏기길 원치 않았고 한다.

스트레스 쌓일 땐 추리소설 읽으며 풀어

이렇다 보니 또래 중 다수가 가지고 있던 스마트폰이 황군에게는 주어지지 않았다. 이 바람에, 아니 이 덕분에 황군은 책을 읽었다. 아버지를 따라 인문학 책도 거부감 없이 접하게 됐다. 황군은 “친구들은 ‘특이하다’고 하지만 책을 읽으며 스트레스를 푼다”고 했다. 인터뷰 당일 황군 책상 위엔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장 자크 루소의 『사회계약론』이 놓여 있었다. 황군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추리소설을 읽는다. 그는 “뤼팽이나 홈스를 읽으면 기분이 좋다. 특히 뤼팽이 나오는 『기암성』을 좋아한다”고 했다.

황군은 머릿속 생각이 정리되지 않을 때면 글을 쓴다. 예를 들어 계획을 못 지켜 압박감이 들면 ‘나는 왜 계획을 지키지 못했나’란 주제로 에세이를 쓴다. “글을 쓰면 객관적으로 보게 되고 감정이 배출되기도 한다”고 했다. 소셜미디어에는 글을 올리지 않는다. 생각을 나누고 싶을 때는 신문 사설을 읽고 그 주제로 글을 쓴 뒤 친구들과 토론한다. 황군은 중국경제연구회·인문학캠프 등 교내 토론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가족과 여행도 자주 즐긴다. 학원을 다니지 않는 덕분에 황군은 시간이 많았다. 초등학교 때는 매주 가족과 등산을 갔다.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주 1회 국내 여행을 다녔다. 어머니 박씨는 “서울 지도를 펴보면 용하와 함께 가 보지 않은 곳이 거의 없을 정도”라고 했다. “용하는 여행을 통해 스트레스를 풀고 학원에서 쌓을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했다”고도 했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