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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시청률 1% 굴욕 '학교'는 반토막 지상파 드라마 어쩌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맨홀'은 김재중과 유이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청률 1%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 KBS]

'맨홀'은 김재중과 유이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시청률 1%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 KBS]

‘국민 드라마’가 사라졌다? 지난 1월 케이블 사상 최고 시청률인 20.5%(닐슨 코리아 기준)로 종영한 tvN ‘도깨비’ 이후 여러 세대가 보고 함께 이야기하는 드라마가 등장하지 않고 있다. 지난 상반기 일일 드라마와 주말극을 제외하면 20% 시청률을 넘은 것은 SBS ‘피고인’(28.3%)과 ‘귓속말’(20.3%) 정도. 지성과 이보영 부부가 배통을 이어받아 열연했지만 이미 장르물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시청률 1위는 지켜냈지만 답답한 전개와 2% 부족한 구성이라는 평을 받으며 마무리됐다.

아이돌 청춘스타 총출동한 '왕사' '다만세'도 5%대 #'도깨비'20%. '품위녀'10% 케이블ㆍ종편은 기록써 #지상파 프리미엄 사라지면서 총체적 난국 맞아 #복고, 청춘 다룬 새 드라마로 위기 타파할까 관심

하반기 들어 여러 드라마가 정체된 국면을 타파하겠다며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결과는 더욱 참담하다. KBS2 수목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은 김재중이 전역 이후 유이와 첫 호흡을 맞추며 관심을 모았지만 지난 7일 1.8% 시청률을 기록하며 충격을 안겼다. JYJ 출신 한류스타 아이돌 스타의 복귀 성적표치고 너무 초라했기 때문이다. 일주일 뒤 예고된 결혼을 막기 위해 타임슬립으로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이야기는 결국 이들을 맨홀 안에 갇혀버리게 만들었다.

KBS는 7번째 학교 시리즈 '학교 2017'을 내놓았지만 시청률 4.9%로 종영했다. [사진 KBS]

KBS는 7번째 학교 시리즈 '학교 2017'을 내놓았지만 시청률 4.9%로 종영했다. [사진 KBS]

KBS, 혹은 수목극만 이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다. KBS2는 야심 차게 7번째 학교 시리즈인 ‘학교 2017’을 월화극에 편성했지만 지난 5일 4.6%로 종영했다. 이는 2년 전인 ‘후아유-학교 2015’(9.7%)와 비교하면 반 토막, 4년 전 ‘학교 2013’(16%)과 비교하면 1/4 토막 난 수준이다. MBC ‘왕은 사랑한다’ 역시 아이돌 출신이지만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여온 임시완과 윤아의 조합에 ‘태왕사신기’ 등으로 인기를 끈 송지나 작가의 만남으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5~7%대 시청률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BS ‘다시 만난 세계’ 역시 비슷한 수준으로 어떤 날은 지상파 3사 드라마 시청률을 합산해도 20%가 채 되지 않을 정도다.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란 장르 자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프로그램 관련 뉴스와 SNS, 동영상 지수 등을 종합해 화제성을 분석하는 굿데이터코퍼레이션 4일 발표에 따르면 드라마 화제성은 MBC ‘병원선’(11.75%), JTBC ‘청춘시대2’(9.81%)로 예능인 Mnet ‘쇼미더머니’(10.65%), MBC ‘무한도전’(5.42%)보다 훨씬 높다. 이는 MBC 파업으로 인한 결방 이전인 2일 데이터로 질적 분석을 살펴봐도 ‘병원선’은 “하지원 혼자 의학 드라마를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 “디테일이 엉성하다” 등 부정적인 반응이 더 많지만 ‘청춘시대2’는 박은빈ㆍ이유진ㆍ한승연 등 출연진 전반에 대한 호평이 고르게 이어지고 있다.

이는 그동안 종편과 케이블 채널이 새로운 드라마 시청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결과이기도 하다. JTBC는 지난 2월 ‘힘쎈여자 도봉순’을 시작으로 금토드라마 방영 시간을 오후 8시30분에서 11시로 변경했다. 시청자들의 변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하겠다는 이유에서다. 그 결과 ‘도봉순’ 9.7%에 이어 지난달 종영한 ‘품위있는 그녀’는 종편 최고 시청률인 12.1%를 달성하기도 했다. 편성 난항을 겪다 JTBC와 손을 잡고 두 편 연달아 성공을 거둔 백미경 작가는 “지상파 드라마에서는 쉽게 다루지 못할 내용이었다”고 토로했다. tvN은 지난 7월 ‘크리미널 마인드’를 시작으로 5년 만에 수목드라마를 부활했다. 여기에 월화 ‘아르곤’, 토일 ‘명불허전’에 이르는 라인업을 구축하며 지상파를 위협하고 있다.

드라마 '구해줘'에서 사이비 종교 교주 역할을 맡은 배우 조성하가 임상 치료를 하는 장면. [사진 OCN]

드라마 '구해줘'에서 사이비 종교 교주 역할을 맡은 배우 조성하가 임상 치료를 하는 장면. [사진 OCN]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제는 특정 채널에 대해 무조건 ‘믿고 본다’거나 ‘믿고 거른다’ 등 호불호도 생겨났다. OCN 토일극 ‘구해줘’는 사이비 종교집단에 맞서는 스릴러물로 채널과 장르 모두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음에도 시청률 2.6%로 ‘크리미널 마인드’(2.9%)와 비슷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한국 실정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리메이크보다는 복제인간을 그린 ‘듀얼’, 외계와 연결된 ‘써클’, 112 신고센터를 배경으로 한 ‘보이스’ 등 1년 내내 장르물만 파는 OCN에 대한 믿음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 타임슬립으로 연쇄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터널’은 6.5%를 기록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했다. 누구나 보는 드라마를 만들 수 없다면 확실한 매니아를 타깃으로 삼자는 편성 전략이 먹힌 셈이다.

이같은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도깨비’로 신드롬을 일으킨 김은숙 작가의 후속작 ‘미스터 선샤인’ 역시 지상파가 아닌 tvN을 통해 방영될 예정이다. 지난 7일 열린 서울드라마어워즈는 비지상파 드라마로는 처음으로 ‘힘쎈여자 도봉순’의 박보영이 한류드라마 여자배우상을 받는 등 시상식에서의 선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백상예술대상에서는 대상을 받은 김은숙 작가를 필두로 작품상이 ‘디어 마이 프렌즈’, 남녀최우수연기상이 ‘도깨비’의 공유, ‘또 오해영’의 서현진에게 돌아가는 등 TV 주요 부문을 모두 tvN 작품이 석권했다. 이에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달 복고 코드를 내세운 ‘란제리 소녀시대’(KBS2)와 온라인 채팅으로 만난 청춘담 ‘사랑의 온도’(SBS), 그리고 이 둘을 섞은 듯한 ‘20세기 소년소녀’(MBC)를 차례로 내놓으며 반등을 꾀하고 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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