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작가가 방송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지난 6일 JTBC 방송 '차이나는클라스-질문있습니다'에는 소설가 황석영이 출연해 자신이 겪은 역사적 사실들에 대해 생생히 증언했다.
1943년에 태어난 황석영 작가는 만주에서 태어나 8·15광복 후 귀국했다. 1966년 대학교에 다니던 황석영 작가는 제적된 뒤 해병대에 자원입대해 베트남 전쟁에 참전했다.
1989년 3월 '조선문학예술총동맹'의 초청으로 방북하여 평양에서 김일성을 만나 귀국하지 못하고 1991년 11월까지 독일 베를린에 체류하는 등 황석영 작가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황석영 작가는 이날 방송에서 한국전쟁 당시 생사의 갈림길에 섰던 사건에 관해 이야기했다.
1950년 6월 25일 황석영 작가가 초등학교 입학 후 한국전쟁이 발발했다. 황석영 작가는 "막 북한군들이 밀고 내려왔다. 서울이 점령당하고 한강 다리가 깨졌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망가기로 결정했다"며 "피난을 가기 위해 인천에 배를 타러 갔다"고 전했다.
이어 "밤에 배수로 밑으로 기어들어가서 숨어있었다. 근데 밤중에 전등불을 비추며 북한군인지 국방군인지 모르겠는 정찰대가 찾아왔다"며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그리고 "다 끌려 나온 뒤 군인은 그의 아버지에게 '너희들은 이승만 박사와 김일성 장군 중 누구를 지지하느냐'라 물었다"고 말했다.
당시 전쟁상황에서 지지하는 인물을 잘못 이야기했다간 목숨이 위태로울 순간이었다.
이 어려운 질문에 황석영 작가의 아버지는 "우리는 정치를 모르는 양민입니다. 어느 쪽을 지지해야 할 지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답했다. 이에 군인들은 "다 들어가!"라고 말한 뒤 돌아갔다.
자칫 목숨이 위험할 수 있었지만 아버지의 기지로 황석영 작가의 가족들이 살아남은 것이다.
황석영 작가는 "어머니는 '너희 아버지가 지혜가 있던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여현구 인턴기자 yeo.hyungoo@joongang.co.kr