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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달인’의 무대엔 연출이 필요 없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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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8호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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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줄리어스 시저’

연극 ‘줄리어스 시저’

연출이 없는 1인 즉흥극부터 연출 거장의 대표작까지, 블랙리스트로 박해받던 국내 연출가의 가족지향 메타연극부터 올림픽 등 대형행사 연출로 각광받는 세계적 연출가의 올누드 다원예술까지. 15일부터 한 달간 공연예술의 모든 트렌드가 대학로에 모인다.
국내 최대 규모와 역사를 자랑하는 국제 공연예술축제인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이하 ‘스파프’)가 올해 17회를 맞아 총 7개국 17개 단체의 17개 작품을 선보인다. 전 지구적으로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며 모든 이가 집단 우울증에 빠진 듯한 세상을 살고 있는 올해 스파프의 주제는 ‘과거에서 묻다’. 다수의 참가작이 역사를 반추하며 인간성 회복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던진다.

2017 서울국제공연예술제 #15일부터 대학로서 개막 #한달간 17개 단체 17개 작품

개막작인 ‘줄리어스 시저’(9월 15~17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부터 셰익스피어 최고의 정치 심리극을 재해석해 무한히 반복되는 역사의 비극을 제시한다. 유럽 최고의 연출가로 꼽히는 실비우 푸카레트가 이끄는 루마니아 굴지의 극단 클루지 헝가리안 씨어터의 작품. 동유럽의 정치적 상황을 로마 공화정에 빗대어 전개하는 강력한 정치드라마로, 마치 셰익스피어가 현대 정치까지 통찰하고 있었던 듯한 감흥을 준다. 시저 곁을 지키는 하얀 개를 실감나게 등장시키기 위해 주인공의 반려견이 동반출연한다는 후문이다.

가장 화제를 모으는 무대는 스파프가 공동제작에 참여해 아시아초연으로 선보이는 2004 아테네올림픽 개폐막식 총감독 디미트리스 파파이오아누의 최신작 ‘위대한 조련사’(9월 28~30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올해 아비뇽 축제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이 작품 또한 역사적인 예술작품과 인간 문화의 발상지를 형상화한 극도로 예술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인형극 ‘애니웨어’

인형극 ‘애니웨어’

오이디푸스 이야기를 소재로 한 프랑스 떼아트르 드 랑트루베트의 얼음 인형극 ‘애니웨어’(10월 13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도 주목할 만하다. 신의 장난감 신세인 오이디푸스의 내적 여정을 얼음이 고체에서 액체, 기체로 변해가는 과정의 시적 비주얼로 표현한다. 공기처럼 사라져가는 인간의 삶 자체를 은유한 무대다.

국내 작품으로는 스파프 기획공연 ‘하얀토끼 빨간토끼’(9월 21~24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가 눈길을 끈다. 손숙·이호재·예수정·김소희·하성광·손상규 등 개성이 뚜렷한 6명의 배우가 각자 한 공연씩 책임지는 즉흥 1인극이다. 이란 작가 낫심 술리만푸어의 대본은 공연 직전까지 배우에게 공개되지 않고, 관객 앞에서 봉인된 대본을 건네받은 배우가 아무 준비도 연출적 장치도 없는 상태에서 오직 관객과 교류하며 만들어 내는 100% 즉흥극이다. 공연되는 순간 사라지고 마는 하루살이 같은 연극의 본질을 반추하는 무대다.

극단 하땅세의 ‘위대한 놀이’(9월 28~10월 1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는 에든버러페스티벌 아시안아츠어워드 부문 최고상을 수상하는 등 해외 유수의 페스티벌에서 한국 연극을 알리고 있는 윤시중 연출이 만든 메타연극. 어른들의 전쟁터에서 ‘거짓말’과 ‘놀이’를 통한 생존법으로 살아남은 쌍둥이 형제를 통해 인간 문명이 만들어놓은 국경, 민족 등 분리의 경계선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다.

이 코스모폴리탄들의 컨템포러리 축제에 유일하게 한국 연극의 정체성을 묻는 무대가 연희단거리패의 ‘억척어멈과 그의 자식들’(9월 21~24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이다. 서사극의 아버지 브레히트가 독일의 30년 전쟁을 배경삼은 대본을 이윤택 연출이 한국 동란의 대서사극으로 개작해 판소리의 서사성을 연극언어로 적용했다. 2006년 초연 당시 강렬한 감동으로 각종 연극상을 휩쓴 무대를 10년만에 스파프를 통해 재연한다. 이윤택 연출은 “세계시민주의도 좋지만 세계인이 공유하는 작품을 한국 연극문법으로 어떻게 수용하는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스파프에 매년 한국의 클래식이 공연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 유주현 객원기자 yjjoo@joongang.co.kr 사진 서울국제공연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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